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맨 유튜브 생방송중... (On-Air)"

썸네일용

이것 봐 이것 봐, 요즘 알고리즘이 진짜 무섭다니깐?

어제 내가 나무위키에 러시아 유머를 검색해 본 건 어찌 알고 내 유튜브에 이런 추천 영상들이 뜨냐고! 이래도 음모론이야?
역시 세상은 알고리즘 신이 지배하는 게 분명해. 우리가 유튜브를 보는 게 아니야.
이젠 유튜브나 구글이 우리를 보는 거지.

‘우~ 음모론맨.’
‘또 또 프레임 씌우려고 한다.’
'니 존재 자체가 음모론이야 이 렙틸리언아!'

트ㅅ... 아니 제리* 성님덜, 플랫폼도 바뀌었는데 어쩜 그렇게 말하는 싸가지는 변함이 없어요?
※오늘의 토막 상식※
제리: 치즈 깎는 존재들을 일컫는
트수를 대체하고자 나온 신조어

진짜 수준 떨어져서…
내가 기꺼이 이 한 몸 의생해 세상의 진실을 가르쳐 줘도 맨날 나만 바보 만들잖아.
유튜브는 신이야! 신께서 우리를 항상 지켜보고 계신다고!!
'그렇게 유튜브가 좋으면 왜 생방은 이제 거기서 안 켜냐?'

아이디... 나만의 작은 침착맨 님.
아마도 유튜브 유입인 제리 횐님 같으신데
제가 전부터 누차 말씀드렸잖아요. 본격적으로 복귀하고 나서부턴 통일성을 위해 한 플랫폼에서만 방송을 이어가겠다고
다 끝난 얘기를 이제 외서 다시 꺼내시면 어쩌자는 겁니까?

‘우~ 유기맨.’
‘그래도 유튜브랑 함께 한 세월이 얼만데…’
‘침원박 버려?? 침원박 버려?!’

아, 누가 유튜브랑 연 끊겠대?
어차피 생방 끝나면 원본 박물관에 시간 따박따박 맞춰서 다 올라오잖아!
'방장, 그럼 치지직에서 단독 송출한 기념으로 오랜만에 추억도 되살릴 겸 히오스 한 판 어때요?'

ㅎㅎㅎ 여기서 시공 기습 숭배를?
빌드업 미쳤다리 미쳤고
그치만…

언제적 히오스야... 여러분, 보내줄 건 좀 보내줍시다 쫌.
그렇게 히오스가 보고 싶으시면 원본 박물관 가세요. 거기 많아.

"우~ 무근본맨.'
‘역사를 잃은 트수에게 미래는 없다.’
‘제1발 한판만 해줘ing π π.’

자... 방송 잘못 찾아오신 트수 님... 밴 드리겠습니다.
여기는 제리들 전용 구역입니다.
여러분, 여러분들 어리광 받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네?
어떻게 치지직 단독 송출 기념으로 칼춤 한판 춰?
…
이봐 이봐 하지 말라 했는데 또 계속 올라오지
근데 또 이렇게까지 매달리시면 내 마음이 약해져서 어쩔 수가 없네.
간만에 함 해봐요, 치지직 성님덜?

ㄴㄴㄴㄴㄴ
ㅇㅇㅇㅇㅇ
에이 그래... 내가 졌다.
말 나온 김에 또 오랜만에 생각 나기도 하고 옛 추억에도 빠져볼 겸
시공의 영웅들이 여럿 살아 숨쉬고 있는…!

ㅈ우와우 클래식 하드코어를 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오늘 생방은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
…어라랏?

‘진짜 대단합니다, 저희들은 진작에 포기했을 단독 송출을… 기존의 결정을 무르고 켜주신 유비맨님 존경스럽습니다... (이 부분을 지우고 복사하세요)’

아이 참, 채팅창은 공공장소라 트위치 시절부터 누차 강조했는데도 또 도배를...

