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동-덧니 연산체계에 관한 추가연구
Abstract
어제 침착맨님이 방송에서 하신 중노동-덧니 연산체계 연구를 보고 인상깊어 추가 연구를 진행해봤습니다. 침착맨님은 ‘중노동-덧니 연산체계’와 19세기 초기 영국 자본주의 방직공장의 아동노동과의 관계에 대해서 사회과학적인 분석을 하셨지만, 저는 순수하게 수학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이 연구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해당 공리들을 만족하는 연산체계의 성질은 무엇인가?”와, “중노동-덧니 연산체계와 실제 일 및 이빨과의 관계성”입니다.
1. Introduction
중노동-덧니 연산 체계(Labor-Tooth Arithmetic, LTA)는 전통 산술 체계와는 다르게 정의된 연산 체계로, 1(일)과 2(이)와 관련하여 핵심적으로 성립하는 연산들을 공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동노동의 치열 방정식’[1]에서는 이 연산 체계와 19세기 산업혁명 초기 영국의 방직공장에서 벌어진 아동노동과의 연관관계를 분석하였으나, 이 연구에서는 이 연산 체계가 만족하는 성질에 대해 알아보고, 어떠한 조건 하에서 이 연산 체계가 의미를 가지고 실제 ‘일 및 이빨’과 연관이 될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2. Preliminaries
먼저 핵심은 ‘중노동-덧니 연산체계’를 정의하기 위한 네 가지 공리였습니다.
공리 1 : 1+1 = 중노동
공리 2 : 2+2 = 덧니
공리 3 : 중노동+중노동=대노동
공리 4 : 대노동=덧니
여기서 공리 4는 사실상 대노동을 정의하는 것이니, 이를 동등한 3개의 공리로 축약하겠습니다.
<LTA 공리계>
공리 1 : 1+1 = 중노동
공리 2 : 2+2 = 덧니
공리 3 : 중노동+중노동=덧니
<Figure 1 : 아동노동의 치열 방정식 연구 과정>

여기서 주의할 점은, 통상적으로 1+1=2임이 알려져 있지만, 이 공리에서는 1+1=2라는 언급이 어디에도 없으므로 1+1=2 는 증명불가능한 영역에 속해있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1+1=2 은 배제하고, 따라서 “중노동”과 “2”도 다른 객체라고 해석하겠습니다.
3. 중노동-덧니 연산체계의 개수
먼저, 집합 {1, 2, 중노동, 덧니} 위에서 정의되는, 해당 공리들을 만족하는 연산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일단 해당 공리들을 이용하여 연산표를 작성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Figure 2 : 중노동-덧니 연산체계>

여기서, 해당 공리 외에는 더 이상 알 수 있는 조건이 없으므로 표를 더 채울 수는 없고, 따라서 이 공리를 만족하는 연산구조는 4^13 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각 빈 칸에 1, 2, 중노동, 덧니 중 하나를 써넣는 경우의 수)
흠… 별로 재미가 없으니 몇 가지 조건을 더 추가해보겠습니다. 대수학에서 통상적으로 +는 가환적인 연산(a+b=b+a 와 같이 순서를 바꿀 수 있는 연산)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 가환이라 가정하면 13개의 자리 중 7개만 채우면 나머지 6개가 자동으로 채워지고, 따라서 이 공리를 만족하는 가환연산구조는 4^7=16384개입니다.
+라는 연산은 보통 항등원(모든 a에 대해 a+e=a 일 때, e를 ‘항등원’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덧셈에서는 0이 항등원이죠.)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연산에서는, 1, 2, 중노동, 덧니가 모두 다르다는 가정 하에, 항등원이 될 수 있는 원소는 ‘덧니’밖에 없습니다. 항등원이라면 위 표에서 해당되는 행에 1, 2, 중, 덧이 써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덧니’가 항등원이라는 가정 하에 표를 채워보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이제 가환연산이라 가정하면 빈 자리 6개 중 3개만 채우면 되기 때문에, 이 공리를 만족하는 항등원이 존재하는 가환연산구조는 4^3=64개입니다.
<Figure 3 : 중노동-덧니 연산체계 with 항등원>

