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도 취미인데 그거 ppt로 정리하는 병 있음
안녕하세요. 커뮤니티는 평소 로그인도 안 하고 눈팅만 하던 개청자입니다.
처음 글 써봐요. 떨리네요.
저는 코로나 때부터 혼자 노는 걸로는 대한민국 상위권 찍을 만큼 이것저것 다 해본 사람입니다.
뜨개질, 프랑스 자수, 십자수, 퍼즐, 문구 수집, 다꾸, 책 읽기, 글 쓰기, 컬러링북, 글씨체 연습, 블로그 리뷰쓰기, 손톱 꾸미기, 생지 사서 빵 만들기까지. 손이 남아돌아서 뭐든 다 해봤어요.
근데 문제는 다 재주가 필요한 취미라는 점.
게임이면 레벨이라도 올리는데, 내 취미들은 아무리 해도 자존감이 안 오름.
그래서 결국 “그래 공부에 써먹자”는 이상한 마인드 + 고질병이던 ‘정리병’이 터져서,
이제는 배운 걸 PPT로 정리하는 게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1. 취미 사진
강아지 두 마리 키우는데, 핸드폰에 쌓이기만 하는 사진 써먹기도 좋음
컨셉은 배찌 박쨔님(사진1), 여울 박쨔님(사진2)과 함께하는 재즈 공부 입니다.
처음엔 레슨 때 배운 이론들을 삭 정리해요.


필요하면 코드랑 건반 위치도 캡쳐해서 사족 붙이기. 갸꿀

이렇게 정리한 걸 다 기억할 수는 없으니까
결국 다시 악보로 옮기기… 진짜 온 정신력 짜내서 다시 그립니다.
이건 거의 무협지로 치면 '기(氣)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공부한 결과물 총 집합체인 이 악보를 열심히 연습하면 내꺼 되는 겁니다.
개이득ㅇㅇ

2. 어떤 취미인지 설명
전 원래 컴퓨터로 음악하는 사람 아니고요.
진짜 취미하려고 피아노랑 컴퓨터랑 야매로 연결해서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니 오해는 ㄴㄴ
(근데 클래식 피아노는 전공함)
근데 재즈 배우면서 내가 ‘이미 아는 것’과 ‘이제 막 배우는 것’을 구분하고
시간 덜 쓰고 익히려면 시각 자료가 필수더라고요.
이 세상엔 취미까지도 너무 너무 잘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저도 제꺼로 만들만한 것을 찾다 보니
ppt로 딱 “완성”을 해버리는 이 자체에 즐거움이 느껴져서 계속 하고 있어요.
3. 이 취미의 장점과 단점
장점 :
공부를 취미처럼 재미지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생각만해도 좀 설레입니다…….
순발력 없이 조용한 꾸준함만이 강점인 저에게는 이만한 즐거움이 없는 것 같아요.
단점 :
본질보다 주변에 시간 더 씀.
(강아지 사진 고르기, 보정하기, 누끼 따서 PPT에 넣기 등)
또, 만들었다고 해서 바로 내 것이 되는 건 또 아님. 현타 2콤보 들어오긴 함.
4. 침착맨에게 추천한다면 그 이유는?
침착맨님 그림 그리신 후 다시 열었을 때, 상세한 요소들이 뭐 였는지 기억 안 나실 때 있잖아요?
(근데 희안하게 거의 다 잘 기억하시더라고요;)
혹시라도, 진짜 혹시라도 침착맨님도 그림을 그리시면서
모든 요소들과 모든 의도들을 즉.시. ppt로 정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숭고한 터치들과 빛나는 아이디어들이
그저 짧은 순간으로 사라져 소비되는 것이 아깝지 않으신가요?
하지만…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이미 우리의 침착맨은 어쩌면,,, 발가락 같은 그림을 그려도
날마다 재미있는 포인트들이 터져 나오는 초인이니까요.
이번 글은 침하하 첫 글이기도 해서..
그저 평범한 개청자가 침하하에 공개적으로 취미를 공유한다는 이 기쁨,
잠시 누려도 될까요?
취미가 음악 어쩌고저쩌고 라면서 노래 하나도 안 들리면 괜히 허전할 것 같아
연습 겸 + 올해 강아지 생일 날 틀어주려고 만든 해삐빠스데이 연주 영상 놓고 갑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즐취되십시오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