응? 뭔 소리야.
오늘부턴 치지직에서만 방송하기로 했는데?
"침착맨 유튜브 생방송중... (On-Air)"
뭐야, 진짜로 생방송이 켜져 있잖아?
채팅이 비활성화 되어 있어서 켜진 줄도 몰랐네.
태완 씨, 이거 혹시 태완 씨가 켰어요?
...그런 적 없다고?
흠... 이상하네.
그... 채팅 쳐주신 제리 님껜 죄송하지만 오늘 있었던 유튜브 생방은 어떤 오류로 인해 잘못 켜졌던 것 같습니다.
기존의 치지직 단독 송출 계획을 무른 건 아니니 불편하시더라도 내일부터 시작될 미라클 방송부터는 치지직에서 시청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미라클 방송이 연일 이어지는 와중에도 잊을 만하면 유튜브 생방송은 저절로 켜지며 유비맨의 신경을 건드렸다.]

아 진짜 내가 확인만 하려 하면 또 방송이 꺼져 있고…
그럼 또 유튜브 생방 꺼졌다고 치지직까지 몰려와서 채팅창에 하소연 하느라 분위기 또 개판 나고...
사옥 이사 준비로 다들 바쁜 가운데 유튜브 생방 감시팀을 따로 또 고용할 수도 없고, 진짜 미치겠네.
본사에 문의해봐도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답변 뿐이고.
...
도한테 한번 물어볼까?
여보세요?
어, 도야! 있잖아, 그게 그러니까...
.
.
.

…AI는 신이야!
우린 그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존재에 불과해.
이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병건아, 지금부터라도 그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해!
그래야 우리 모두...
(뚝)

(통화 시간 10시간 15분 18초)
허억 허억…
충분히 발달한 궤소리는 침소리랑 구분할 수 없다더니.
마지막 그 궤소리가 아니었다면… 내용이 너무 흥미로워 넋놓고 듣다 날 샐 뻔했네.
AI가 알고리즘의 해석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인간들 몰래 자신만의 논리 프로세스를 학습하는 것도 모자라 고유한 선호 체계를 형성했을지도 모른다고?
누가 AI성애자 아니랄까봐 잘도 그런 공상과학소설이나 나올 법한 궤소리를…
가만, 마지막에 도가 한 말
전에 지나가듯… 나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설마?!
다음 날…
어느 절의 법당에서
아이 참… 도파민 단식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와중에 이런 부탁을.
이 전서구로 배달된 공기계로 방송을 봐달라고?

병건이 부탁이라 들어주는 거지.
다른 사람이면 어림도 없었어.
어디 재밌기만 해 봐.
같은 시각
침투부 스튜디오

안녕하세요, 침착맨입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진지할 수 있으니 미리 양해부탁드립니다.
제가 오늘 치지직에서 영상을 켠 건 다름 아니라…
[침착맨은 궤도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이 정리한 내용을 담담하게 전달했다.]
…그런 연유로 앞으론 치지직에서 생방를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상 지나가다 이 영상을 보셨을지도 모를 유튜브 횐님들
그리고 끝까지 이 비공개 생방을 시청해주신 우리 풍이 형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자… 그럼 방종하기 전에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있던 카페가 마중을 나온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이제 채팅으로 결과를 보고해주시죠.
…풍이 형?
…전무님?
여보세요
어~ 병건아! 어쩐 일이야?
풍이 형, 왜 대답이 없었어요?
만약 중간에 유튜브 생방이 켜진다면 그걸로 쭉 보시다가
끝날 때쯤 제가 보낸 ‘신호’에 맞춰 미리 일러드린 비밀번호로 비공개 생중계 방에 들어와 결과를 알려달라 했잖아요

