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요즘 마블을 싫어할까? (장문)

마블 페이즈 5 로 분류되는 작품들이라고 한다.
최근에, 마블이 페이즈 4 를 넘어 페이즈 5 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모든 것의 신’ 나무위키의 더 마블스 문서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애매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들을 참 좋아하는 자칭 마블 씁덕이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최신 영화의 ‘시기’ 조차도 모른다.
n년 전의 나에게 이 사실을 말해주면 아마 크게 노할지도 모르는 일.
또,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를 정주행 돌리고,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선상에 자신하며 드라마 캐릭터들을 올려 놓기도 하였던 내가, 마블의 드라마를 보지 않기 시작했다.
마블이면 하나 빠짐 없이 챙겨보았던 내가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마블의 PC 문제, 내 싫증의 핵심적인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정말로?
난 그 이유를 최대한 나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파헤쳐 보고자 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우리는 왜 스티브 로저스를 ‘고결한’ 영웅이라고 생각할까?
단지 ‘묠니르를 들 수 있다’가 고결함의 이유가 된다면, 우리는 토르 러브 앤 썬더에서 제인이 묠니르를 드는 씬에서 위화감을 느껴선 안됐을 것이다.
애초에 마블 조차도 제인을 ‘고결해서 묠니르를 들 수 있었다’ 라고 표현한적 없다.
이에, 마블은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스티브 로저스의 고결함을 이해시키려 했다.
골목길에서 몇 체급 높은 상대한테 쥐어 터지고도 더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
훈련용 수류탄에 자신의 몸을 던져 온 몸으로 폭발을 막아내려 하는 장면,
전우주급 힘을 거머쥔 타노스한테 죽을 각오로 돌격하며 주먹을 받아내고 타노스에게 정신력을 인정 받는 장면,
아이언맨과 토르는 이미 쓰러진 상황에 흠집도 안 난 타노스를 반파된 방패를 고쳐매고 혼자서 싸우려 하는 장면 등등
마블은 그간 끊임없이 스티브 로저스는 고결해, 스티브 로저스는 고결해, 스티브 로저스는 고결해. 라며 우리에게 어필했다.
타노스와의 결전에서 끝끝내 캡틴 아메리카가 묠니르를 들어올렸을 때, 이에 의구심을 품었을 씁덕들이 있을까?
아니 그전에, 애초에 왜 우리는 아이언맨을 ‘영웅’이라고 생각할까?
사실 토니 스타크는 영웅이라기 보다는 억만장자, 플레이보이, 천재, 기업가가. 혹은 자존심 센 천재 부자가 더 어울리는 칭호가 아닌가?
이에 마블은, 토니 스타크가 영웅이냐? 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답해준다.
맨헤튼으로 날아오는 핵폭탄을 혼자 짊어지고 우주 공간으로 뛰어들어가는 장면,
자신 외의 모든 동료들이 죽는 것에 병적인 트라우마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장면,
결정적으로 마지막 순간 자신이 설계한 인피니티 건틀렛을 끼고 희생하는 장면 등등
이와 같은 마블의 적절한 어필들을 통해 우리는 토니 스타크를 보다 더 ‘영웅’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나는 그 어필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게 있다.

고민하는 팔콘 슨배임
왜 나는 캡틴 마블을 탐탁치 않아 했을까?
왜 나는 미즈마블, 쉬헐크, 아이언하트 같은 새 캐릭터들이 히어로 같지 않다고 생각했을까?
앞서, 영웅의 사전적 의미를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영웅은 어떤 인물을 일컫는 말인가?
이에 사전(영어)은 ‘a person who is admired for great or brave acts or fine qualities’
즉, 위대하거나 용감한 행동이나 훌륭한 자질로 존경받는 사람이라 설명한다.
나는 여기서 위대함, 용감함, 자질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 존경 이라는 키워드에 좀 더 눈길이 갔다.
사실 마블 히어로가 아니더라도, 마블에 나오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위대함, 용감함, 자질 중에 하나는 갖추고 있다.
그 무서운 빌런 타노스가 위대함, 용감함, 자질을 모두 갖췄음에도, 우리는 타노스를 영웅이라 부르지 않는다.
우리는 위대함, 자질을 갖췄던 완다를 인정함에도, 이제는 완다를 영웅이라 부르지 않는다.
팔콘이 얘 마블 히어로 맞음? 같은 억까와 음해에 시달려도, 우리의 마음 만큼은 명쾌히 부정하지 못한다.
왜일까?
난 심지어 대놓고 캡틴에 마블에 타노스 함선을 깨부수고 우주를 지키는 캡틴 마블을 보고도, 마블 히어로라 100% 흔쾌히 인정하지 못한다.
어쩌면, 99%까지는 캡틴 마블을 히어로로 인정할 수 있다.
그래서 그래서, 정말 내가 그들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로 존경이란 요소의 손을 들고 싶다.
우리는 캡아, 아이언맨, 블랙위도우의 희생 정신을 보고 존경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지구를 지키는 결심을 한 어린 스파이더맨을 보고. 우리는 존경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와칸다 시민들이 추모하는 트찰라의 장례식과 그의 투병 소식을 보고, 들은, 우리는 그를 존경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의 사랑 받는 영웅들은 우리가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타당한 근거들을 가지고 있다.
존경이란 요소가 있어야 비로소 영웅이 완성되는 법.

