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 계정의 지분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중반 여자입니다.
제가 하스스톤을 처음 접하게 된건 스무살때 사귄 첫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면서부터입니다. 지금은 부대에서도 핸드폰 사용이 가능하지만 제가 기다릴때까지만 해도, 핸드폰사용이 금지였습니다. 하지만 하스스톤에 미친 제 남친은 그 시간동안 보상을 못받을게 너무 아까워서인지 제게 미션을 남겨주었습니다. 바로 주간퀘스트와 일간 퀘스트들을 다 깨놓는 것이었죠.
처음에는 내가 왜 군대간 남친때문에 이런거까지 해야되는거지?라는 현타가 조금 왔었지만, 너무 사랑했기때문에 남친한테 하스스톤을 배우고 매일 퀘스트를 깼습니다. 하다보니 하스스톤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누워서 노트북으로 유튜브를 켜놓으며 하스스톤을 하는것이 제 일상이 되어버렸죠.
그당시 일,이주일에 한번은 남친 면회를 갔었는데, 면회때 근황토크 한시간 후 치킨을 시켜서 투기장을 같이 하는것이 루틴이 되었습니다. 서로 플레이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보니 아웅다웅하면서 덱을짜고 게임을 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러다 크리스마스 쯔음 제가 남친에게 갖고싶은게 있냐고 물었습니다. 딱히 없다고 대답할줄 알았던 남친은 제게 하스스톤에서 15만원정도 하는 패키지를 결제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조금 당황했지만 결제를 그런식으로 몇번 해주고 전 제 선물을 받았습니다.
군대 전역후 남친이 핸드폰 사용이 가능해지자 그는 하스스톤을 다시 본인 핸드폰으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하스스톤의 매력에 빠지게 된 저는 금단현상이 와서, 제 계정을 파게되었죠. 하지만 새로 계정을 파니 돈도 없고 가루도 없고 카드도 없고 예전의 그 느낌이 아닌겁니다;; 그래서 전 다시 남친의 하스스톤 계정에 손을 댔습니다. 하스스톤을 하는중 다른 기기에서 접속을 하면 다른 기기에서 접속이 되었다는 화면과 동시에 다른기기에서 이어져 플레이 됩니다. 저희는 암묵적으로, 게임을 하다가도 상대가 들어오면 넘겨주었습니다. 그게 투기장이던 정규전이던.
전역후 3년동안 하스스톤 계정을 공유하다가, 5년간의 연애가 끝이 나게 되었습니다. 나쁘게 헤어진건 아니고 상황때문에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헤어지고 어느날 이제 내 하스스톤은 어떻게 되는거지?라는 걱정이 들었지만 전남친의 계정을 쓰기에는 자존심이 상해 어플을 지웠습니다. 그러다 문득, 어떻게보면 나한테도 지분이 있는 계정이고 내 노력과 돈이 많이 들어갔는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새벽에 몰래 하스스톤을 하게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새벽에만 하다가 점점 대담해지게 되어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하게되었습니다. 결국 전남친이 접속해 있는 시간에 들어가게 되어 전남친이 플레이하던 게임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근데 웃긴게 전남친이 그냥 저한테 그판을 넘겨주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서로 연락은 안하지만 하스스톤은 예전처럼 넘겨주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뭔가 고마우면서도 상황이 너무 웃겨 이게 맞는건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관계 이대로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