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진지함) 밤 12시에 몰래 싸지방하다가 겪은 일

군대에 있을 적 겪었던 일입니다.
때는 길고긴 공군 전역을 1달 반정도 앞둔 말년 시절
저는 헌병이라는 특권아닌 특권과
간부님들과 친했던 점을 이용해
밤 12시쯤 몰래 싸지방에서 신나게 페이스북을 보고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옆자리의 컴퓨터가 혼자서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싸지방에는 고장난 컴퓨터가 꽤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평소 방장의 침소리처럼 혼잣말을 자주하던 저는
컴퓨터가 켜진 옆자리의 의자를 빼며
"어 앉어 앉어~"
마치 사람이라도 온 마냥 허공에 대고 환영해주었습니다.
"야 너도 여 앉어~"
또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반대쪽 옆자리의 의자를 빼는 시늉을 하려는 찰나
'위이잉..'
우연의 일치인지 그 자리의 컴퓨터도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가 고장나면 꺼지는 게 아니라 켜지기도 하는건가...?'
괜시리 등골이 서늘해진 저는 또 다시 혼잣말을 뱉었습니다.
"너네 몇기냐??? 아 나보다 선임인가?? 응~ 그래봤자 아무것도 못하죠?"
그리고 문득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구슬이라도 굴려보던가"
구슬을 굴려보라는 제 혼잣말이 끝나자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습니다
"구르르르르르---"
'이게 무슨소리지...?'
들어본 듯하면서도 낯설은 소리에 의문을 가질 찰나
"탁!"
무언가를 치는 소리와 함께 저는 그 소리의 정체를 깨닫고
싸지방을 뛰쳐나와 내무실로 달려갔습니다.
그 소리는, 나무창틀 위에 올려진 쇠구슬이 창틀을 따라 굴러가다
벽을 때리고 멈춘 소리였던 것입니다.

ㅡ쇠구슬이라는 건, 평소 오컬트를 광적으로 좋아하던 제 후임.
휴가를 나가서도 흉가탐험을 하던 그 후임이 가져온 구슬이었습니다.
휴가 때 어디선가 가져온 쇠구슬.
후임이 말하길, 창틀에 두면 귀신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려할 때
굴러서 소리를 낸다고 하던 그 구슬입니다.ㅡ
그렇게 내무실로 뛰쳐가 바로 공군의 상징 하늘색 동이불로 쏙 들어간 저는
어릴적 다들 생각하듯
이불 밖으로 발이 삐져나가면 귀신에게 발을 붙잡혀 끌려갈까
이불로 온몸을 꽁꽁 두르고 공포에 떨다가
베개 밑에서 pmp를 꺼내 원피스를 보다가 잠이 들었습니다..ㅋㅋ
그리고 이내 헌병이었던 탓에 후임이 다음 근무자를 깨우러
내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끼이이익-'
다 삮은 나무 문짝이 내는 소리에
평소 잠귀가 예민한 저는 잠에서 살짝 깨었던 것 같습니다.
후임은 선임 자리를 아직 못외운 막내 였는지
다른 선임들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한참을 살펴봤습니다.


벽에 붙은 붉은색 LED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20분.
보통은 새벽 3시 근무를 위해 2시 40분에 깨우는데
뭐 이렇게 빨리왔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후임은 제 앞에서서 저를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찾았다…”
찾기는 무슨, 저의 근무시간이 아니었기에 깨우면 혼내줄 생각으로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후임은 그대로 뒤돌아 나가버리더군요.
이때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저는 아마 그대로 잠들었던 것 같습니다.
'끼이이익-'
불쾌한 나무 문짝 소리와 함께 누군가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근무 인원들을 능숙하게 깨우고는 다시 나갑니다.
'벌써 아침인가?'
깨우러 온 후임의 목소리가 막내가 아니었고,
새벽에 다른 근무인원을 깨우러 온 탓에 한 번 깨었고
이번에는 두번째 깨는 것이므로
아침 7시 근무인원을 깨우러 온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눈을 떠서 다시 붉은색 LED 시계 바라보니 새벽 2시 45분.
'어?'
'...'
'더 잘 수 있네 개꿀 ㅋㅋ'
그러고는 대수롭지 않게 잠에 들려는 찰나..
‘그렇다면 25분전에 들어온 건 누구였지???’
그 후에는 말출을 나가서 더 이상 내무실에서 잘 일이 없었습니다.
새벽 2시 20분에 내무실에 들어와 저를 보며 찾았다고 말한 사람은 누구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