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인기!
용건만 간단히, 움짤은 한 번 더 생각
금병영에 상의하세요
야생의 이벤트가 열렸다
즐겨찾기
최근방문

해양경찰 복무 시절 이야기

게시판
24.04.19
·
조회 972

저는 군대를 해양경찰 의경으로 나왔습니다.

 

진해 해군 훈련소로 들어가서 해군이랑 같이 훈련 받고 후반기 교육만 ‘해양경찰학교’라는 곳에서 받는 보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는 해양경찰관들과 같은 배에 타서 보조 업무를 수행합니다. 더럽게 무거운 선박 장비들을 옮기거나, 밥을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그중 제일 재밌는 건 배의 키를 잡는 일인데요. 영화에서 보통 선장이 멋지게 잡고 막 돌리는 거 있죠?

 

정말로 일개 의경이 그걸 잡고 직접 좌우로 운전합니다. 면허 자격증 이런 거 없어요. 그냥 일병 달면 다 조타실 올라가서 키 잡습니다.

 

물론 어디로 갈지는 옆에서 함장이나 항해장이 말해줍니다. 하지만 옆에서 말해준다고 그대로 갈 수 있으면 운전면허가 왜 있겠습니까?

 

여느 군대가 그렇듯이 보통 짬이 찰수록 키를 잘 잡긴 하지만, 짬이랑 관계 없이 못 잡는 놈은 평생 우왕좌왕합니다.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지니 본론으로 돌아가서

 

제가 50톤짜리 작은 배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이런 배는 주로 근해 지역을 돌아다니며 안전 사고를 관리합니다.

 

그런데 ‘어젯밤 낚시하러 나간 남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라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이런 종류의 실종 사고는 보통 시체를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실종 위치도 확실치 않을 뿐더러, 당시 근무했던 서해 지역은 조수가 활발해서 물살이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흐르거든요.

 

제가 키를 잡고 정장님(작은 배는 ‘정’이라고 부릅니다)이 지시하는 대로 이곳저곳을 수색해 봤지만 역시나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정장님이 “야 ㅁ순경 조수표 좀 가져와 봐.”라고 하시곤

 

몇 시에 밀물, 몇 시에 썰물인지 한참을 유심히 보시더니 바로 우현 전타.

 

왔던 길을 한참 되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항로를 완전히 벗어나서요(길이 좁은 근해 지역에는 안전을 위해 정해진 항로가 있고, 모든 배는 그 길로만 다녀야 합니다).

 

 

 

당시 정장님은 젊을 때 어부 일을 좀 하셨던 분이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실제로 지나다니다가 갑자기 어선이 저희 옆에 오더니 갑판 위로 물고기 던져주고 간 적도 있고(하지만 김영란 법 때문에 받으면 안 됩니다)

 

가끔 할 일 없는 밤에 표류경계 설 때면 낚시하고 오셔서 매운탕 끓여주시며 새꺄 괜찮다며 빨뚜를 멕이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분이다 보니, 근방의 낚시터 위치를 고려하고 조수표에 따른 물살 흐름을 대강 예상했던 것 같아요.

 

정장님의 지시대로 따라가니 정말로 항로에서 완전히 벗어난 위치에 검은 물체가 둥둥 떠있는 게 보였습니다.

 

밤사이 바닷물에 퉁퉁 불어 터진 시체였습니다.

 

 

바다에서 물고기를 건져 올릴 때는 그물을 사용하지요.

 

바닷물을 같이 끌어올리기에는 너무 무거우니까요.

 

하지만 바다에 빠진 시체를 건질 때는 그물을 사용해선 안 됩니다.

 

물에 퉁퉁 불어버린 시체가 그물 망을 따라 갈라져 버리거든요.

 

 

 

저는 창밖으로 경찰관과 구조대가 낑낑대며 두꺼운 포대를 사용해 검은 물체를 푹 떠서 끌어올리는 걸 지켜보았습니다.

 

키를 잡고 있느라 갑판 위에 나가서 시체를 눈앞에서 보지는 못했어요. 아마 그럴 자격도 안 됐겠죠.

 

하지만 멀리 조타실까지도 그 냄새가 풍겨 왔고, 군 생활 동안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희 작은 배의 갑판에 그 포대를 실은 채 빠지로 돌아오는 길에 저희 조타실은 침묵에 잠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근데 방장 방송이 방금 끝나서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댓글
가지무침전문점
24.04.19
더 써주세여,,
오롤루
24.04.19
좀만 더 풀어주시면 안될까요..(구걸)
재밌단마리양~

😊침착맨 전체글

레몬맨
일반
소야진
·
조회수 780
·
24.04.23
<라이즈 오브 침들러>
생중계
배추살땐무도사
·
조회수 739
·
24.04.23
지금 입고 계신 옷.. 2
일반
연보라
·
조회수 1040
·
24.04.23
이거 진지하게 멋있음... 46
일반
애기호박
·
조회수 9740
·
24.04.23
Whyrano,,, Whyrano,,, 1
일반
오병이병건
·
조회수 1016
·
24.04.23
실시간 우재형 반응ㅋㅋ 14
일반
침착무이비엔
·
조회수 11295
·
24.04.23
방금 앨리게이터 얘기
생중계
썬더블러프차돌짬뽕진동토템
·
조회수 664
·
24.04.23
방장 오늘자 테무 남친룩 코디 51
일반
꽁치가천원은꽁지머리
·
조회수 15206
·
24.04.23
선물주러 온 침착맨 우재쿤 시점
일반
침투부전문시청팀사원
·
조회수 2145
·
24.04.23
퍼스널 컬러 다시 확인해야ㅑ… 2
일반
건두부
·
조회수 1544
·
24.04.23
방장 리들러옷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들었는데 1
생중계
꼬불이
·
조회수 1250
·
24.04.23
도파민맨 43
일반
차돌짬뽕자메이카1호점
·
조회수 8317
·
24.04.23
생방 진짜 오랜만에 보는데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
일반
gyadsk
·
조회수 928
·
24.04.23
배급제로 식량을 얻는 미래사회 2
생중계
썬더블러프차돌짬뽕진동토템
·
조회수 785
·
24.04.23
너무 폭력적이라서 할말을 잃었습니다 2
일반
최근본영화
·
조회수 862
·
24.04.23
아까 침맨이 쓴 요고 안경 이름 뭔가요 6
일반
7a3zu2
·
조회수 1495
·
24.04.23
횐님들의 선택은? 6
생중계
깜찍발랄쥬쥬박
·
조회수 1069
·
24.04.23
예전에 염선생 방문때도 느꼈지만 2
일반
그냥질라
·
조회수 1088
·
24.04.23
시방 저게 뭐시여~
일반
침짱짱맨
·
조회수 848
·
24.04.23
래퍼 침콰이엇 1
생중계
옾월량
·
조회수 757
·
24.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