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침순이의 눈물나는 2023년
안녕하세요 침디(라 생각하고 쓸게용)
서울에 살고 있는 25살 의대생 침순이입니다
연초에 세운 2023년 목표 중에 침착맨에게 감사편지 쓰기가 있었는데 이제야 쓰네요…ㅎ
의대생 하면 맨날 빡세게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6년 중 초반 2년은 예과라고 놀고,
중간 2년이 진짜 눈물나게 공부하는 2년이고
남은 2년은 실습+국가고시 시험 준비를 합니다.
결국 그 중간 2년이 너무 힘든데요.
코로나여서 4일정도는 기본으로 한 마디도 못 하고 혼자 공부만 하던 2년이었어요.
점심 저녁마다 함께하던 침착맨 덕분에 잘 버텼죠..
1주일, 길어도 2주마다 시험을 치고 등수가 나오던 그 너무 고통스러웠던 시절에 정말 침착맨이 있어서 미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너무 고마워서 이 2년이 지나면 꼭 편지를 써야지!! 라고 다짐했지만 3년이 지나가는 지금에서야 쓰게 되네요.
올해는 제가 5학년이 되던 해였습니다.
힘든 공부를 끝마치고 실습을 하는 해였죠.
저는 본투비 E 인간으로 혼자 공부를 끝내고 실전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에 정말 기대를 했는데요.
작년부터 2023년은 찬오해 (찬란한 오00의 해)
라고 온 동네방네 소리치고 다닐 정도였죠.
근데 생각외로 올해가 너무 힘들었어요.
고등학교, 반수 시절, 본1,2를 통틀어서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정말 많이 울었거든요.
힘들었던 제 올해의 이야기와 고민을 나눠보려 이 편지를 써봅니다.
이 편지의 부제는: 얼마나 쉬어야 하는가? 얼마나 포기해야 하는가? 입니다.
상반기는 부푼 기대감으로 나름 잘 보냈 것 같아요.
많이 놀기도 했고 새로운 병원 생활이 재밌기도 했거든요.
작년부터 농구를 시작했는데 농구 대회도 나가고 눈코뜰새 없이 바쁘고 도파민 넘치게 살았죠.
문제는 하반기였는데요.
여름부터 내내 눈물바람이었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실습생 생활은 현타가 깔려있는데요. 우선 돈을 안 받아요. 학교에 돈을 내고 실습을 합니다.
그럼 일을 못 시키겠죠?
하루종일 교수님 따라 다니면서 참관하고 공부하는 게 일이에요.
나 말고 모든 사람들은 다 바쁘게 자기 할 일을 하는데 저만 할일은 없지만 긴장은 한 채 하루 종일 지내면
처음엔 아무 생각 없더라도 그게 몇 개월 동안 쌓이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무력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쉴 시간이 없었어요.
매일 아침 7시 10분, 15분 쯤 나와서 출근을 하고 5,6시에 퇴근을 했어요.
작년부터 고대해왔던 올해니까
퇴근하고는 매일 친구들과 놀았죠.
그러고 다시 얼마 못 자고 아침에 출근하기
이걸 몇 개월 동안 반복하니까 너무 힘들었나봐요.
또 실습은 시험은 안 치지만, 보통 1주일마다 발표가 있거든요.
그럼 보통 1주일에 하루 정도는 발표나 레포트 준비를 한다고 밤을 새요.
주말에는 또 아침부터 농구하거나, 데이트 하거나 그랬거든요.
실습생은 휴가라는 개념이 없으니까
그렇게 계속 쉼없이 살다보니 지치더라고요.
근데 저는 제가 지칠 수 있다고 생각을 못했나봐요.
그러던 중에 개인적으로 엄청 안 좋은 일이 생겼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터지더라고요.
갑자기 엄청 울고 정상적인 사고도 안 되고 그러더라고요.
그 때 제일 많이 했던 말이
“그냥 한 30평대 아파트에서 나 혼자 한 달만 쉬고 싶다.” 였어요
친구들이 맨날 어디 어디 여행가고 싶다고 할 때 저는 저 말만 계속 했었어요.
그러다가 남자친구랑도 헤어졌어요 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평소의 저 같지 않았으니 그랬던 게 아닐까 싶어요.
헤어지고 나니까 더 무너져서 이러다가는 진짜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다 포기해봤어요.
실습도 그냥 딱 할 만큼만 하고, 큰 시험이 1달 남았었는데, 그냥 포기하자! 고 마음 먹었었어요.
그렇게 1달 정도 지내니까 확실히 덜 지치더라고요.
이제는 한 1주일 정도만 쉬면 될 거 같은 기분?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요즘에는 그냥 가만히 있기가 조금 무서워요
맨날 놀면 지치는 걸 아니까 쉬어야지 하면서도
막상 집에서 쉬고 있으면 느낌이 이상해요
뭔가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기분? 이 들어요
이 기분을 타파하기 위해 새로운 취미도 만들어 봐야 할 것 같고 등등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은 기분?
사실 그냥 확 며칠동안 쉬고 싶은데
학교를 다니는 한 그럴 수가 없어요
실습을 해도 발표니 시험이니 가 계속 밀려오고
출근은 항상 해야하고
친구들도 계속 놀자고 하고
그냥 멈추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일하는 노동자 같아요
실습은 내년 5월까지이고 그 이후로는 거의 자습과 시험만 있는데요.
실습만 끝나도 좀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그 전까지 과연 쉼과 열심히 사는 것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면 좋을까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할 수 있다” 라는 말인데요.
이 말은 꼭 뭔가가 잘 안 되고 있는 게, 너가 열심히 안 해서 그런거야 라고 말하는 거 같아요.
지금도 제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지쳐 있는 게
제가 뭘 덜 열심히 해서 그런 거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거든요.
결론은 올 상반기는 정말 오랜만에 행복하고 뿌듯했지만
올 하반기는 정말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내년은 정말 잘 지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램이에요.
그러기 위해서
이렇게 끊임없이 밀려오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을 수 있을지 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구 2년동안 침착맨 덕분에 정말 잘 버텼다는 감사인사까지!!
ㅋㅋㅋㅋㅋㅋㅋ
있는 그대로의 침착맨을 항상 응원합니다
그리고 2023년 올 해 잘 버틴 침돌이, 침순이들에게도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진은 올 해 먹을 때마다 확실한 행복을 주었던 커피킹 누텔라 아이스크림 와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