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 슬레이어를 살

미국의 브래들리 본드, 필립 Ninja 모제즈 두 작가에 의해 일본 라이트노벨 형식으로 작성되고, 이것을 트위터 상에서 일어로 번역하여 연재하는 특이한 연재방식의 라이트노벨,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미국인 시점으로 본 일본의 닌자, 즉 와패니즘 거기에 사이버펑크가 적당히 잘 버무려진 양질의 소설인데,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가장 큰 특징으로는 역시 이 작품만의 독특한 문체인 ‘인살어(忍殺語)’ 가 있겠습니다. 예를 적당히 들어보자면 ‘다반사’ 를 ‘다반 인시던트’ 라고 쓴다든가, ‘아비규환’ 을 ‘아비 인페르노’ 라고 쓴다든가, 또 ‘어린애 손목 비틀기' 를 ‘베이비 서브미션’ 이라고 쓴다든가… 이런 문체는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높다란 벽이 되지만, 대충 읽다가 보면 어느새 익숙해져서 작품의 큰 매력 중 하나가 되어줍니다.

인터넷에서 유머글 좀 보고 돌아다녔다 하면 한 번 쯤 봤을 법 한 이 짤의 정체가 바로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주 짓수(타격기임) 소용돌이권(발차기임) 다도(암살술임)
이렇듯 누가 봐도 호불호가 많이 갈릴 법 한 소설이지만 그걸 아주 깔끔하고 또 아주 맛을 잘 살려서 재창조한 미디어매체가 있는데 바로 코믹판입니다. 아니메이시욘은 망했어요.
작가는 ‘코믹마스터 J’, ‘가면전사 아쿠메츠’, ‘진 마징가 ZERO’ 그리고 만화 외적으로는 FGO의 캐릭터 히시카타 토시조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요고 유키 그리고 타바타 요시아키 콤비입니다. 일단 작가가 관록이 넘치는 작가이다보니 작화도 그렇고 연출도 그렇고 수준급입니다. 대충 50개 정도의 장편 에피소드로 구성된 길고 긴 닌자 슬레이어 1부를 13권에 압축해 그려내고, 현재 2부인 교토 헬 온 어스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장면.
스토리는 산을 뒤엎고 바다를 가르는 가공할 닌자 존재에 대한 전설이 어린 아이들 동화처럼 치부되는 근미래 일본의 네오사이타마 번화가에 위치한 스고이타카이 빌딩에서 가족과의 단란한 식사를 즐기고 있던 후지키도 켄지가 갑작스럽게 실제 닌자들의 습격을 받아 처자식을 잃고 본인도 살해당하려는 찰나 닌자를 죽이는 닌자인 닌자 슬레이어의 닌자소울…이 빙의되어 처자식을 죽인 닌자를 모두 죽이기로 맹세하는 스토리입니다.
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면 이재용이 사실 닌자고 삼성은 사실 대기업으로 위장한 닌자 단체인데 삼성 소속 닌자들에게 처자식을 살해당한 중소기업 사원이 닌자가 되어 이재용의 모가지를 따러 가는 내용입니다.
닌자만큼 사이버펑크 세계에 대한 묘사도 훌륭한 편이라 인조 인간 기술을 이용한 클론 야쿠자가 존재하고, 이미 해양 오염으로 많은 어류들이 멸종한 뒤라 일반 서민들은 실제 참치로 만든 초밥이 아닌 정체불명의 가루를 물로 반죽해 만든 바이오 참치 초밥을 먹고… 사이버펑크 2077처럼 사이버펑크적 기술을 중심적으로 묘사하는 게 아니라, 그런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소설의 국내 정식 발매는 사실상 끊겼다고 보아도 될 수준이지만, 본래 소설이 트위터에서 무료로 연재되었던 만큼 그것의 번역판이 현재 연재중인 4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번역되어 DCinside 닌자 슬레이어 갤러리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번역팀이 최근 한국 팬들의 활동이 활발해짐을 눈치채고 국내 번역팀을 모집하여 픽시브 팬박스 등지에서 일본 내 사이트에서 유료 제공되던 plus 에피소드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화판은 1부, 그러니까 1권부터 13권까지의 내용 전체를 트위터의 @njslyr_ukiyoe 계정에서 볼 수 있어요.

참고로 공식 어카운트가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한국 내 닌자 슬레이어의 팬은 약 2억 명입니다.
인구 수 6천만의 나라에 존재하는 2억명의 팬… 333.33%의 팬층을 보유한 인기작 닌자 슬레이어
모두 한번 감상해 보는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