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음악 순간들(장문)
안녕하시렵니까.
저는 음악 관련된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록음악을 좋아하고 공연을 보러 다닙니다.
크고작은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기도 하고 락페스티벌 등 가서 깃발도 흔들고 슬램도 하고 힘들어서 쉬기도 하면서 재밌게 노는겁니다.
다만 영미 사대주의보단 펑크락, 인디락 혹은 중화권 락음악으로 빠져버린 케이스라 콜플 내한도 안갔습니다.
근대 제가 좋아하는 밴드 보러는 비행기 타고 가기도 합니다.
해당 취미의 장점:
그냥 기분이 존나게 좋습니다. 공연을 보고 거기서 얻는 힘으로 일주일을 삽니다
공연이 동기부여가 되서 비행기타고 떠나고 여행도 병행합니다.
재밌는 사람들 많이 만났습니다.
이거 사진 찾으면서 인생 재밌게 살았구나 하고 뿌듯했습니다.
해당 취미의 단점:
락도 한국에선 엄연히 서브컬쳐라 지방 살면서 덕질하기 존나 힘듭니다.(이럴거면 그냥 충청이남 밀어버리고 수도권 공화국 하자)
방구석에서 게임 하는것보다 몸이 좀 힘듭니다.(더위, 슬램, 이동시)
방구석에서 게임 하는것보다 교통비 숙소비 식비 등이 더 듭니다.
방장에게 추천 가능?
네, 막 시간을 빼서 락페스티벌을 다니는건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시간을 내서 홍대에서 방장이 좋아하시는 레이지본 공연 보는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저의 생음악 순간들을 조금(아니 길게) 소개해볼까 합니다.
2015
빅데이 사우스 in 울산
빅데이 사우스라는 이 수도권에 모든 문화가 모인 나라에서 수도권 이남의 예술가들을 매년 다른 도시로 모아서 공연도 하고 전시도 하는 행사입니다. 이 때가 특별했던 이유는 훗날 인디씬의 거물이 되는 세이수미의 초창기 모습을 보았고 그들과 한 시절을 함께했으며 저도 좋아했던 지니어스 또한 여기서 보게됩니다.


2017
썸머소닉 오사카
2000년대 당시 락음악을 듣기 시작할 당시 저는 태양의 노래로 유명한 일본의 유이라는 가수를 좋아했는데요(케이온 아님) 솔로 때려치고 플라워 플라워라는 밴드 한다고 만든 것까진 좋았는데 이 양반이 공황장애로 활동중지 하다기 이때 컴백했는데 엄청 가고싶어서 단공도 보고 썸머소닉이라는 락페도 갑니다.
근데 공연장은 촬영 금지고 썸머쏘닉땐 촬영 안된다고 하는데 거기 있는 일본인들 다 사진 찍길래 저도 찍고 놀았는데 막상 보러 간 밴드 사진이 없네요. 근데 그 팀 외에도 오아시스의 동생 갤러거, 메탈리카 내한 보러 갔던 양반들이 호들갑 오지게 떨었던 오프닝 게스트 베이비메탈(이제는 20대 메탈)과 PPAP 아저씨(피코타로) 등에 기억에 남네요






(두유 노 갤럭시 노트 7?)
2018
마이 리틀 에어포트 in 타이페이
어릴적 중국 이민을 갔었고 중국어가 제가 할 줄 아는 외국어라 중화권 락에 관심이 생겼고 예전에 사용했던 중국 음원 어플에서 추천받은 홍콩의 마이 리틀 에어포트에 빠져서 공연을 뒤늦게 보고 싶던 찰나 대만공연을 한데서 예매를 하고 대만으로 날아갔습니다.

지금은 LP로도 소장중인 이 앨범아트의 누냐야가 이뻐서 들어갔다가 다른 누나야의 목소리와 송라이터 양반의 잘빠진 곡을 듣고 빠졌더랬죠



보컬 구 Nicole 현 Selene로 닉변하신 구건보 누님과 P로 구성된 듀오이고 공연 때마다 친구들이 함께 무대에서 세션으로 도와줍네다.




오른쪽 앨범의 빨간색은 스티커인데 제거하면 표지모델이 법규를 날리고 계십니다.