다크나이트 처럼
혹여나, 꼭 작중에 인물을 존경하는 인물이 없더라도 존경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있더라면 우리는 그 인물을 영웅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새로운 마블 캐릭터들은

…..

……..

아..
그….
참.. 존경하기 힘들다.
캡틴 마블 또한 내 논란거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위대함, 용감함, 자질은 그 어떤 히어로들도 견줄 수 없는 강자이지만
그래서 왜 우리가 얘를 존경해야 하는데?
라는 의문에 캡틴 마블이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백날 우주를 구함. 빌런을 물리침. 타노스한테 유효타 날림 이라며 강함, 영웅 어필을 해봐야
팬들 입장에서 존경심을 불러 일으킬 만한 결정적인 요소가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는 그저, 얘 히어로임. 얘 강함. 얘 우주 지킴. 얘 엄청 셈. 이라고 주입식 설정 교육을 받았을 뿐, 영웅이라는 영화적 인상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다라는 것이다.
호크아이를 총격에서 구해내며 희생한 퀵실버는 영웅이라 불리지만,
같은 부모, 같은 소속, 같은 팀으로 결국에 자신을 희생한 완다는 영웅이라 불리지 않는다.
신념을 따르며 자신의 정의를 구현한 위대한 타노스는 영웅이라 불리지 않지만,
초능력도 없고 늙고 병들기만 하는 호크아이 슨배임은 영웅이라 불린다.
영웅이라 불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초석이 바로 존경이라는 것이다.
존경하는 자가 없다면, 영웅이 될 수 없다.
청자가 영웅을 봐도 존경심이 안 드는데, 그걸 히어로라 명할 수 있는가?
나는 마블이 이런 점에서 참 오만하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로저스, 토니 스타크에 흑인을 갖다 놓아도 존경할 수 있고
스파이더맨에 아무것도 모르는 10대 소년을 갖다 놓아도 존경할 수 있는 법이다.
아이언맨은 슈트를 입지 않아도 영웅이고,
캡틴 아메리카가 노인이 되어도 영웅이고,
토르가 망치를 들지 못하게 되어도 영웅이다.
그런데, 미즈 마블이 능력을 잃어도 영웅인가?
아이언하트가 슈트를 잃어도 영웅인가?
쉬헐크가 헐크가 아니더라도 영웅인가?
다시 돌아와서 지금, 로키를 영웅이라 볼 수 있는가? 존나그렇다!
언제부터인가 마블은 우리에게 새로운 캐릭터들을 어필 할 뿐, 이해시켜주지는 않는다.
π 의 값이 3.14 라는 것을 알아도, 왜 무한소수인가?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캡틴마블이 강한 영웅이라는 것을 알아도, 왜 영웅인가?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강하니까! 우주를 구하니까! 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한소수니까! 계속 이어지니까! 라고 표현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적어도 나는 이해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가 필요하다.
그래서일까?
난 온갖 음해와 의문, 불신들을 뚫어내고 당당하게 영웅임을 증명한 구 어벤져스들과
갑자기 튀어나와서 너 만큼 혹은 너 보다 강하고 고결한 영웅이야 우기는 뉴 어벤져스들이 한 이름 아래 묶이는게 정말 싫다.
새로운 영웅들이 등장하는 시리즈에서 구 어벤져스를 폄하하는 표현들이 장난식으로라도 스쳐지나갈 때 마다, 이건 팬을 무시하는건가? 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한 땀 한 땀 입체적으로, 정교한 빌드업을 통해 묘사했던 영웅의 자질을 언젠가부터 빌런 잡기로 무마 시켜버리는 마블의 표현 방식이 싫증 나기 시작했다.
더 마블스는 의구심을 해결하기는 커녕, 더욱 증폭하기만 했다.
그래서 언제 영웅이 되는데?
난 마블이 그래왔던 것처럼 끊임없이 물었고, 언제나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던 마블이 이제 변명을 늘어놓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언제 알려줄건데?
캐릭터의 비주얼은 팬들의 인내심을 좌지우지하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므로,
토르가 세 개의 영화가 필요했고, 스파이더맨이 세 개의 영화가 필요했으며, 로키가 두 개의 드라마가 필요했듯이, 증명하는데 시간이 걸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아 진심으로 답답하다.
마블이 하루라도 빨리 답을 알려줬음 좋겠다.
마치며 세줄요약
새 캐릭터들 못생겨서 싫다.
마블 재미없다.
로키 시즌 2는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