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상 보충) 몽골은 왜 이슬람 군주를 잔인하게 죽였을까?
지난 번에 운동하면서 침원박 듣다가 내용 관련 몇몇 지점을 보충해서 올려야지~ 생각하고 집에 와서 하나를 올렸어요
그런데 올리다 보니, 뭔가 올릴 내용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한 주제만 올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보다 보니 그게 뭐였는지 떠올랐습니다!
바로 몽골 제국이 1258년 바그다드에 이슬람 정통 왕조인 압바스 왕조를 쳐부수고 그 최고 군주였던 할리파(칼리프) 알무스타심을 봉투(?)에 넣고 말로 밟아 죽였다는 이야기죠.
알파고 님께서는 몽골군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정도로 간단히 언급하고 가셨는데요, 사실 우리 입장에서 엄청 잔인하게 죽인 건 맞지만 몽골인들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호의를 베푼 처형 방식이었답니다.

(위 그림은 15세기 유럽에서 그려진 알무스타심의 죽음 그림입니다.)
알무스타심의 죽음에 관해서는 크게 2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가 저 위에 묘사된 것처럼, 당시 몽골 원정군 총 지휘자이자 칭기스 칸의 손자였던 훌레구가 알무스타심을 사로잡은 뒤, 황금으로 가득한 방에 가두고 문을 잠가 굶어죽게 만들었다는 설이죠.
이 이야기는 마르코 폴로의 글에 언급된 이야기입니다. 호화스러운 생활을 했던 할리파를, 보기엔 좋지만 먹을 수 없는 황금만 가득한 방에 넣어 놓고 죽을 때까지 황금만 보다가 굶어죽게 만들었다는 동화같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건 그냥 썰 정도고, 정설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가 알파고님이 언급하셨던, 봉투(?)에 사람을 집어넣고(정확히는 마대자루 같은 곳) 말로 자루를 밟아서 죽여버렸다는 설입니다. 이게 보통 정설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자루에 사람을 집어넣고 말로 밟아서 죽이는 방식은 몽골의 전통적 처형 방식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그것도 아무한테나 쓰는 처형 방식이 아니라, 고귀한 혈통을 지닌 사람을 처형할 때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으로 처형당한 사람 중 대표적인 인물이 칭기스 칸의 절친이자 영원한 숙적이었던 자무카였죠.

칭기스 칸의 일화를 조금이라도 들어 본 적이 있다면 자무카에 대해서는 대략 들어본 적이 있으실 거예요.
어릴 때부터 오갈 데 없던 테무진(칭기스 칸)과 의형제를 맺고 분투하다가, 결국에는 권력을 두고 사이가 벌어져 여러 번 충돌하였고, 최종적으로는 칭기스 칸에게 패하여 처형당한 인물이었습니다.

몽골 제국의 형성기를 다룬 대표적인 책으로는 『몽골비사』라는 책이 있는데요, 여기에는 다른 책에서는 나오지 않는 칭기스 칸의 어린 시절, 몽골 통일 과정 등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위에 보시면 ‘몽골비사’가 아니라 ‘원조비사’라고 되어 있는데요, 이 책은 원래 몽골어로 쓰인 책이지만 몽골어 원본은 사라지고 한자로 몽골어 음을 표기한 버전만 남아서 제목도 한문 버전으로 된 게 남아서 그렇습니다.)
아무튼 이 책에 자무카의 죽음에 관한 애잔한 내용이 있습니다.
자모카가 “옛날 어릴 적에 코르코낙 숲에서 칸 형제와 의형제를 맺고는 … 가로막은 자에게 사주 받고 곁에 있는 자에게 들쑤셔져 헤어져 버리고 나자 마음에 못을 박는 말들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내 검은 얼굴을 벗기울까 봐 (다시) 가까이 할 수 없었다. … 이제 나의 칸 형제가 용서하여 나와 동무하려고 한다. 동무했어야 할 때 동무하지 않았다. 이제 형제는 주위의 나라를 평정했다. 외방을 모두 합병했다. 칸의 자리는 그대에게 향했다. 천하가 이제 준비되어 있는데, 동무하여 무슨 도움이 될까? 오히려 검은 밤에 형제의 꿈에나 보일 것이다. 밝은 날, 그대의 마음이나 괴롭힐 것이다. … 형제가 허락하면, 나를 빨리 떠나게 하면, 형제의 마음이 편안하다. 형제가 허락하여, 죽일 때 피가 안 나오게 죽여라! 죽어 누우면, 나의 유골이라도 높은 곳에서 영원히 그대의 후손의 후손에 이르기까지 가호하여 주겠다. 내가 축복이 될 것이다. ….”
고 하자 칭기스 카한이,
“…무거운 길이 있는 사람이다. 이것이 그가 죽어야 할 까닭이라고 이야기하도록 하라. … 이제 동무하자고 하면 아니 된다. 그대는 목숨을 아끼면 안 되게 되었다고 하더라고 말하라! 이제 그대의 말대로 피가 안 나오게 가게 하라고 그랬다고 일러라!”하고 분부하고는, “피가 안 나오게 가게 하고 그의 뼈를 보이게 버리지 마라! 잘 거두어라!”하고 명했다. 자모카를 거기서 가게 하고, 그의 뼈를 거두게 했다.
(유원수 역, 『몽골비사』, 사계절, 2004, 193-196쪽.)
바로 피가 나오지 않게 처형을 한다는 이야기죠. 몽골인들은 죽을 때, 특히 처형당해서 죽을 때 피가 몸 밖으로 나와 땅을 적시는 것을 불명예스러운 죽음으로 여겼습니다. 땅에 피를 흘리면 가축이 먹어야 할 풀이나 물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라는 등 그 이유에 대한 여러 설이 있으나, 저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그런 풍습이 있었기 때문에 처형을 하더라도 고귀한 혈통 등을 처형하는 경우, 처형 대상을 배려하여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피를 흘리지 않게 처형하곤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묶거나 자루 같은 곳에 넣은 다음 말을 타고 사람을 밟아서 피가 줄줄 흐르는 외상 없이 내출혈(…) 등으로 죽게 만드는 처형법이었죠.
어찌 되었건 우리 눈으로 본다면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처형법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뭐 그 때 그들의 풍습이었다고 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몽골이 바그다드를 점령하고 알무스타심을 처형한 방식은, 적국의 군주를 마구 잔인하게 처형한 것이 아니라 그나마 그래도 적의 군주니까 최대한 자기네 식으로 명예롭게 처형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건 몽골인들 입장이고, 무슬림 아랍인들이 보기에는 정말 뜨악한 일이었죠. 그러니까 지금까지도 온갖 악명이 남아 있는 거였고요.
마지막은 3줄 요약 가겠습니다.
1. 알파고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몽골 침입 때 압바스 왕조의 할리파는 봉투(?)에 들어가 말에 밟혀 죽었다.
2. 그런데 이건 그냥 잔인한 처형법이 아니라, 몽골인들 입장에서는 최대한 배려해서 명예로운 방식으로 처형한 것이었다.
3. 그렇지만 그건 몽골인들 입장이고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보기에는 일국의 군주를 푸대자루에 넣고 밟아 죽이는 미친 짓으로 보여서 지금까지 악명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