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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와 물귀신의 우정

굶망굶망전무웅가
24.04.17
·
조회 873

산둥성 쯔촨 지방의 북쪽 교외에 쉬[許]씨 성을 가진 어부가 살고 있었다. 

그는 매일 저녁 강가에 나가 술을 마시며 고기를 잡았다. 

술을 마실 때면 언제나 술 한 잔을 강물에 부으면서 기원하였다.

 

 “물에 빠져 죽은 귀신들이시여, 이 술 한 잔 드시오.”

 

 반드시 이 말을 하고선 술을 마셨는데, 다른 어부들이 전혀 고기를 잡지 못할 때에도 

쉬씨만은 언제나 광주리 가득가득 고기를 잡았다.

 

 어느 날 저녁 쉬씨가 혼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데 

어떤 젊은이가 쉬씨 주변을 왔다갔다하며 서성거렸다. 

쉬씨가 같이 앉아 술 한잔 나누자고 청하니 젊은이는 인사를 한 후 점잖게 앉아 술을 마셨다. 

그러나 그때까지 쉬씨는 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아 매우 서운하였다. 그때 젊은이가 일어나 말하였다.

 

 “제가 당신을 위해 물 속에 들어가 고기를 몰아오겠습니다.”

 

 그러고는 빠른 걸음으로 강 아래쪽으로 갔다. 얼마 있다가 그가 돌아와서 지금 고기 떼가 몰려온다고 말하였다. 

과연 고기 떼가 몰려오는 듯 수초들이 흔들렸다. 

쉬씨는 재빨리 그물을 던졌다가 그물을 당겨보니 그물 한가득 큰 고기들이 잡혔다. 

쉬씨는 아주 신이 나서 젊은이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고기를 나누어주려 했다. 

그러나 젊은이는 한사코 사양하였다. 젊은이는 오히려 무척이나 미안한 듯 말하였다.

 

 “저는 여러 차례 좋은 술을 대접받았는데 고기를 좀 몰아준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습니까? 

만약 저를 귀찮게 여기지 않으신다면 매일 저녁 술을 함께 하는 대신 고기를 몰아주겠습니다.”

 

 “겨우 한 번 만나 잠시 한잔 나누었을 뿐인데 여러 차례라 말할 것이 있겠소? 

만약 당신이 언제라도 올 수 있다면 나도 무척 기쁘겠소. 다만 대접을 잘 해드리지 못해 미안할 뿐이오.”

 

 쉬씨가 이렇게 말하고 젊은이의 이름을 물었더니 그 젊은이가 대답하였다.

 

 “저의 성은 왕씨이고 다른 별호는 없습니다. 앞으로 왕류랑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다음날 쉬씨는 고기를 팔아 더 많은 술을 사가지고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 

날이 어두워 강변에 닿으니 왕류랑은 벌써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유쾌하게 술을 마셨다. 여러 잔 마신 후 왕류랑은 쉬씨를 위하여 고기를 몰아주었고 

쉬씨는 많은 고기를 잡았다. 

쉬씨와 왕류랑이 이렇게 술을 나누고 고기를 잡고 하는 동안 어느덧 반년의 세월이 지나갔다.

 

 하루는 왕류랑이 조용히 말하였다.

 

 “당신을 만난 뒤 서로의 정이 친형제보다도 더 가까웠는데 이제 작별을 해야겠습니다.”

 

 쉬씨는 깜짝 놀라며 무슨 까닭이냐고 물었다. 

왕류랑은 한참 동안 말문을 열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우리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라지만 제가 사실을 말하면 놀라실 겁니다. 

지금 헤어지면서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군요. 사실 나는 물에 빠져 죽은 귀신입니다. 

살아 생전에 술을 좋아하였는데 술에 취해 여러 해 전에 익사하였습니다. 

당신이 남보다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제가 물 속에서 고기를 몰아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술 마실 때마다 강물에 술 한 잔씩 부어서 나에게 먹여준 은혜에 대한 보답이었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나의 죄가 씻기어 나 대신 다른 사람이 죽고 나는 살아 생환할 것입니다.”

 

 쉬씨는 그 말을 듣고 한편 놀랍고 무서웠다. 그러나 오래 친하였으니 헤어지는 것이 서운했다. 

쉬씨는 술을 따라 권하면서 말했다.

 

 “류랑, 술이나 드시오. 이별을 너무 서운해 하지 맙시다. 

되차 헤어지지 않을 수 없는 일, 당연히 슬프지만 

그러나 당신의 죄가 씻기고 악운에서 벗어나니 마땅히 축하해야 할 일이지요.”

 

 두 사람은 아주 즐거이 술을 마셨다. 쉬씨는 내일 죽을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류랑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형님께서 한번 나와 보십시오. 내일 한낮쯤 한 여인이 이 곳을 지나다가 빠져 죽게 될 것입니다.”

 

 두 사람은 새벽닭이 울자 서로 헤어졌다.

 

다음날 쉬씨는 강가에 나가 무슨 변고가 일어날지 기다렸다. 과연 한 여인이 어린아이를 안고

지나가다가 강변에서 발을 헛디뎌 물에 빠졌다. 그 여인은 두 손으로 아이를 힘껏 물 밖으로 던지고는

손발을 허우적거리며 부르짖었다. 몇번을 허우적거리던 그 여인은 마치 누가 받쳐주기라도 한 듯 

쑥 떠오르더니 강가로 기어나왔다.

