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넷플뭐봄] 소년만화의 탈을 쓴 철학 작품, "진격의 거인" 추천합니다
[3줄 요약]
삼중의 벽 안에 갇혀 살던 인류와, 인간을 포식하는 거인들의 처절한 싸움이 시작된다!!!
⋯인줄 알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드러나는 이 세계의 진상은 우리를 더욱 미궁 속으로 빠뜨린다.
소년 만화라는 탈을 쓴 채 독자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선사하는 작품.
(본문에 직접적인 스포일러 전혀 없음)
진격의 거인 (2013~2023)
제가 추천 드리는 작품은 “진격의 거인” 입니다.
진격의 거인은 다른 여타 작품들에서도 접하기 힘든 거인이라는 소재를 메인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재를 바탕으로 매력적인 세계관과 설정을 구축한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진격의 거인을 보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진격의 거인은 이러한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과 거인이 싸우는 소년만화”
“이상하게 생긴 거인들이 뛰어다니는 애니”
“인체해부도 보고 재미없을 거 같아서 안 봤다”
하지만 진격의 거인은 이러한 인상과는 달리 훨씬 복합적인 세계를 가진 작품입니다.
진격의 거인은 표면적으로는 인간 VS 거인이라는 굉장히 단순한 주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따로 있습니다.
인간을 포식하는 거인으로부터 도망쳐 삼중의 벽을 세운 인류.
그렇게 100년 간의 평화를 구가하지만 어느 날 돌연히 나타난 초대형 거인으로 영원할 것 같던 평화는 깨집니다.
자신들의 가족과 고향을 잃은 채 그저 도망칠 수 밖에 없는 힘없는 인간들의 모습은 이 세계를 너무나 잔혹해 보이게 만듭니다.
하지만 진격의 거인이라는 작품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거인이 없어도 세계는 이미 잔혹하다.
거인이 나타나기 전에도, 그리고 후에도.
그들의 등장과는 관계 없이 이미 세계는 잔혹했습니다.
진격의 거인은 작중 인물들의 행적을 밟으며 세계의 잔혹함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인류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먹을 것을 빼앗고, 권력을 가지고 싸우며, 약한 이들을 괴롭혔습니다.
이 세계는 언제나 똑같았습니다.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세계.
단지 그 대상이 강자인 거인과 약자인 인류로 바뀐 것 뿐이었습니다.
(작중 대사)
“이 세계는 잔혹하다⋯.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워.”
그럼에도 작가는 우리에게 이 세계를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말합니다.
다른 이를 증오하며 살기엔 이 세계는 너무나 아름답다고.
서로를 사랑하며 아껴 끝없는 증오의 연쇄를 멈추자고 말합니다.
설령 그러지 못해도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그것이 이 잔혹한 세계에 맞서 싸울 방법이라고.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벌써 1년하고도 반 가까이 지났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며, 전쟁을 일으키고,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모습.
진격의 거인 속 잔혹한 세계를 보다 보면 우리의 잔혹한 현실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진격의 거인이 우리에게 이 세계를 살아갈 지혜나 깨달음을 주진 못합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보다 보면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진격의 거인을 너무 어렵고 무거운 작품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격의 거인은 쉽고 가볍게 즐기기에도 좋은 작품입니다.
누군가는 가볍고 신나는, 비는 시간에 자신의 흥미를 채워줄 작품을 좋아한다면,
누군가는 무겁고 복잡한,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투자하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그런 점에서 진격의 거인은 두 시청자층을 모두 만족시키는 작품입니다.
화려한 액션과 뛰어난 OST로 가벼움을, 매력적인 설정과 치밀하게 짜인 스토리로 무거움을 잡았습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큰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을 빠져들게 만들 작품입니다.
가볍게 입문해서, 무겁게 자리 잡는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 “진격의 거인”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