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마치 광고와 같다.
제가 대학생이던 시절에는, 무가지(無價紙)라는 무료 신문이 있었습니다.
전철역 출입구마다 가판대가 놓여있고, 출근시간 사람들은 한 장씩 갖고 전철에 몸을 싣곤 했죠.
인터넷은 보급되었지만 아직 스마트폰은 없던 때, 신문과 TV가 소식을 독점적으로 전하던 시절에는
그만큼 기자들의 콧대도 높았고, 가짜뉴스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의 소식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전해졌습니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고, 신문을 펴지 않고도 손바닥 안에서 모든 정보와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되자,
온라인 언론의 힘이 폭발적으로 커졌고 기사와 기자를 평가하는 잣대는 오로지 클릭 수에 좌우되게 되었습니다.
이름만 기사일 뿐, 자극적인 낚시글과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설익은 루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너무나 늘어나 버렸죠.
물론 지금도 좋은 기사, 좋은 기자는 있습니다.
위험한 지역에 한 몸 던져 소식을 전하고, 사회과학 논문 수준으로 깊이 현상을 파고들고, 장기간의 취재를 거쳐 기획 기사를 써내는 기자들이 있고
읽으면서도 감탄하게 되는 기사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클릭 수를 빨아들이고 노출 수익을 만들어내는 건 결국 양산형 찌라시들이기 때문에,
좋은 기사는 한 줌 뿐이지만 오물 같은 저질 기사들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 되고 말았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오늘날의 기사는 마치 광고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광고 중에서도 예술적인 영상미와 허를 찌르는 촌철살인 카피로 소비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는 광고들이 있지만 역시 그 수는 한 줌 뿐,
매일매일 우리가 접하는 건 기적의 ㄱ, 로얄 ㅁ치, 라ㅅ트 워, 마ㅍ아 시티 같은 똥쓰레기 같은 광고들 뿐이죠.
클릭 수에 혈안이 되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너무 비슷해서 기사는 마치 광고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광고를 보고 굳이 다운받아서 플레이하고 현질까지도 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저질 기사도 굳이 클릭하고 댓글까지 다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아마 사실 관계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을 거고, 그냥 소비하고 싶은 오락거리가 필요한 거겠죠.
‘얼마나 심심했으면 저런 기사를 읽고 댓글까지 다는 것이 오락거리일까…’하고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측은지심을 가집시다.
우리가 똥쓰레기 광고를 보면 스킵하고 다운 받지 않는 것처럼
오물 같은 저질 기사도 제목만 보고 스킵하고 클릭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상책입니다.
나이가 드니 말과 글이 길어진 3학년 6반의 잡담이었습니다 빵애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