폰 베터리 없어서 충전하면서 기다렸다가 사진도 함께 찍습니다. 그리고 엘베타고 올라옴…

그리고 올라와보니 펄과함께 대만에서 절찬 상영중(보려다가 11시 영화 매진되서 걍 안봄)
락 오브 비치타운 in 부산 광안리 HQ바
지금 생각하면 믿어지지 않는 공연입니다.
5000원 주고, 글레스톤베리와 코첼라 출연 예정인 아티스트이신 한국인 어머니를 두신 압구정에서 태어나 예명으로 재패니즈 블랙퍼스트라는 명칭을 사용하시는 미국 뮤지션을 보고 왔고 그 외에도 바비돌스 사이드카 코가손 세이수미 등 부산 내외의 쟁쟁한 팀들이 함께 보았습니다.






맨인유럽 침사원편(독일 록인파크, 롤링스톤스 맹구구장 단공, 다운로드 페스티벌)
그때는 뭐랄까 미쳐있었죠… 한학기 휴학 때리고 돈 벌어서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영미권 락은 뭣도 모르면서요…



독일 록인파크… 사진은 푸파이터즈랑 고릴라즈
유럽에 왔더니 얘넨 무슨 락페스티벌 헤드라이너가 3시간… 거진 락페에 단공을 얹은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몇몇 팀들은 보다가 힘들어서 나와서 앉아서 봤습니다.


영국으로 건너와 런던에서 하룻밤 자고 맨체스터로 넘어가서 본 재간둥이 믹재거 옹의 롤링스톤스!
이걸 살아서 보다니… 근데 말의 주어가 ‘내가 살아서…’ 라고 해야할지 ‘염감님들 살아있을때…’라고 붙여야 할지 고민되었지만 염감님들 관리 잘해서 쌩쌩하게 날아다니던 공연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국 다운로드 페스티벌의 오지는 라인업까지 다 누리고 왔습니다. 하이라이트는 건즈앤 로지스 공연 때 Knocking on heaven’s door를 부르고 있는데 슬램존에서 남자가 여자한테 프로포즈하고 여자는 감동하고 옆에선 환호하는 낭만 터지는 순간이었습니다.
2019
각성음악제 Wake up Fest in 대만 쟈이
한 때 대만의 양대 중 하나였던 락페스티벌이었던 각성음악제를 다녀왔습니다. 왜 과거형이냐고요? 망했기 때문이죠.
이보다 이전에 저는 18년도에 내한한 대만 밴드 草東沒有派對 (No Party for Cao Dong, 줄여서 차오동이라 읽음) 공연을 안보고 지난 후에 뒤늦게 듣고 반해버려서 그 때 안간걸 땅을 치고 후회하다가 제가 비행기 타고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금요일 헤드라이너 차오동을 보고 숙원(?)을 이룬채로 락페를 즐겼는데요 다음날부터 비가 억수로 쏟아집니다. 메인무대 신호가 끊깁니다. 주최측은 페북 공지로 복구 되는대로 연장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볼거 다 보고 셔틀도 타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그게 다 비용이었던지라 그 락페는 망했고 대표는 야반도주를 했다더군요.






사진은 위로부터 차오동, 가지알 EggPlantEgg, 혈육과즙기 The Flash Juicer, 그리고 해체한 일본밴드 CHAI입니다.
2021
펑크락 아이돌 초록불꽃소년단 첫 관람
옘병할 코시국은 넘길까 하다가 이 팀은 넘어가기 그래서 집고 넘어갑니다. 펑크록 밴드 중 가장 핫하고 관객동원력이 가장 세고 청소년들을 펑크록 공연장으로 들이고 있는 밴드 초록불꽃소년단입니다.
청춘펑크라는 장르를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였고 조금 찌질하고 소심한 소년의 노래를 크게 부르는 밴드입니다.
당시 WDI라는 레이블에서 발행한 컴필래이션 앨범의 발매기념공연에서 처음 보았고 훗날 저는 이 밴드(그리고 축구) 때문에 목이 나갑니다.





2022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 침펄 깃발의 출현
22년은 그냥 고삐풀린 망아지의 해였습니다.
부천으로 취직되어 올라갔고 엔데믹이 눈앞이었고 그냥 존나게 놀았습니다.
그 와중에 백예린님이 침펄인물사전에 나오셨던 시기에 펜타포트에도 섭외가 되셨고 그걸 보며 딩고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가 생각나 예린님 무대 올라오실때 침펄 깃발을 높이 들려고 했으나… 중간에 깃대가 부숴지는 바람에(이말년 시리즈처럼 와장창…) 제 팔을 존나 높이 들었던 것입니다.

