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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적어보는 침착맨의 욕망과 행복에 관하여

typ4r
23.09.24
·
조회 173

22일 방송 풍님과의 대화를 듣고, 또 삶의 허무에 관한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던 많은 시청자들을 보며 저도 한 마디 나누고 싶어 글을 씁니다. 

 

방송으로만 보던 침착맨님이 본래 어떤 사람인지를 제가 알 수는 없지만, 무덤덤하고 큰 감정의 동요 없이, 그다지 원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없이 미적지근~한 침착맨님의 기질을 저도 공유한다는 느낌은 오랜 개청자로서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조금의 근원적 무기력함에 약간은 공감이 갔고, 저는 그걸 어떻게 생각하기로 했는지 주제넘게 그냥 조금 적어 보겠습니다. 당연히 제 경험이나 생각이 모두에게 적용되진 않을 수 있습니다.

 

제안 1

- 인간의 욕망에 대해, 그리고 욕망의 수준이 높고 낮은 것에 대해 방송에서 많은 대화가 있었지만, 침착맨님이나 다른 시청자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사실 묻고 있는 그보다 궁극적인 질문은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 것인지, 어떤 욕망을 만들거나 찾아내고, 그것을 충족시켜 행복하고 활기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가 아닐까 합니다. 욕망 또한 삶을 추동하는 강렬한 도구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니까요. 

 

- 아 글 진지하게 쓰려니 너무 오래걸리네 여기부터 음슴체로 빨리 말함 

 

- 또 한 가지는, 침착맨님 말씀을 들어보니 행복과 욕망, 쾌락에 대해 생각할 때 조금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들, 대중이 흔히 좋아할 만한 욕망과 쾌락을 생각하시는 것 같았는데, 삶에서의 쾌락과 행복이라는 게 다 같은 게 아님. 윤리적 관점에서 대략 더 고등적인 기쁨과 행복이 있고 단편적이고 말초적인 쾌락과 만족이 있다고 하겠음. 그리스 철학에서 개념들을 가져오면 전자는 에우다이모니아 (고결하고 의미있는 성취를 하거나 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데서 오는 행복, 참조), 후자는 헤도니아에 (그때그때 먹고 자고 놀고 싶은 마음이 충족되면 기분 째지는 것) 가까울 것 같음. 그리고 흔히 우리가 말하는 ‘욕망이 없다’는 사람은 보통 헤도니아에 대한 욕구가 덜하다는 것이지 에우다이모니아를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함. 그래서 내가 욕망이 없거나 많다는 것이 둘 중 어떤 행복에 대한 열망이 있거나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보는게 좋을 듯 함. 다만 요즘 세상에선 헤도니아가 너무 강조되고 기업들이 판매하는 말초적인 기쁨에만 집중하며 사는게 흔해져서, 보다 고등적인 행복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우리가 인식도 하기 어려워 진 듯 함. 

 

- 그래서 나 자신의 고귀하고(?) 의미있는 삶의 목적이나 이상향, 가치관, 도덕을 형성한 다음에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허무함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함. 삶의 공허함이란 건 어떤 학자들도 쉽게 해결해 줄 수 없는 정신적이고 철학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예시가 좀 죄송하지만) 그걸 구찌의자같은 물질적인 쾌락이나 소비로 덮어버릴 수는 없음. 

 

- 제 개인적인 경우에, 에우다이모니아에 가까운 만족을 느낀건 봉사활동을 할 때, 혹은 내가 하는 일이 세상과 다른 사람의 삶에 도움을 주는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함을 느낄 때 였음. 뭐 거창한 기여를 하는 게 아니라도, 그냥 나 스스로를 바라볼 때 내가 지금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나 라는 질문에 ‘예’라고 할 수 있다면 그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임. 반면 내가 진지하게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일에서 물질적 보상 외에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나같은 사람은 그 일이 흥미가 없어질 것 같음. 누구나 이런 오그라드는 ‘고귀한’ 목적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게 아니고, 누구나 이런 삶을 선택할 여건이 되는 것도 아님. 하지만 그런 의미를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 좀 더 중요한 사람, 혹은 그러한 삶의 시기가 있다고 생각함. 

