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에 정말로 갇힌 침착맨

“이런 쓰@발 진짜 갇혔다고?”
색종이 찢어다 붙인 퀄리티지만 보다 보니 정이 든다드니
코드가 꼬여 인터넷 방송 속에 갇힌 설정으로 하겠다느니 염병을 떨던 침착맨, 이병건은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 지랄하지 마! 나 투기장 6전설 사제 뽑았다고!”
그는 방종 후 뒷게임으로 투기장을 돌리려던 중이었다. 개청자들만 없으면 최소 10승은 한다는 마인드였다.
그리고 타고난 운빨로 환상적인 덱을 완성하고 침하하에 12승 인증 올릴 생각에 히죽거리던 중, 이 상황이 벌어진 거다.
“사람 몸이 뭐 이렇게 각져 있어? 그래픽이 침펄놈의 대모험보다 구리잖아?”
가장 크게 보이는 변화는 자신의 몸.
마침 같은 옷을 입고 있던 자신의 버추얼 캐릭터가 고스란히 실제 몸이 되었다.

그는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스튜디오는 평소와 똑같은 것 같다.
“그냥 나가면 되는 거 아니야? 네가 뭐 어쩔 건데?”
두려움에 괜한 허세를 부리며 문손잡이를 잡으려 한 순간, 그의 손에 닿는 건 납작한 평면일 뿐이었다.
그렇다. 달라진 건 침착맨의 몸뿐만이 아니었다. 스튜디오조차도 버튜버 방송 때와 똑같이 장방형의 공간으로 고정돼 버린 거다.
“이게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이냐고!”
뒤편의 책장에 손을 뻗어봐도, 화려한 3종 유튜브 버튼을 발로 걷어차도.
그건 사진처럼 벽에 붙어있을 뿐, 그 어느 것도 실존하지 않았다. 마치 마인크래프트의 블럭과 같았다.
이제는 침착맨조차 점점 흥분걸이 되어갔다. 그는 다급히 눈동자를 굴려 자신이 상호작용할 수 있을 만한 물건을 찾았다.
“컴퓨터, 컴퓨터!”
이곳은 인터넷방송 세계. 적어도 인터넷방송은 되지 않을까?
흥분맨은 손을 휘저으며 컴퓨터로 달려갔다. 실제로 모든 게 평면인 이 공간에서 컴퓨터만큼은 그와 접촉할 수 있었다.
“어? 하스는 그대로 돌아가잖아?”
병건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신의 투기장 6전설 사제는 다행히 그대로 남아있었다.
“앗싸~ 투기장 해야지.”
울고도 안 운 척하는 어린아이처럼, 웃고도 안 웃은 척하는 주우재처럼.
그는 쿵쾅대는 심장을 애써 억누르려고 익살맞은 말투를 사용했다.
하지만 게임에 아무리 집중하려 해봐도 그게 될 리가 없었다. 그는 전설 한 장 내보지 못한 채 1코스트 요르문가르 사냥꾼에게 처참히 패배했다.
“쓰@발러미 이게 말이 돼? 내가 왜 이걸 또 만나야 되냐고!”
키보드에 샷건을 한 방 내려친 순간, 키보드의 희멀건 일부가 한 꺼풀 벗겨져 나왔다.
“….한 꺼풀?”
그는 종잇장처럼 얇게 떨어져 나온 QWERASD 자판을 손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흥분이 머리 끝까지 차오른 침착맨은 뜨거운 기운에 머리를 벅벅 긁었다. 무엇이든 이해해야만 행동할 수 있는 그에게는 정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잠시 후 그의 시선이 채팅창 모니터로 향했을 때, 꺼져 있는 방송에 누군가 남긴 단 한 줄의 채팅을 볼 수 있었다.
장조림: 까고 있네~ 머리를 까고 있네~
침착맨 캐릭터의 머리카락에서 색종이 한움큼이 바닥으로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