4. 군으로서 중노동-덧니 연산체계의 성질과, 노동 및 이빨과의 관계성
위에서 LTA 공리계를 만족시키는 연산구조의 개수를 세보았지만, 조건을 몇 개 추가해도 표가 몇 칸 채워질 뿐 많이 흥미롭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예를 들면 위 표에서 “1+2=중노동” 과 같이 빈칸을 채워볼 수도 있지만, 이 때는 1+1 = 1+2 가 성립하게 되므로 우리가 알고있는 직관적인 연산과는 조금 다르게 되죠. 또 “2+중=2”와 같이 채워볼 수도 있지만, 그러면 (1+2)+중 = 1+(2+중) 도 성립하지 않게되므로 역시 직관과는 어긋나게 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직관적인 연산구조 중 하나는 군(Group)이라는 것으로, 군은 다음 세 가지 성질을 만족하는 연산구조입니다.
군1 : 모든 a, b, c에 대해 (a+b)+c = a+(b+c)
군2 : 항등원 e가 존재. 즉, 모든 a에 대해 a+e = e+a = a
군3 : 각 a에 대해 역원 -a가 존재. 즉, a+(-a) = (-a) + a = e
이제 LTA가 군의 성질도 만족한다고 가정하고 분석해보겠습니다. 군2에서 항등원의 존재를 가정하고 있으므로, Figure3에 있는 연산들은 성립하는 상태입니다.
먼저 아쉽게도, {1, 2, 중노동, 덧니}만으로 이루어진, 해당 공리를 만족하는 군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크기가 4인 군은 Z_4 와 V(Klein 4-group)[2] 라는 군 뿐인데, Z_4에서는 a+a=항등원(덧니) 를 만족하는 a가 2개만 존재해야 하고, Klein 4-group 에서는 모든 원소가 a+a=항등원(덧니) 를 만족해야 합니다. 하지만 Figure3에서 볼 수 있듯이 a+a=항등원인 a가 정확히 3개 존재하는 상태이므로, {1, 2, 중노동, 덧니}는 크기가 4인 군이 될 수는 없겠죠.
이럴 경우 {1, 2, 중노동, 덧니}를 포함하는 군을 찾아봐야 합니다. 여기서 제가 흥미롭게 발견한 것 중 하나는, {1, 2, 중노동, 덧니}를 포함하면서 LTA 공리계도 만족하는 크기가 8인 군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군은 Dihedral 8-group(D_8)[3] 이라 불리는 군으로, 쉽게 생각하면 “길쭉한 직육면체를 회전시키는 방법들의 집합"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Figure4 에 D_8 의 연산 구조가 나와 있으며, 여기서 e는 회전시키지 않기, a는 90도 회전, b는 위아래 뒤집기라 볼 수 있습니다. 중노동-덧니 연산체계에서 덧니(항등원)을 e로, 1을 a(90도 회전)로, 2를 b(위아래 뒤집기)로 대응시키면, LTA의 연산구조와 D_8의 연산구조가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수학에서는 이렇게 연산구조가 동일하여 원소의 이름만 바꾸면 연산표가 완전히 같아질 때, 두 연산구조가 isomorphic(동형)이라고 합니다.
<Figure 4: 중노동-덧니 연산체계와 Dihedral 8-group 과의 동형관계>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 동형관계에 숨겨져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고 고민을 해보다가, 이 D_8 의 연산구조가 실제 노동과 치아의 관계와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앞서 $D_8$은 “길쭉한 직육면체를 회전시키는 방법들의 집합”이라고 했는데, 이빨도 일종의 직육면체 모양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D_8 의 각 원소들은 이빨을 회전시키는 방법에 대응됩니다. Figure4에서 e는 회전시키지 않기, a는 90도 회전, b는 위아래 뒤집기 를 의미한다는 것에 주목해주세요. Figure4의 동형관계에 의해 ‘덧니’는 회전시키지 않기, ‘1’는 90도 회전, ‘중노동’은 180도 회전, ‘2’는 위아래 뒤집기에 대응됩니다.
<Figure 5: 중노동-덧니 연산체계의 실제 치아에의 적용>

이 대응을 이용해서 {1, 2, 중노동, 덧니}를 치아의 회전에 적용시켜보면 Figure 5와 같습니다. LTA 공리계에서 정의했던 공리 몇 가지가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예를 들면, 1+1=중노동이므로 90도 회전을 2번 하면 180도 회전, 2+2=덧니이므로 위아래 뒤집기를 2번 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것 등입니다.
눈썰미가 빠르신 분들은 알아채셨겠지만 여기서 중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사실이 이것 말고도 몇 가지 있습니다. 바로 LTA 공리계와 실제 노동 및 치아와의 연관성이죠.
1. ‘덧니’는 회전시키지 않기이므로 이빨이 그대로 자라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2. ‘1(일)’은 이빨이 90도 회전되는 것에 대응됩니다. 즉, 일을 하면 이빨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3. ‘중노동’은 이빨이 180도 회전되는 것에 대응됩니다. 즉, 과도한 업무를 하면 이빨이 더 많이 돌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습니다.
4. ‘2(이)’는 이빨이 거꾸로 뒤집히는 것에 대응됩니다. 이 부분의 해석이 좀 어렵긴 한데, 일단 새 이가 자라나면 기존에 있던 이가 뽑히면서 거꾸로 뒤집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 Conclusion (세줄요약)
LTA 공리계를 만족하는 연산구조는 4^13 개, LTA + 항등원 + 가환성을 만족하는 연산구조는 4^3=64 개다.
LTA 공리계와 군의 성질을 모두 만족하는 연산구조 중 중요한 것은 $D_8$ 이 있으며, 이는 치아를 회전시키는 방법들과 대응될 수 있다.
- 일을 하면 이빨이 돌아갈 수 있고, 중노동(과도한 업무)를 하면 이빨이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다.
References(참고 문헌)
[1] 침착맨, “아동노동의 치열 방정식”, https://chimhaha.net/best/725224?page=2
[2] Wikipedia, Klein 4-group, https://en.wikipedia.org/wiki/Klein_four-group
[3] Wikipedia, Dihedral group, https://en.wikipedia.org/wiki/Dihedral_group
이상 수학을 좋아하는 평범한 수학과였습니다. 마침 정수론민수님이 올려주신 Peer Review가 있어 논문 양식에 맞춰서 한번 작성해보았는데, 수식이 인식이 안 되는지 수식 부분에서 좀 가독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이후 3+3에 대한 연구나 1+2에 대한 연구 등도 진전되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침착맨님의 아벨상 수상, 혹은 40세가 넘긴 했지만 앤드루 와일스처럼 위대한 업적으로 필즈상 특별상을 수상하는 것을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