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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트로이트: 비컴 휴먼

부레옥이여
22.11.25
·
조회 443

오늘은 어제 죽어간 사람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겠지.

"희민아 머리 위에 그건 뭐냐" 침착맨이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이거? 쿨러야" 거대한 히트싱크를 가진 쿨링 팬이 희민의 머리 위에 덕테이프로 고정 돼 있다.

"아니 그걸 왜 머리에 붙여놨어"

"이래야 뇌 온도가 낮아지지"

침착맨은 바로 희민의 의도를 파악했지만 그것이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뇌 온도를 낮춰서 뭘 하게?"

희민은 차분한 어조로

"요즘 잡 생각 때문에 뇌에 과부화가 걸리는거 같아" 

그런 다음 희민은 주변 일들로 인한 감정적 과부하로 두뇌가 과열되는 상황에 매일 몇 번이나 내몰렸는지 토로했다. 들어보니 그의 말은 이성적일 뿐만 아니라, 나름의 논리도 있었다… 하지만 침착맨은 여전히 왜 쿨러가 그의 머리에 붙어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고생을 해야 할 정도로 발열이 심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침착맨은 다시 묻는다. 

"희민아 그게 진짜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 거냐?"

"어휴! 형! 당연하지 사이보그가 그것도 몰라?"

희민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의 대답은 너무나 당당해서 침착맨은 더 이상 대꾸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침착맨이 아는 한에서도 머리에 쿨러를 얹는 것보다 더 효과가 좋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희민의 감정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할것이라 여전히 생각했다. 그 후 한동안 희민의 하소연을 들으며 그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지켜봤다. 희민이 적당히 취하기 시작하자 그는 그제서야 머리에서 쿨러를 떼어내고

"이야! 형이랑 이렇게 간만에 얘기 하니까 스트레스가 확 풀이네" 라며 더 이상 뇌에 과부화가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형 사이보그 생활은 좀 어때" 희민이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담담하게 물었다. 침착맨은 어색하게 웃으며 초록 인간쪽이 더 나을뻔 했다고 말해준다. 

"이 형은 이상하게 만날 때 마다 항상 늙어 가는 것 같아. 이럴거면 얼굴 보지말고 전화만 해!" 희민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침착맨은 그제서야 조금 웃는다. 

"너야 말로 그렇게 영생을 꿈꿨으면서 머리에 쿨러나 붙이고 다니고 뭐냐 대체"

"그러게 형은 완전 26살 같네..." 희민은 쓴 웃음을 지었지만 침착맨은 담담한 표정으로 한동안 천장을 바라보았다.

"영생을 꿈꾼다면 지금 시작 해야 해" 침착맨은 갑자기 심각해졌다. 희민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이면 그의 심장은 정지할 것이다.

입을 삐죽 내밀고 뜸만 들이고 있는 희민에게 답답함을 참지 못한 침착맨은 화를 내며 말했다.

"죽고 싶어?" 그리곤 순식간에 희민의 미간을 향해 총을 겨눴다. 

희민은 자신의 눈앞의 총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말했다. "사실… 난 이제 다 내려놨어"

"아니야!!" 침착맨은 지쳐버렸다. 감정적으로 바로 방아쇠를 당겼고 희민은 피 한 방울 없이 쓰러졌다. 총알이 관통 된 머리 속으론 전자 부품만 보였다. 그것이 희민의 모습과 기억을 가진 세 번째 안드로이드였다.

기술의 특이점이 도래하기 전 희민은 더 늙기 전에 황급히 자신의 신체를 얼렸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나도 냉동 된 신체를 완벽하게 녹일 수 없었고, 기껏해야 뇌를 컴퓨터로 옮기는 정도였다. 그렇게 안드로이드 화 된 희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욕망이 줄어 들었고 결국 영생에 대한 집착을 내려 놓게 되었다. 그렇게 또 몇십 년 후 희민의 신체를 완전히 해동 할 기술이 등장했지만 이대로 라면 죽을 때 까지 희민은 사이보그가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해동을 잠시 보류하며 침착맨은 희민의 뇌를 복제한 안드로이드들을 상대로 희민을 회유시킬 방법을 강구한것이다. 방금 일로 세 번째 실패다. 사람이 너무 오래 살면 삶에 대한 흥미를 잃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희민은 달랐기에 침착맨은 기대하고 있었다. 침착맨에게 지금은 혼자 뿐인 영생이 주게 될 고독이 공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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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맨 인 더 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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