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한물간 빌런의 일상

한 때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빌런 듀오 테무맨과 전무
어떠한 악행도 그들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나 다름없었고 어떠한 공권력도 끝내 잡아넣지 못한 악당계의 두 거물
하지만 빌런 생활 한창일즈음… 영혼의 듀오였던 전무기 말년에 또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그 동안 악당짓을 하며 모은 돈으로 카페를 차리겠다는 쪽지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고
난데없이 빈털털이에 혼자가 된 테무맨이 홀로 마지막 한탕을 무리하게 노리다 끝내 경찰들에게 체포되면서 뒷세계의 전설은 그렇게 허무히 저물고 말았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

전설의 지팡이 하나로도 지탱하기 힘든 노구를 이끌고 출소하는 테무맨




시간이 너무 흐른 탓일까? 기괴한 복장은 여전히지만 어느 누구한테서도 가벼운 눈길조차 받기 쉽지 않은 세상이 됐음을 체감하는 테무맨.

쇼케이스가 한창 진행 중인 번잡한 장소… 예전 같았으면 누구 허락도 없이 이런 데서 장사질이냐며 대번에 절도 행각을 벌였을 테지만 기력도 의지도 시간이란 불가항력 앞에 다 뺏긴 채 쓸쓸히 제 갈길을 가는 테무맨.

잠깐 화기의 힘을 빌려서라도 예전과 같은 대담한 짓을 저질러볼까 하는 생각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지만 늙은 여우 테무맨은 알고 있다.
그가 출소한 시점부터 언제 다시 범죄를 저지르냐는 듯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의 뒷통수를 매섭게 쏘아보는 비밀 요원들의 존재를.

악당도 먹고 살아야지...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이슈 유튜버로 보이는 두 청년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한 테무맨.
고작 저런 인간들의 유희 및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단 사실과 언제 자신을 불러세울지를 내심 기대하며 출소한 시점부터 이런 류의 관심조차 은근히 바라고 있었음을 깨닫고 만 것.
둘 중 무엇이 더 자신을 괴롭히는지 한물간 빌런인 테무맨은 알 길이 없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