(난 왜 이걸 먼저 봤을까…에서 이거를 맡고 있는 영상)
2023
클라켄플랍 in 홍콩
저의 음악세계엔 중화권 삼대장이라는게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타이베이의 차오동, 홍콩의 마이 리틀 에어포트 외에 하북의 원소처럼 해적왕에 가까운 만능청년여점(줄여서 만청)까지 포함해서 삼대장입니다.

(타이베이의 차오동)

(홍콩의 마이리틀 에어포트)

(하북의 만능청년여점)
그 삼대장이 모인 페스티벌이 있었습니다. 23 클라켄플랍이 그것입니다. 차오동과 만능청년여점이 이름을 올린 페스티벌이죠… 마이 리틀 에어포트는 왜 없냐고요? 현지인 관객으로 참여했습니다. 아무튼 모였죠?
차오동과 만청은 이미 같은해에 따로 한번씩 출국해서 봤지만 한번에 같이 나온다? 못참죠? 그래서 갔습니다.(뒤도 안보고 예매, 그리고 환율 보니 티켓값이 30만원 넘음…)


하북의 맹주 만능청년여점
저날 헤드라이너인 영국의 펄프께서 아시아 땅에 오신다고 다들 호들갑 떨때 저는 만청보러 세컨 무대 맨 앞줄에 있었습니다.

타이페이의 차오동…
반년 후 세번째로 내한와서 제대로 눈도장 찍고 갔더랬죠…





그 외에도 악단광칠🇰🇷아타라시 카코🇯🇵절명청년🇭🇰🇹🇼오토보케 비버🇯🇵 등을 보았습니디.
2024
윤하 20주년
뭐든 시작과 끝이 있는 법인데 끝은 언제 즉을지 모르니 단언하기 어렵지만 시작은 단언컨데 국락원탑 고윤하 우리누나 락스타였습니다.
이 누나도 1년에 한두번 보면 되겠거니 했는데 정신차려보니 연초에 세번이니 연말에는 앨범 냈다고 또 투어 도는데 가서 한번 뵈었네요.
응원봉 대신 벨트를 높이 들고 놀았습니다.





My Little Airport 20주년
위에서도 언급한 마이 리틀 애어포트(줄여서 MLA)도 윤하와 데뷔한 연도가 동갑내기고 20주년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전년 전전년 공연은 매진되고 추가열고 했었는데 올해는 무슨 락페스티벌 메인무대 쯤 되는데 당일까지 예매를 열어놔서 고민하다 이틀 갔습니다.
다들 공연준비도 잘했고 굿즈도 수량이 넉넉했으며 앵콜로 7곡씩 불러줬던 공연이었습니다. 케이팝도 좋지만 제겐 이 형님 누님들이 아이돌입니다.



앵콜때, 줄잡이들이 악보 하나에 머여 연주하는 낭만 치사량의 모습

그리고 엊그제… 소음만세 in 부산
부산의 낭만 소음발광 그리고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 수상밴드이자 싱앨아 아저씨(밴드의 기타리스트께서 수상소감으로 ‘싱글은 앨범이 아닙니다’ 를 시전하자 붙은 별명) 보유밴드 단편선 순간들 조인트 공연

퇴근하고 부산 넘어가고 가서 밥먹고 하느라 소음발광은 얼마 못봤습니다.




앨범에 비해 공연은 상당히 달리는 로큰롤이었습니다.
공연은 앨범이 아니더군요…
결론:
여태까지 많은 공연을 보아왔고 앞으로도 보게 될 것입니다.
가끔 돈 쓴느거 보면 미친놈인가 싶긴 한데… 옛날 어느 어른이 남자는 취미가 없으면 술 도박 여자에 빠진다고 했는데 그런 것들에 빠지는 것 보다는 덜 쓰겠지 하고 삽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취미 열심히 하세요.
오타쿠한테 자기 취미 써보라고 게시판 열어줬길래 써 보니 존나 기네요…
이상 저의 존나 긴 취미서술이었습니다.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