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 복무 시절 이야기
저는 군대를 해양경찰 의경으로 나왔습니다.
진해 해군 훈련소로 들어가서 해군이랑 같이 훈련 받고 후반기 교육만 ‘해양경찰학교’라는 곳에서 받는 보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는 해양경찰관들과 같은 배에 타서 보조 업무를 수행합니다. 더럽게 무거운 선박 장비들을 옮기거나, 밥을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그중 제일 재밌는 건 배의 키를 잡는 일인데요. 영화에서 보통 선장이 멋지게 잡고 막 돌리는 거 있죠?
정말로 일개 의경이 그걸 잡고 직접 좌우로 운전합니다. 면허 자격증 이런 거 없어요. 그냥 일병 달면 다 조타실 올라가서 키 잡습니다.
물론 어디로 갈지는 옆에서 함장이나 항해장이 말해줍니다. 하지만 옆에서 말해준다고 그대로 갈 수 있으면 운전면허가 왜 있겠습니까?
여느 군대가 그렇듯이 보통 짬이 찰수록 키를 잘 잡긴 하지만, 짬이랑 관계 없이 못 잡는 놈은 평생 우왕좌왕합니다.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지니 본론으로 돌아가서
제가 50톤짜리 작은 배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이런 배는 주로 근해 지역을 돌아다니며 안전 사고를 관리합니다.
그런데 ‘어젯밤 낚시하러 나간 남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라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이런 종류의 실종 사고는 보통 시체를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실종 위치도 확실치 않을 뿐더러, 당시 근무했던 서해 지역은 조수가 활발해서 물살이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흐르거든요.
제가 키를 잡고 정장님(작은 배는 ‘정’이라고 부릅니다)이 지시하는 대로 이곳저곳을 수색해 봤지만 역시나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정장님이 “야 ㅁ순경 조수표 좀 가져와 봐.”라고 하시곤
몇 시에 밀물, 몇 시에 썰물인지 한참을 유심히 보시더니 바로 우현 전타.
왔던 길을 한참 되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항로를 완전히 벗어나서요(길이 좁은 근해 지역에는 안전을 위해 정해진 항로가 있고, 모든 배는 그 길로만 다녀야 합니다).
당시 정장님은 젊을 때 어부 일을 좀 하셨던 분이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실제로 지나다니다가 갑자기 어선이 저희 옆에 오더니 갑판 위로 물고기 던져주고 간 적도 있고(하지만 김영란 법 때문에 받으면 안 됩니다)
가끔 할 일 없는 밤에 표류경계 설 때면 낚시하고 오셔서 매운탕 끓여주시며 새꺄 괜찮다며 빨뚜를 멕이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분이다 보니, 근방의 낚시터 위치를 고려하고 조수표에 따른 물살 흐름을 대강 예상했던 것 같아요.
정장님의 지시대로 따라가니 정말로 항로에서 완전히 벗어난 위치에 검은 물체가 둥둥 떠있는 게 보였습니다.
밤사이 바닷물에 퉁퉁 불어 터진 시체였습니다.
바다에서 물고기를 건져 올릴 때는 그물을 사용하지요.
바닷물을 같이 끌어올리기에는 너무 무거우니까요.
하지만 바다에 빠진 시체를 건질 때는 그물을 사용해선 안 됩니다.
물에 퉁퉁 불어버린 시체가 그물 망을 따라 갈라져 버리거든요.
저는 창밖으로 경찰관과 구조대가 낑낑대며 두꺼운 포대를 사용해 검은 물체를 푹 떠서 끌어올리는 걸 지켜보았습니다.
키를 잡고 있느라 갑판 위에 나가서 시체를 눈앞에서 보지는 못했어요. 아마 그럴 자격도 안 됐겠죠.
하지만 멀리 조타실까지도 그 냄새가 풍겨 왔고, 군 생활 동안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희 작은 배의 갑판에 그 포대를 실은 채 빠지로 돌아오는 길에 저희 조타실은 침묵에 잠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근데 방장 방송이 방금 끝나서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