여인은 숨을 헐떡거리다가 아이를 안고 가던 길을 걸어갔다. 

 

쉬씨는 그 여인이 물에 빠질 때부터 모든 것을 다 보았다.

뛰어가 구해주고 싶었으나 그 여인이 죽어야만 왕류랑과 교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냥 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쉬씨는 그 여인이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왕류랑의 말이 맞지 않은 것을 기이하게 여기며 집으로 돌아 왔다.

 

그날밤 쉬씨는 늘 고기잡는 곳으로 나갔다. 왕류랑이 나타나자 쉬씨는 어찌된 까닭이냐고 물었다.

 

"그 여인은 본래 죽게 되어있었고 나는 살아 생환하게 되어 있었는데 

그 여인이 안고있는 어린아이가 몹시 불쌍했습니다. 나 하나를 위하여 두 목숨이 죽어야 하는지를

생각한 끝에 그 여인을 살려 보냈습니다. 이제 언제 누가 나 대신 죽으로 올는지,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모릅니다. 아마 우리의 연분이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쉬씨는 왕류랑의 말을 듣고 감탄하며 왕류랑에게 위로의 말을 하였다.

 

“그 인자한 당신의 마음씨는 하늘의 상제님도 틀림없이 아실 것입니다.”

 

그들은 전과 같이 술을 마시고 또 고기도 잡았다.

며칠이 지나자 왕류랑은 또 작별 인사를 하였다. 쉬씨는 이번에야말로 틀림없이 그를 대신할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왕류랑은 다른 말을 하였다.

 

"지난 번 일은 정말로 천제(하늘의 황제)를 감동시켰던 모양입니다. 

천제께서는 저를 자오위안현의 토지신으로 파견하혔습니다. 내일 그 곳으로 가야합니다.

만일 당신이 옛 친구를 생각해 준다면 길을 멀다 말고 틈을 내어 한 번 오시기 바랍니다."

 

쉬씨는 아주 공손히 축하하며 왕류랑에게 말하였다.

"당신처럼 인정 많은 분을 신으로 봉하셨으니 정말 잘된 일입니다. 

그러나 사람과 신은 서로 사는 세계가 다른데 제가 먼길을 간다 하여도 어떻게 당신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왕류랑은 걱정하지 말고 찾아오기만 하라고 두번 세번 당부하고는 서로 헤어졌다.

몇 달이 지나 쉬씨는 짐을 챙겨 자오위안현을 찾아가려 했다. 

 

쉬씨는 자오위안현의 우진이라는 곳에 토지신의 사당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 곳 객줏집에서 하루를 쉬게 되었다. 쉬씨가 객줏집 주인에게 묻자 주인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손님은 혹시 쯔촨에서 오신 쉬씨가 아니십니까?"
"맞소! 그런데 어찌 알았소?"

 

그러자 객줏집 주인은 밖으로 뛰어나갔다. 
조금 있으려니 어른, 아이, 부녀자 할 것 없이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나와
쉬씨를 에워싸니 쉬씨는 크게 겁을 먹었다. 여러사람들이 쉬씨에게 인사를 하며 한결같이 말하였다.

 

"며칠 전 토지신께서 우리들의 꿈에 나타나 쯔촨에서 쉬씨가 찾아올 것이니
잘 대접하고 불편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하시며 또 여비를 많이 모아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쉬씨는 신통하다 생각하고 즉시 토지신 사당을 찾아가 절을 하며 말하였다.

 

"신령님과 헤어진 후 꿈속에서도 생각하다 이제 먼길을 와서 신령님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 곳 사람들의 꿈에 현몽하시어 특별한 부탁까지 하셨으니 진심으로 감격할 뿐입니다.
허나 별다른 예물을 가져오지 못하고 다만 술 한 병을 들고 왔으니 전에 강가에서 마실 때처럼 드시기 바랍니다."

 

쉬씨는 지전을 사르고 술을 따라 제단에 놓았다. 

그러자 곧 신좌 뒤쪽으로부터 한줄기 바람이 일어 쉬씨 주변을 맴돌다 멈추었다. 

그날 밤 쉬씨의 꿈에 왕류랑이 나타났다.

의관이 모두 그전과는 매우 달랐다. 먼저 쉬씨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그전처럼 말하였다.

 

"당신이 이렇게 먼 곳을 찾아와 주시니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허나 나는 직무를 띠고 있어
모습을 나타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곳 사람들이 약간의 예물을 보내드릴 것이니 
나의 정성이라 생각하고 받아주오. 당신이 떠나기 전에 다시 찾아뵐 것입니다."

 

며칠 후 쉬씨가 마을을 나서자 한줄기 바람이 일어나며 쉬씨를 둥글게 둥글게 싸고 돌았다.
쉬씨는 땅에 엎드려 절을 하고 하직 인사를 하였다.

 

"류랑, 부디 편히 계시오. 당신의 어진 마음씨는 이 곳 사람들에게 큰 복이 될 것입니다.
부디 불쌍한 인간들을 굽어 살펴 주십시오."

 

한줄기 바람은 쉬씨를 10여리나 따라온 뒤 사라졌다. 쉬씨는 그들의 선물로 부자가 되어 잘 살았고
많은 선행을 쌓았다. 뒷날 자오위안현 사람을 만나 토지신은 영험하며 모든 사람들에게 
복을 주시는 신령님이라고 칭송이 자자했다.   

 

 

출처 : <요재지이>, 포송령

댓글
대충맨
24.04.18
감동의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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