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속에 홀로 고립된 썰
안녕하세요? 저는 2024년이면 반 오십을 넘어가는 대학생입니다.
이래저래 고민할 것이 많아 심란한 요즘, 심심한데 제가 겪었던 일화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때는 2017년 5월,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저는 학교에서 야자를 하고 있었습니다.
별일없이 지나가나 싶었던 그때 일이 터졌습니다.
우르릉 거리며 진동소리가 건물에 울리더니 책상이 조금씩 들썩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겪어보기도 했고, 생각보다 약한 지진에 학생들 사이에선 큰 난리없이 조용한 소란이 일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야자 감독 선생님은 복도에서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런 지진은 별거 아니니까 잡담하지 말고 조용히 공부나 하고 있어라!”
중간고사 기간이기도 했고, 엄청 무서웠던 한국사 선생님이 감독이었기에 학생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안전과감증에 걸린 학생들이 불안에 떨며 학교를 탈출하는 일이 벌어지자
교내 사택에서 지내던 교장이 친히 학교에 출두하여 스피커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아아, 모든 학생들은 주목. 방금 지진은 아주 약한 강도로 야간자습활동은 차질없이 진행합니다. 모두 자리에서 자습하세요.”
평소 미덥지 못한 교장이었지만 학생들은 그려러니하고 자습을 이어갔습니다.
쉬는 시간이 지나고, 저는 사람이 없을 때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야간자습 도중에 교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작은게 급해서 재빨리 바지를 내리고 볼일을 보던 중…
우릉릉 쾅쾅! 이번에는 큰 강도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여러분은 지진이 일어나면 무슨 소리가 나는지 아십니까?
학교가 4층짜리 큰 건물이라 더 크게 울리는진 몰라도
저는 몬스터 대군이 몰려오면 이런 소리가 나겠다 싶었습니다.
볼일을 멈추지 못한체 위태롭게 자세를 잡던 저는 야속하게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하늘에서 억까라도 하는지 나오기 시작한 타이밍도 딱 맞고,
제 방광도 몸집을 크게 부풀린 상태라 물줄기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습니다.
천장과 유리창의 마구 흔들리는 소음과 학생들의 비명이 섞이며 학교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화장실 밖을 봤습니다. 학생 한명이 가방도 없이 헐래벌떡 지나가더니 그 뒤를 이어 수많은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는 물끄러미 바지를 잡고선 학교를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줄기는 계속 나왔고, 끊는 기술을 익히지 못한 저는 엉덩이에 힘을 주며 더 빨리 배출할 뿐이었습니다.
학생들의 달음박질도 다 지나가자, 제 볼일도 끝이 났습니다.
지진은 생각보다 길게 지속됩니다. 복도에 나가서도 진동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아무도 없는 학교의 모습에 처음으로 생명의 위협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말 등줄기에 오한이 느껴지고, 식은땀이 나고, 죽을 것이라는 공포감에 뒤통수가 얼얼해집니다.
길게 뻗은 복도 한 가운데에 서있던 저는 마치 뱀 몸통 속에 있는 듯 했습니다.
상하좌우로 요통지는 복도의 벽과 천장에 질색한 저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학교를 빠져 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이미 전교생의 하교 행렬이 이어져있었고, 교장은 망연자실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전화가 마비된 상황에서 기숙사에 머물던 저는 또 학교에서 2시간을 더 기다려서 부모님에 전화를 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제게 큰 트라우마로 남아있습니다.
제대로 느껴본 지진의 위력은 엄청났습니다. 복도가 휘청거리며 체조선수 리본 꺾이듯 했다는 말은 아직도 아무도 안 믿네요.
친구도 믿을 게 못됩니다. 나 화장실 간거 알면서 그냥 도망간 놈들…
패닉에 빠져본 경험도 특별했습니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때 느낄 수 있는 아드레날린 뿜뿜? 호흡이 저절로 가빠지고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게 신기합니다.
주절주절하다보니 글이 이만큼 길어졌네요. 마지막으로 지진 안전 수칙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지진이 울리면 탁자 밑으로 피신하고 탁자의 다리를 꼭 잡고 있습니다.
지진이 끝난 후 가스와 전기를 모두 차단하고,
꼭 계단을 이용해 건물 밖으로 피신합니다.
머리는 항상 보호해야합니다.
처음 느껴지는 작은 지진은 여진! 곧 큰 지진이 온다는 전조일 수도 있습니다.
모두 지진 조심하시고 이만 글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