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이라기엔 애매한 직접 겪은 이야기
저의 본가는 지방이지만 고등학교를 서울에서 다니게 되어 서울에서 홀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반 년 정도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저는 매주 토요일 10시에 지하철을 타고 당산역까지 가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 달에 한 두 번은 꼭 마주치는 여성 분이 있었습니다. 단발머리에 올블랙차림을 한 그 분은 상당히 미인이셨는데 뭔가 이질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름에도 긴 코트를 입고 있었고 꼿꼿한 자세로 앉아 앞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피부가 좋은 건지 플라스틱처럼 엄청 맨들맨들한데 뭔가 사람이 아닌 느낌? 처음에는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이나 밀랍인형인줄 알았습니다.
너무 이상한데 주변에서 딱히 신경쓰는 것 같지 않길래 저도 별 생각 없이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고삼이 되고 봉사활동도 안 가게 되면서 그 여자 분이랑 마주칠 일도 없어졌죠.
그러던 어느 날, 은행에서 우연히 그 여자 분과 마주쳤습니다. 그 분은 지하철에서 있던 것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이 의자에 꼿꼿하게 앉아 무표정으로 앞만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괜히 소름이 끼쳐서 바로 밖으로 나왔는데 그 당일 날 저녁. 집 근처 빵집을 갔다가 그 여자분을 또 마주쳤습니다. 빵집에 테이블이 몇 개 있었는데 은행에서 있었던 자세로 똑같이 앉아있더군요.
또 다시 도망을 친 저는 그 이후 그 여자를 보지 못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며 그 여자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저는 가족들과 함께 거제도로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거제도에서 어떤 카페에 들어갔는데 꽤 커다란 통창이 있는 카페였습니다.
저는 무심코 창밖을 쳐다보게 되었고, 창밖으로 보이는 횡단보도에서 또 봤습니다. 단발에 긴코트를 입은 여자를요.. 횡단보도의 반대편이라 꽤 멀었지만 직감으로 그 여자라는 것을 확신했고, 평소와는 다르게 그 여자는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빵을 고르고 있던 엄마를 불러오니 그 여자는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뭐하는 사람인지 진짜 의문이고.. 거제도 일도 2년전이라 앞으로 마주칠지는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