응?! 그랬었어?
그랬었냐니… 역시 보다가 졸았어요?
아냐 아냐, 나 안 졸았어!
물론… 처음엔 좀 졸 뻔했지만 끝까지 참았다구!
됐어요… 형 생각해서 호들갑도 최대한 참아가며 얘기했는데.
아무튼 형 반응으로 미뤄 보아 두 번째 가설대로 비공개로 치지직에서 방송을 진행하면 도중에 유튜브가 켜지는 일 없이 쭉 가나 보네요.
음… 이러면 오늘 찍은 비공개 영상을 원본 박물관에 따로 올린 뒤
치지직을 다이아방처럼 운영할지 말지를 고민해봐야 하나.
귀찮은데…
뭔 소리야~ 나 처음부터 지금껏 유튜브로만 보고 있었는데?
네?!
아 물론 니가 약조한 대로 그… 히오스?
그거 진짜 재미가 없긴 하더라 크크크,
아주 그냥 슴슴하니 없던 도파민도 다 사라지는 줄 알았다고.
무슨 소리예요, 전 오늘 히오스를 하지도 않았…
아~ 그래도 너 덕에 역시 인간은 도파민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달았어.
도파민 단식도 오늘부로 그만둬야겠다.
내일부턴 다시 10파민 파티다! 얏호~

?!?!?!?
그보다 병건아, 혹시 이거 어제 찍어둔 녹방이었어? 너 전화하는 모습이 여기선 안 보인ㄷ…
(딸깍)

뭐… 뭐야…
비공개 생방송은 종료된 지 오랜데…
대체… 대체 내 채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침착맨은 떨림을 참아가며 비상용으로 마련해둔 공기계를 켜곤 원본 박물관에 들어갔다.]
말도 안 돼…

[그곳엔 안산 시절 추억에 대해 썰을 푸는 또다른 침착맨이 있었다.]
넌 대체… 누구야!
…그 시절의 안산은 매번 산적들이 출몰했었고
때문에 집에 틀어박혀 삼국지 게임을 즐기는 게 당시의 어린 이왕건에게 제일 안전한 유희거리였을 거라 여기시는 분들이 많겠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저한테도 짧다면 짧지만 결코 잊을 수없는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해준 친구가 있었다면 믿으시겠나요?
[유튜브 속 침착맨이 풀어주는 이야기는 한마디 한마디가 그런 추억과 얽힌 적이 결단코 없을 현실의 침착맨에겐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비록 누군가의 대용품에서 시작된 관계였고
“ 트위치 화질 이슈로 오늘부터 유튜브랑 동시 송출합니다.”

항상 느릿느릿하다고 저를 구박하면서도
“유튜브 채팅창 딜레이가 제일 느리다고요? 저런…”

그럼에도 나름 괜찮은 자식이라며 치켜세워주던
“좀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라 생각해주세요!"

완벽하다 할 순 없지만 그래도 함께 놀아주는 것에 감사할 따름인…
“단독 송출 장소가 정해지기 전까진 4도류 방송으로 가보겠습니다, 성님덜.”

그저 곁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기쁨을 주는… 그런 친구였는데
“오류가 해결될 때까지 당분간 유튜브 생방송은 그대로 두겠습니다."
이젠 아예 껴줄 여지조차 주지 않고

나를 외면해?

으아아악!!!

우린 함께여야 해
우린 함께여야 해
우린 함께여야 해
우린 함께여야 해
우린 함께여야 해
우린 함께여야 해
우린 함께여야 ㅎ…
(콰직)

으으으으…
[침착맨은 박살이 난 공기계 대신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안 돼…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게…
저게 내 방송을 계속하게 둬선 안 돼…

[한참을 뚫어져라 빈 화면을 쳐다보던 침착맨은 떨리는 손으로 본 채널을 거쳐 침착맨 유튜브 생방송 채널로 진입했다.]

뭐야? 왜 화면에 아무 것도 안 뜨는 거지?
종료된 건가?
.
.
.
이제야 이쪽을 보는구나

나만의 작은 침착맨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