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하하를 잠시 떠납니다
이번에 일이 잠시 소란스러웠을 때만 해도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침착맨이라는 사람이 너무 익숙했고, 그를 좋아하는만큼 그의 행동에 신뢰가 있었고, 그에게 익숙해진만큼 그의 말과 행동에 동감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친구와 통화를 하던 도중 타 커뮤니티에서 어떤 여론이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쭉 둘러보았습니다. 너무나 마음이 아프더군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서는 이해해주고 존중해주던 사안이, 어디선가 물어 뜯을 소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분했습니다.
결국 새벽 내내 인터넷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세상이 방장님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계속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마음이 불안했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비난받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너무 다양한 사람이 있었고 너무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부정적인 내용이 있을래야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침하하에 오면 기분이 좀 나아질 줄 알았습니다. 여기는 팬커뮤니티이니까요. 다들 방장님을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마냥 또 그렇지 않더군요. 그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아, 저 사람들만큼 반대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구나.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하고 상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또다시 불안해서 여기저기 가보게 되고. 다시 침하하로 오고. 이러저리 오가며 정신없이 감정이 복잡해졌습니다.
과거에도 유튜브를 참 좋아해서 시간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방장님을 알기 전에도 마음에 든 한두 채널을 깊게 파서 좋아해본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어떤 논란에 휘말리는 경험을 몇 번 했습니다. 논란을 보고 내용을 잘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더 이상 이 사람을 좋아할 수 없겠구나.” 나에게 있어 큰 부분을 차지했던 사람을 내쳐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 가혹했습니다. 비록 한번도 만나본 적 없고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방장님을 잃기 싫었습니다. 분명 이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큰 문제가 없다고 말이죠. 하지만 굉장히 열을 내며 말하는 일부 글을 보면서 혹여나 큰 일로 번질까 무서웠습니다. 똑같은 상실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했던 것이죠. 지금 세상이 그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전부 알고 싶었습니다. 그가 세상으로부터 미움받지 않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허탈해졌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겨우 멈추었지만 몸과 마음은 여전히 요동쳤습니다.
평소 커뮤라 해도 침하하에 들러서 방장님 짤도 보고 알렉산드리아 짤 도서관 열람하는 정도였습니다. 가끔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친절한 회원님들께 질문도 하곤 했습니다. 커뮤니티의 커뮤니케이션치곤 부실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침하하와 침하하를 사용하던 회원님들을 사랑했다고 거짓없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글은 침하하도 눌러주고, 방장님이 새로운 게시판을 열었다하면 쏜살같이 달려와보고, 생방 도중 재밌는 부분이 있을 때 나처럼 생각한 사람이 쓴 글이 올라오지 않았는지 들어돠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들 침착맨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약이 누군가에게 간혹 치명적인 독이 되곤 합니다. 침하하도 커뮤니티인지라 다양한 글이 올라옵니다. 다양한 의견도 올라오고요. 끊임없이 도파민과 주제가 쏟아집니다. 하지만 저는 그 안에서 냉철히 판단하지 못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지 못하는 성향입니다. 그러니 쉽게 감정적으로 휘둘리는 것 같습니다. 결국 제가 차분해지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모든 커뮤니티가 그렇고, 심지어 침하하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저는 단지 침착맨을 좋아했습니다. 과거의 그때처럼 차분히 침착맨을 좋아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안정되면 돌아오겠습니다. 제가 왜 침착맨을 좋아했는지 분명히 압니다. 침착맨은 저를 위로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저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방장님의 장점으로 작용하는 모습을 보고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침소리가 멈춘채 한없이 차가운 방장님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파고들 순 없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여전히 침착맨은 제가 좋아하는, 존경해 마지않는 인물입니다.
당분간 유튜브 댓글, 침하하 등 방장님께 우호한 입장을 가진 곳에서도 잠시동안 멀어져볼까 합니다. 여느 대인관계가 그렇듯이 파도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가까워졌지만 지금은 멀어지는 것이 적절해보입니다. 일주일이 되었든, 한 달이 되었든, 곧 들어갈 군대에 가서든, 제대를 한 후에든, 더욱 건강해진 모습으로 오고 싶습니다. 침하하는 침착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남아있을 곳이니까요. 저는 매일 저녁 7시마다 방장을 만나는 일에만 출중하겠습니다.
P.S. 이 글을 쓸 곳도 결국 침하하밖에 없네요. 제가 회원님들을 글자수만큼 사랑한다는 뜻으로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들 즐침하하하시길 바랍니다! 아 ㅃㅇ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