퇴근길에 국왕님을 뵈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을 하자면
최근에 필름 카메라를 장만했습니다.

<당근에서 구매한 니콘 F2>
영상을 업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집에서까지 영상을 만지지는 않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카메라 구매 후 한창 관심이 많을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퇴근길 저희 회사 건물 외벽에
쪼그려 앉은 채 빼꼼 벽에 기대고 사진을 찍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아차차 앵글에 걸리겠다 하며 비켜 걸어감과 동시에
카메라를 유심히 봤습니다. 은색 뷰파인더의 미놀타.

<건물 모서리에 빼꼼 나와 사진을 찍는 모습. 실제로는 더했다>
그리고는 일어서서 허둥허둥 막다른 벽 쪽으로 가는데
어딘가 익숙한 날카로운 눈매.
방향을 되잡고 대로 방향으로 걸어 나가려는데
아뿔싸 이게 누군가
사담이지만 몇 년 전 인터넷 방송계에 발을 들였던 적이 있는데
내성적, 내향적인 성격 탓에
만나서 반갑게 대해주시는 시청자 분들이
내심 어색하고 부담스러워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했었습니다. 허나
저도 모르게 땡그래진 눈으로
부담을 가득 주는 기대감 가득한 눈빛과 함께
혼자만 쌓아 온 내적 친밀감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나 : 안녕하세요
박 : 안녕하세요
나 : 혹시 사진 한장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가 한국인이라..
박 : 예예..
(찰칵찰칵)
나 : 감사합니다. 사진 자치령에 올리겠습니다
박 : 예 알겠습니다
이런식의 대화를 주고 받았고

<못생긴 제 얼굴은 귀여운 저희 집 고양이로 가렸습니다>
사진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시고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셨던
박정민 배우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눈만 보고 알아본 내 자신에게도 칭찬
근데 안 알아볼 수가 없잖아?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