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있을때 저희 대대에서 유명했던 괴담
현역 시절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대대 내 타 중대(화기중대)에서 있었다고 들은 이야기구요
대대내에서는 꽤나 유명했던 이야기였고, 간부들도 ‘나도 직접 들은적 있다’ 라고 했던 이야기였습니다.
저희 대대에는 한 4 곳 정도의 근무지가 있었고, 이 4곳의 근무지를 각 중대들이 돌아가며 맡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 4곳 옆에 2곳의 폐쇄된 근무지가 또 있는데, 저때에는 이미 폐허처럼 변해있던 곳들이었습니다.
이 2곳의 폐쇄된 근무지 중 한곳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느 부대의 근무가 그렇듯,
근무는 곧 간부와의 싸움이고
정말 거수자가 나타날지에 대한 전방경계보다는 순찰을 도는 간부들에 대한 후방 경계가 더 빡세기 마련입니다.
2인 1조로, 초장(고참)과 초병(후달)으로 나뉘어 경계를 설때면,
(이러면 안되지만) 초장들은 근무지의 가건물 안에서 몰래 잠을 자고,
후달들은 홀로 간부가 순찰을 오나 안오나 뒤를 보는 경우들이 왕왕 있었습니다.
그날의 이야기도 같았다고 합니다.
초장과 초장, 2명으로 구성된 근무조는
여느때처럼 새벽에 근무교대를 하고 근무지에 들어갔고,
대충 근무 교대교신을 날린 초장은 자리에 누워 잠에 들었고
초병만 외롭게 후방을 경계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달은 안떠서 어둡고
이상하게 평소보다도 더 조용해서
후달인 초병은 슬슬 졸려서 잠이 오는데, 이러면 안되는거고, 선임인 초장한테 걸리면 혼나는거지만
총을 대충 기대어놓고 난간에 팔을 기댄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 기척이 느껴져 잠이 확 깼는데
저기 멀리 사람 형체가 있었답니다.
새벽에 근무 서본 분들은 알겠지만, 불빛도 없는 곳에서 사람 형체는 그냥 커다란 시커먼 찰흙덩어리 같이 보입니다.
순찰온 간부인건가? 하고 잠이 확 깬 초병은 초장을 황급히 깨웠는데, 자다가 일어난 초장도 ‘간부라고?’ 하면서 황급히 철모를 쓰고 총기를 든채 나왔답니다.
그런데 평상시같으면 근무지로 슬슬 올라오면서 암구호를 대게 유도할 간부가 가만히 서서 이쪽을 바라만 보고 있는겁니다.
이게 뭔가 싶어서 둘은 멀뚱멀뚱 쳐다봤는데, 역시 원칙대로 암구호를 대길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져서
초장이 암구호를 대고 답하길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답이 없는겁니다.
다시 또 암구호를 댔는데, 역시나 답이 없습니다.
‘다음 근무 교대자가 장난치는거 아니냐?’ 하고 황급히 시계를 쳐다봤는데 근무 교대 시간도 아니었습니다.
‘답하지 않으면 쏘겠다’ 라면서 대충 총을 겨누는 시늉을 했는데,
갑자기 그 물체가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야 이거 거수자냐? 진짜 거수자냐??’
갑작스러운 상황에 둘 다 당황했는데, 초장이 초병을 이끌고 추격하자고 했답니다.
‘저희 이거 지통실에 보고하고 근무지에서 기다려야하는 거 아닙니까?’ 하고 초병이 물었는데
초장이 ‘야 그럴 틈이 없어. 어서 빨리 따라와’ 하고 재촉해서
허겁지겁 초병도 초장을 따라 근무지 밑으로 내려와 거수자가 도망친 방향으로 달렸는데, 한 100m 나 달렸을때였을까
초병이 자기가 총기를 놓고 온걸 깨달은겁니다. 꾸벅꾸벅 졸때 총기를 기대어놓은걸 정신없어서 못 챙겨온거였죠.
‘저 총기 놓고 왔는데 다시 가져와야하는 거 아닙니까?’
하니까 초장이 기합이 빠졌다고 욕하면서도 일단 그냥 추격하라고 하는데,
총기도 없이 추격해봤자 소용없고 혹여 총기 없이 추격한 게 간부들한테 알려지면 더 혼날까봐
‘저 얼른 빨리 갖다오겠습니다!’ 하고 뒤를 돌아,
‘너 빨리 안 따라와!!’ 하고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초장을 뒤로 하고 다시 근무지로 헐레벌떡 뛰어 올라갔는데,
가건물 안에서 초장이 자고 있었답니다.
그 모습을 본 초병이 정신이 나가서 난리를 피웠고, 이 보고가 지통실에까지 가서
이후 대대 전체가 떠들썩해지고 이후에도 ‘헛것을 봤다’ 라는 근무자들의 호소가 많아지자
해당 근무지를 폐쇄했다 라고 들었습니다.
괴담 이야기 하신다길래 생각이 나서 적어봤습니다
글 쓰고 나서 기억난건데, 저희 소대 생활반에 귀신이 있었어서 중대가 하루동안 떠들썩했던 적도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