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사장님이 잠깐이나마 내 아버지였던 이야기
안녕하세요 침디! 불침번이 읽어주시니 불디가 맞을까요? 암튼 너무 보고싶었고 그리웠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죠? 추워진 날씨만큼 웅크린 승모를 한번씩 풀어주면서, 이야기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왕날..아니 강날편이 편성되었다고 하길래, 이 좋은 자리를 빌려 제 추억 한 켠 단칸방에 차지하고 있는 이야기를 꺼내어보려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9년 어느 가을날,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저는 겟엠프드와 바우트 등 각종 게임을 섭렵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은 한창 레이시티에서 저의 애마였던 소울을 타고 종로 한복판을 질주 중이었지요.
그 때, 집으로 걸려온 전화
“얘~ 땡땡아 엄만데~ 아빠한테 전화 좀 드려라!”
“네? 엄마가 직접 전화하면 되잖아요!”
“얘~ 아빠가 내 전화는 잘 안받아~ 아빠 사무실로 전화드려! 전화번호는 XXX-XXXX 이란다~!”
서울 한복판을 질주 중이던 저와 소울은 어머니가 알려주신 전화번호를 황급히 받아적느라 남산타워에 쳐박고 난 뒤에 멈추었습니다.
게임을 끄고 난 뒤, 급하게 받아적은 전화번호를 가지고 다시 전화기 앞에 섰습니다.
‘XXX에…XXXX…’
아버지는 작은 회사를 운영중이셨습니다. 종종 어머니를 통해 전화를 드리면 까랑까랑한 목소리를 가진 여자 직원이 “여보쎄요!” 하면서 항상 전활 받고 하셨죠. 그러면 저는 “아빠 좀 바꿔주세요!” 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 때부터 아버지와의 전화가 시작됩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아, 조금 다른 점이었다면 제가 직접 집 전화기로 전화를 드리는 건 처음이어서 꽤 긴장이 되었고, 그날따라 회사의 컬러링이 밝고 산뜻한 컬러링으로 바뀌어있다는 것 빼고요.
잠시 동안의 밝은 컬러링이 흐르고, 누군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네~ 어쩌구저쩌구 skt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버지 회사의 직원과는 사뭇 다른, 컬러링만큼이나 산뜻하고 나긋한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당연히 제가 알고있던 여자직원분이 받을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너무 다른 예쁜 목소리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3학년의 저는 아버지와 전화를 해야했습니다.
“저… 아빠 좀 바꿔주세요”
“네………?”
당황한 저보다 조금 더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반대편 수화기에서 들려왔습니다.
‘아 아빠 회사에 처음오셨나보다 ㅋㅋ’ 하고 생각한 저는
“아 그 사장님 좀 바꿔주세요”
했습니다.
그러자
“아 넵! 바로 연결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끝으로 다시 컬러링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중년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보세요?”
우리 아버지의 목소리는 아니었습니다. 아니었는데, 제가 전화번호를 잘못 눌렀을거란 생각은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의 저는 불도저처럼 계속 밀고 나갔습니다. 아버지와의 전화를 위해.
“………아빠?”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흐르고
“…………네?!????!???!???”
저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제 아버지가 아님을 깨달은 것이었죠.
이후 올바른 전화번호를 누른 뒤 진짜 아버지와의 전화를 마치고, 잘못 누른 전화번호를 네이버에 쳐봤습니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SKT 본사 프런트? 암튼 skt의 본사 전화번호였습니다.
저도 당황했는데, 그 사장님은 얼마나 당황했겠으며, 이후 소문엔 어떻게 대처하셨을 지 모르겠네요. 아무쪼록 잘 되었길 바랍니다.
아직도 이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이불킥을 하곤 하네요. 이 글을 쓰면서도 키보드를 세 번은 던질 뻔 했습니다.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침디 감기조심하세요.
그럼, 비타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