 

- 이러한 본질적 허무함에 관해 “허무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다들 그런 마음 가지고 산다”라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도 많음. 그런데 개인적으로 조금 걱정되는 것은, 여기서 ‘행복하게 산다’라는 것을 위의 두 가지 행복의 관점에서 봤을 때, “그냥 헤도니아로 만족하고, 돈이나 벌고 쓰면서 살아, 인생 별거 없어” 라는 결론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임. 물론 그런 관점이 심각하게 문제가 있다거나 비판받아야 한다는 건 아님. 많은 헤도니아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 문제 없음. 하지만 많은 (사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겐 헤도니아가 다가 아니고,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음. 그렇지 않으면 이 우주의 구석에서 잠깐 살다 사라지는 삶이 너무 허무해 견디기가 힘들기 때문. 그래서 개인적으로, 우리 모두가 결국 어느 시점엔 자신만의 고결한 가치를 찾고 도덕적이고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함. 이를 위해서는 헤도니아가 전부인 삶을 극복해야 함.

 

제안 2

-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관해 이와 같이 질문을 던지는 성향을 가진 사람, 혹은 그러한 질문을 묻는 단계에 도달한 사람은 제 생각엔 철학 공부를 하면 도움 됨 (더 넓게는 인문학 공부). 종교를 신실하게 믿고 싶다면 그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함. 이런 질문은 과학 기술이 답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취미나 소비적인 활동으로 단편적인 쾌락을 얻는 것은 질문을 회피하는 것임 (그게 엄청 나쁘다는 것은 아님). 운동은 신체 건강해지고 잡념을 없애주니까 운동해서 그런 쓸 데 없는 고민 날려버리라는 의견도 자주 보는데, 당연히 운동 너무 좋지만 그것도 근원적 물음을 잠깐 덮어두는 것이기 때문에 고민을 해결해 주진 않음. 

 

- 특히 전 실존주의 철학자들에 대해 배우는게 이런 점에서 크게 도움이 됐고 위로를 받았는데, 인문학에 아무 관심 없던 사람이 바로 보기엔 좀 재미 없고 잘못 이해할 수 있어서… 관심이 가시는 분들은 지금이 아니라도 나중에 언젠가 니체, 사르트르, 쇼펜하우어, 에리히 프롬 정도 기억했다가 읽기를 추천 드림. 실존주의의 요지를 정말 거칠게 정리하면, “이 세상에 우리가 태어난 원래의 이유나 목적 같은건 하나도 없다. 우린 그냥 우연히 원치도 않았는데 지구에 태어난거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주체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거고, 그래서 인간의 삶은 가치가 있다” 정도 됨. 즉, 현대인들이 왜 삶에 허무함을 느끼는지 진단해 주고 어떻게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살아가야 할지도 논해주는 거임. (답을 주진 않음)

 

- 호오옥시나 방장님 혹은 다른 팬 분들 중에 정말 진지하게 철학 공부해 볼 생각이 있는 분이 있다면 (별 기대는 안 함), 옛날 사람들이 한 고리타분한 얘기 공부하느라 재미없을 거라고 부담가질 필요는 없음. 철학 전공할 게 아닌 이상, 우린 결국 이론이나 개념들을 외우는 게 목적이 아니고, 그것들을 참조하고 따라하며 우리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과 세상을 설명하고 나의 생을 의미있게 만들어 나가면 되는 것임. 자기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난이도의 철학책부터 (대신 아무거나 대중적인 서적이나 자기계발서, 위로해주는 책 말고 공인된 질 좋은 책) 하나 잡고 부담 없이 읽는게 좋을 듯 함. 이해 도저히 안 가면 그냥 부분부분 넘기면서 봐도 됨. 철학콘서트(저자 황광우)이나 여기 있는 책들 정도 괜찮아 보임 (난 안 봤음)

 

- 어디 유튜브 채널 중에 철학, 인문학 다루는 추천할 만한 곳 있나 좀 찾아봤는데, 이 분 정도 좀 괜찮은 것 같고 아쉽게도 괜찮아 보이는 곳이 많이는 없는 것 같음. 

 

- 사실 저도 10 아마추어고 철학 아주 넓게는 잘 모름. 전공자들 출동해서 많은 첨언 및 책/영상 추천 바람. 근데 철학 배우는 게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줬다고는 말할 수 있다는 거에요~~

 

초 장문으로 주제 넘는 글 너무 주절주절 했는데,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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