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인기!
용건만 간단히, 움짤은 한 번 더 생각
금병영에 상의하세요
야생의 이벤트가 열렸다
즐겨찾기
최근방문

라디오를 하게 된 침착맨

침캉스
24.02.18
·
조회 1146

 

청계천을 지나다가 세운상가 앞에 있는 녹슨 가판대에서 라디오를 하나 집어온 적이 있다.

진짜배기 소니인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조잡한 생김새.

그날 따라 햇빛을 보니 내심 기분이 좋아진 것인지. 내키는 대로 사본 셈이었다.

 

 

주말에도 창고에 나와 김밥 한 줄로 대충 끼니를 때우며, 일하는 내가

벌건 대낮에 유일하게 타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가 이놈 뿐이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밋밋하게 살아가던 와중에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혹은 하루아침에 달큰해진 봄밤에 마음이 넘어간 건지

잠이 오지 않는다는 핑계삼아 새벽 중에 라디오를 꺼내들었던 날이었다.

 

 

불경을 외우거나, 가스펠이 울리는 채널들을 지나서,

혹은 좌우를 논하는 격정적인 목소리들을 태연히 지나서,

 

 

 

‘아아- 미드나잇 침착맨의 이병건입니다.’

‘제가 살다보니 라디오도 해보게 되네요. 참 세상 일은 모릅니다. 그렇죠?’

 

 

 

침착맨인지, 이병건인지, 이말년인지,

이름도 세 개나 되던 그 사람이 돌연 은퇴를 말한 건 10년도 더 된 일이었다.

한창 잘 나가던 유튜버 생활, 방송 생활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하루아침에 접고는 사라졌었다.

 

 

그러고나서,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

저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될 줄은 몰랐던 터.

오랜만에 혼자 떠드는 게 멋쩍다면서, 그리고는 이따금씩 이렇게 조용히 돌아오고 싶었다고 말한다.

얼떨결에 그의 목소리를 보이지도 않는 전파로 잡아서 듣고 있는 내 모습이 웃기기도 했다.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한여름에 우연히 들려온 캐롤마냥, 반갑고도 어색했다.

 

 

 

‘제가 예전에도 음악방송을 이라는 걸 잠깐씩 했었어요.’

‘그때 듣던 노래들로 꾸며봤습니다. 시간 정말 빠르죠?’

 

 

 

이 사람이 사라진 시간 동안,

나는 아니, 우리 중 몇몇은 어른이 되거나,

본인만의 사랑을 찾기도 했고,

 

 

몇몇은 세상을 떠나거나, 어딘가 아프기도 했으며,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듣는 사람이 되기도 했고,

화를 내기보다는 급히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되어있기도 했다.

 

 

나는 라디오를 베란다로 옮기고, 소리를 조금 줄였다.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는 나처럼 갑작스레 반가운 목소리를 찾은 이들이 있을 거라는,

옅은 친밀감으로 고요한 바깥을 내다봤다.

 

 

 

‘이어서 김제형의 ‘실패담’ 들려드리겠습니다.’

 

 

침착맨이 라디오 디제이가 되는 날을 기다리며.

댓글
잠봉천사
24.02.18
흡입력있게 글 써서 후후후룩 읽혀짐
침캉스 글쓴이
24.02.18
최고의 극찬..
빙빙돌아가는
24.02.18
재밌게 읽었습니다 ㅋㅋㅋ
침캉스 글쓴이
24.02.18
감사합니다요!!!!
Unintended
24.02.18
아련해요
침캉스 글쓴이
24.02.18
바로 그거에요 그거

😊침착맨 전체글

니니님 최애라는 이 모자 비하인드 2
일반
썬더블러프차돌짬뽕진동토템
·
조회수 1555
·
24.02.20
게스트 초대석 : 망하면 게스트 탓, 잘하면 내 탓. 1
일반
익게핸드크림
·
조회수 1373
·
24.02.20
10덕 이야기랑 더러운 이야기 하면
일반
옾월량
·
조회수 897
·
24.02.20
꿈~뻑 하니까 깨알같이 주름과 수염이
일반
box
·
조회수 1014
·
24.02.20
??? : 저 남자는 무슨 기똥찬 생각을 하고 있을까? 1
일반
여름이었다
·
조회수 1050
·
24.02.20
이제 방장 배텐 안나오는 건가요? 4
일반
작은인간
·
조회수 1220
·
24.02.20
데드풀과 울버린이 때를 밀어도 다시 때가 재생하나요?? 9
일반
유구미
·
조회수 966
·
24.02.20
200만 유튜버의 품격있는 영상...
일반
썬더블러프차돌짬뽕진동토템
·
조회수 1250
·
24.02.20
오늘 뱅송 얼마나 알찼는지 3
일반
udup3a
·
조회수 1296
·
24.02.20
슈카님 바쁘신 건 알지만...개방장하고 합방 그래도 매년 두 번씩이라도 해줬으면... 19
일반
소비곳
·
조회수 7825
·
24.02.20
육식맨님 영상제목이 침투부에서 나온 내용이네요 4
일반
태완씨족차맞고쓰러진침착맨
·
조회수 1590
·
24.02.20
내일 방송 기대되네요
일반
udup3a
·
조회수 1038
·
24.02.20
개국공신 2수자 태완씨.. 2
일반
절대햄탈해
·
조회수 2377
·
24.02.20
오늘 나의 최애 억수자님을 봐서 참 좋았다
일반
침촉한침덩이
·
조회수 921
·
24.02.20
오늘 방송 요약 2
생중계
판박이맨
·
조회수 1399
·
24.02.20
오뱅알
일반
불합리해
·
조회수 777
·
24.02.20
니니님 또 와~~~~동동이도 같이 ㅋㅋㅋㅋ
일반
부산뚜비
·
조회수 1087
·
24.02.20
오늘 방송에서 패스한 밸런스 게임들 2
생중계
어려워서잘풀겠는데요
·
조회수 1767
·
24.02.20
진짜 슈카랑 침맨 둘 다 좋은 사장님이다 20
일반
우르양꼬치
·
조회수 7366
·
24.02.20
모자쓴 아저씨들 15
일반
썬더블러프차돌짬뽕진동토템
·
조회수 6425
·
2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