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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받았습니다

리초무
02.14
·
조회 560

발렌타인데이 저녁, 나는 혼자 편의점에 갔다. 누군가에게 줄 초콜릿은커녕, 나 혼자 달달한 걸 먹으려고 온 거였다.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형광등 불빛이 반짝였다. 나는 초콜릿 코너로 가 피스터블 초콜릿을 집었다.

그때였다. 내 옆에 누군가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슬쩍 옆을 보니, 믿을 수 없는 얼굴이 보였다.

“미... 미스터비스트?”

나는 눈을 의심했다. 유튜브에서만 보던 그가, 내 바로 옆에 서 있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발렌타인데이에 혼자 초콜릿 사러 왔어?”

나는 순간 당황해서 우물쭈물했다.

“어... 그냥 단 게 땡겨서요.”

그는 피식 웃더니, 내게 피스터블 초콜릿을 하나 건넸다.

“그럼 이거, 내가 주는 발렌타인데이 선물이야!”
 

나는 얼떨떨하게 초콜릿을 받았다. 그런데 그때, 미스터비스트가 특유의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커다란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는 안에서 묵직한 돈다발을 꺼내 내 앞에 내밀었다.

“그리고... 너 오늘 운 좋은 날이야. 여기 100만 달러도 줄게!”

내 심장이 멎을 뻔했다. 편의점 안은 순식간에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직원조차 입을 벌리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진짜로요?” 나는 손을 덜덜 떨며 물었다.

미스터비스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넌 이제 백만장자야! 해피 발렌타인데이~”

순간 눈앞이 아득해졌다.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 하나 사러 왔다가 인생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나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돈뭉치를 끌어안았다.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그때였다. 편의점 스피커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아니, 잠깐. 이건 그냥 배경음악이 아니었다.

문이 열리더니, 선글라스를 쓴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자이언티였다.

그는 마이크도 없이 편안한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꺼내 먹어요~♬”

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 초콜릿을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자이언티는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계속 노래했다.
 

“배고플 땐~♬ 참지 말고~♬”

미스터비스트가 박수를 치며 흥겹게 리듬을 탔다. 편의점 직원도 리듬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순간 확신했다. 이건 분명 꿈이다.

초콜릿 하나 사러 편의점에 왔다가 100만 달러를 받고, 미스터비스트를 만나고, 자이언티의 라이브 공연까지 보게 될 줄이야.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냉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뇨아뇨.”

나는 움찔하며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유명 의료 유튜버이자 내과의사, 우창윤 선생님이었다.
 

그는 천천히 다가오더니, 내가 손에 쥐고 있던 피스터블 초콜릿을 뺏었다.

“초콜릿은 당분이 너무 많아요. 혈당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고, 특히 과도한 초콜릿 섭취는 비만과 당뇨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나는 당황해서 미스터비스트를 쳐다봤지만, 그는 단순히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발렌타인데이니까 초콜릿 좀 먹어도 되지 않나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우창윤 선생님은 단호했다.

“아뇨아뇨, 하나 정도야 괜찮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한두 개로 안 끝난다는 거죠. 그리고 피스터블 초콜릿도 결국 가공된 음식이에요. 건강을 위해선 견과류나 다크초콜릿이 더 낫습니다.”

그는 내 손에서 초콜릿을 빼앗아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니까… 이건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나는 황당해서 입을 떡 벌렸다. 발렌타인데이, 100만 달러, 미스터비스트, 자이언티, 그리고 이제는 우창윤 선생님까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미스터비스트는 빵 터지더니 나를 툭툭 쳤다.

“좋아, 그럼 초콜릿 대신 건강한 걸 사! 어차피 넌 이제 100만 달러가 있잖아?”

나는 한숨을 쉬며 편의점의 견과류 코너를 바라보았다.

초콜릿 하나 사러 나왔다가 갑자기 부자가 되어버렸지만… 결국 초콜릿은 못 먹었다.

이건 최고의 발렌타인데이일까, 최악의 발렌타인데이일까?

태그 :
#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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