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형 자가제면맨
약 6년간 외노자 인생을 살다가 몇 달 전 한국에 돌아온 전문시청팀 직원입니다.
독일에 살 때엔 그나마 도시에 살았었는데 최근 2년정도는 미국에서도 식당이라는 것이 10개 남짓밖에 없는 시골 마을에 살았더랬죠.
저는 원래 면요리를 좋아해서 끼니의 90%정도를 면요리를 먹는 편인데
핵불볶을 좋아해서 박스로 사다놓고 먹는 편이지만 매 끼니를 그리할 수는 없어서 뭐 소면, 중면, 옥수수면, 파스타 이런걸 돌려가며 먹다가
(냉동식품은 배송이 되지 않는 지역이었습니다…)
생… 생면을 먹고싶다…! 라는 마음으로 자가제면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이렇게 생긴 조그마한 파스타 머신을 사봤습니다. 그냥 가격이 제일 싸길래…
근데 사실 문제는 머신의 문제가 아니라 반죽 자체에 꽤나 심오한 경지가 있었던지라… 첫 몇 주 정도는 면같은 면을 제대로 먹은적이 손에 꼽았습니다.

기본구성은 밀가루+물+소금이 다인데 소량으로 만들 땐 은근 조그만 비율차이가 큰 결과차이를 만들더군요…
뭐 각설하고 그렇게 1년이상 하루에 한끼는 직접 만든 면으로 식사를 한다는 원칙을 지키다보니
재료도 상당히 많이 써보고, 여러 전분과의 배율, 다양한 첨가제 사용경험 등등이 쌓여 이제는 그냥 아 이런 면은 이정도 비율 하면서 만들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제면기 라인업도 하나씩 늘어가고…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 아예 들어온 지 얼마 안돼서 주문한 제면기가 배송중에 있어 다시 시작하지 못하고 있지만
다시 자가제면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여러 준비를 계속 하고있는 중
이 취미의 가장 큰 장점은!!
극한의 가성비
밀가루 1kg 해봤자 2천원도 안하기 때문에 한 끼에 들어가는 비용이 대폭 줄어듭니다. 특히 면 러버라면
무한한 커스터마이징 가능성
이게 사실 가장 중요한데, 딱딱한 면이 땡기는지 부드러운 면이 땡기는지
두꺼운 면이 땡기는지, 가는 면이 땡기는지, 아니면 아예 길게 뽑은 면이 좋은지 짧은 면이 좋은지
아예 다른 느낌의 면이 먹고싶든지 등등
그냥 뭔가 익숙해지면 아 뭐든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오늘 먹고 싶은 요리에 딱 맞는 면을 곁들일 수 있게 됩니다.
전분 넣은 쫄깃한 면에 짜장짬뽕도 먹고
다소 단단한 면에 라멘도 끼리묵고
귀찮을땐 그냥 김치나 불닭소스, 여름에 대량 만들어둔 냉면육수만으로도 맛나고
파스타가 땡기면 계란반죽으로
당면이 땡기든
모밀이 땡기든 그냥 해묵으면 되고
요즘 이런게 유행하더라 하면 그냥 해보거나
들기름 막국수가 그렇게 고소하다면 아예 반죽에 들깨가루를 넣어본다거나
아예 반죽단계에서 불닭소스를 넣은 면은 불닭볶음면 맛이 날까? 이런 것도 해보고
(매콤하기는 한데 부족해서 결국 소스 비벼 먹음)
암튼 그냥 해보고 싶은걸 해먹을 수 있다는 게 아주 재미가 납니다ㅋㅋ
그냥 반죽에 이해도가 높아짐
몇 달 거의 모든 비율, 조합, 발효시간 등등 하다보니까 어느정도 반죽에 감이 오더라구요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피자빵이라든가

밀떡이라든가 (이건 사먹는 것 보다 훨 나음)

플람 쿠헨 (독일살때 제일 좋아했던 작은 팬피자류) 같은건 직접 해먹기 시작했음
단점이라면…
익숙해 지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너무 들긴 함…
뭐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리긴 했습니다.
고립된 미국 시골마을이라는 환경이 저를 이렇게 만들어버렸지만…
대량생산과 장기보관의 문제
당시 제가 인스타에 이런 걸 자꾸 올리니까 주변에서 한 번 먹어보자는 요청이 많았었고
한 두 명 놀러올 때 해줄 땐 별 문제 없었는데 가끔 사람들을 잔뜩 초대해야 할 때
양을 한 번에 많이 만들 땐 작은 장비이다 보니 뭔가 결과물이 일정하지 않고
그래서 미리 만들어두고 보관하려 하면 자꾸 평소 퀄리티가 안 나와서
결국엔 많은 사람을 초대할 땐 시판 면을 쓰는 것으로 잠정 결론…
그래도 이런 느낌으로 건조시킨 면은 다시 삶았을 때 가장 원본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는데
튀긴다거나
사진은 없지만 얼린다거나 하면 그냥 처참한 결과를 낳았음…
다음은 침착맨에게 추천할 수 있느냐 항목이던가요?
뭐 그래도

반죽 경험자시니까…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