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추천 -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누가봐도 옛날 애니입니다. 어릴적에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기억이 있던 것 같은데, 제작연도(1998), 한국 방송연도(2001)를 알아보니 착각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익숙한 bgm, 익숙한 엔딩곡을 보니 어렸을때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장르는 로맨스 코메디와 순정만화 사이를 왔다갔다 합니다. 장르의 불명확성 보다는 분위기의 완급 조절을 잘 한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나타납니다. 순정만화의 무거운 장면이 진행될 때, 너무 무겁게 진행되지 않게 코메디로 분위기를 전환 합니다. (영화빼고는) 진지한걸 못 보는 저로써는 이러한 완급 조절은 장점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고등학생의 성장만화 장르도 나타납니다.
요세 나오는 연애만화와는 달리 갈등과 해결 구도가 매우 빠르게 나타납니다. 요세 연애만화에는 초반에 시작한 오해나 갈등이 완결쯤에 마무리 짓는다면, 이 만화는 오해나 갈등이 대부분 한 화만에 해결됩니다. 답답하다고 느낄 틈을 안줍니다. 억지로 주인공 이야기를 추가하지 않는 대신,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첨가하는 방식으로 전개를 풀어나갑니다. 주변 인물의 이야기는 주인공의 이야기 흐름이 끊기기 않게, 적절히 짧게 나옵니다. 그렇다고 1회성으로 쓰고 버리는게 아니라, 꾸준이 등장시키는 것 또한 스토리 구성을 잘했다는 생각이 듦니다.
꽤 재미있게 봤지만, 매우 큰 단점이 있습니다.
(아래는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작품이 중간에 끊어 버렸습니다.
이 애니는 [그 남자! 그 여자!]가 원작입니다. 원작을 안봐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 애니는 원작 1부에서 끊는 것도 아닌, 7권에서 끊는 것도 아닌, 7권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니 나온 68p 에서 끊는 느낌이 났습니다. 주인공이 흑화될까 말까 하는데 끝납니다. 공부밖에 모르는 주인공이 처음으로 연극을 하는데, 준비하는 장면만 보여주고 끝납니다. 심지어 주인공이 아닌 주변 인물이 끝을 냅니다. 애니 26화로 끝나는 퀄리티 좋은 원작 예고편 인 것 같습니다.
어른의 사정이 있는 거겠죠. (원작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본 경제 위기에 대한 설명을 같은 장면으로 2번인가 3번인가 하던데, 어른의 사정이 있는 거겠죠. 어른들도 끝까지 만들고 싶었지만, 어른의 사정으로 못만든 거겠죠…..
아무튼 완결을 개판으로 낸 점만 감수하면, 너무 무겁게 흘러가지 않게 완급 조절을 잘하는 재미있는 작품임으로 추천합니다.
예고편을 봤으니, 저는 이제 원작을 보러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