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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빛 밤, 시화호.

즉시굿타임
23.03.05
·
조회 723

 

가죽자켓을 입은 어떤 사람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방파제 위에서 말을 이었다.

 

“안산에서야, 이게 일상이죠.”

 

한동안 피우지 않겠다 선언했던 담배를 꺼내들었다. 

분명 금연하겠다고 선언한지도 꽤 되었건만, 이번 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생각해보니 도저히 참아낼 수가 없었다. 

 

“밑에 사람 도망가고, 그거 찾아내서 족치고.”

「힘드셨겠네요.」
“스읍, 일상이라곤 해도 당신같은 사람이 알 일은 없었어야 맞겠지만.”

 

후, 하고 내뱉은 한숨에 섞여 나오는 담배 연기가 매캐하게 퍼져나가 시화호의 어딘가로 사라진다. 

그것이 아래로 꺼지는지, 위로 솟는지 관찰하기도 전에 거센 바람을 타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 그렇게 된겁니다.”

「책임은 질 수 있는겁니까?」

“책임 질 수 있으면 진작 옷이라도 벗어서 갖다 바쳤죠."

 

일이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라고 무심한 척 내뱉은 그였다. 

무심한 척이라곤 이야기 했지만, 표정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이 일을 하면서 표정 숨기는 것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그는 스스로 생각한다.

 

「뭐, 책임을 못 지시니까 보고한거겠죠. 책임 질 수 있었으면 당신 선에서 해결했을테니.」

“신뢰라도 받고 있는겁니까?”

「그동안 기여한 것도 많으시니까요. 카포데치나(Capodecina) 자리가 어디 쉽게 올라가는 자리도 아니고.」

“까포대… 뭐요?”

「아닙니다. 그냥 유식한 척 좀 해봤어요.」

“진짜 유식한 사람이 그런 소리 하니까 이상한데.”

 

그의 뒤로 형형색색의 자동차가 여럿 지나가고 있었다. 

석양을 바라보는 그와 정반대로 어둠을 향해 달려가는 자동차들이 멋대로 속도를 내며 바람을 일으켰다.

주황색으로 뉘엿이 기울어가고 있는 태양의 반대편은 진한 청람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담배를 쥔 손의 반대쪽에 들려있는 아메리카노는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멋대로 식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저는 언제 옷 벗습니까?”

「글쎄요, 위에서 벗으라고 할 때?」

 

심장이 싸늘하게 식어 내려갔다. 얇은 담배의 온기로도 따스히 데울 수는 없었다.

차라리 옷을 벗으라고 하면 망정이지, 그걸로는 절대 안 끝날 사항임을 그는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최소한 입에 물고 있는 지금 이것보다는 두꺼운 동앗줄이 필요했다. 

 

「당분간에는 그럴 일 없겠지만요.」

 

석양의 반대편에서 검은색의 차가 소리 없이 바람을 뚫고 다가왔다. 전화는 어느샌가 끊겼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차종이기에, 그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려고 했다.

보닛에 조각상 같은게 얹혀져 있는 걸 보니 고급 차종이긴 한데, 어디 브랜드인지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그 작은 조각상을 보기에는 조금 먼 곳에서 차가 멈춰섰기 때문이다. 

 

“오랜만입니다.”

 

그래도 그 차의 뒷자리에서 누가 내리는 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석양에 비쳐 겨우 실루엣이 구분이 갈 정도의 정장을 입은 사람 중에 그를 알고 있을만한 사람은 흔치 않았으니까.

 

“… 진짜로 유식한 사람이 오셨네.”

“찾느라 힘들었네요. 원래 있던 곳에도 안 계시길래.”

“뭣하면 도망가려고 했거든요."

“도망가셔도 어차피 보스가 다 찾아내긴 하겠지만요.”

 

얇은 담배를 물고 있는 그에게, 정장을 입은 남자는 끝이 잘린 두꺼운 막대기를 내밀었다. 

생각해보니 안산 내려와서는 한번도 손 댄적 없던 것이 시가(Cigar)였는데 이런 곳에서 또 보게 될 줄이야.

 

“원래 좋아하시던 브랜드라고 들었습니다."
“… 이런 옷 입고 이 귀한걸 피워도 되나 싶어서요."

“옷이 뭔 상관입니까. 사람이 중요한거죠.”

 

그는 차분하게, 기다란 성냥에 붙은 불꽃 가까이에 풋(Foot)을 가져다 대었다. 좋은 시가에는 성냥이 3개 필요하다고 했었나.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몰라도 3개보다는 조금 더 많은 성냥과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시간을 기다려 줄 수 있는 사람을 간만에 본 것이, 그에게는 참으로 마음에 드는 일이었다.

궐련의 맛이 아직 입에 남아 시가와 섞여 잠깐이나마 불쾌한 맛을 연상케 했지만, 그럼에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 계획은 있으시고요?”

“계획이라…”

 

정작 본인이 피울 시가는 지포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있는게 조금 치사하다고, 그는 정장을 입은 남성을 보고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감 잡히는 데는 있어요. 그 새*가 갈 만한 곳은 거기 뿐이거든."

“반쯤 피우시면 출발합시다.”

 

깔끔하게 정돈된 헤어 스타일을 보자니 그게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머리만 쓰실 줄 알았는데… 몸도 잘 쓰시나보죠?”

“외국 나가서 땅 파고 다니는데 그정돈 해야죠.”

“하긴, 묻힌거 찾으시는 거에는 정통하시다고 들었는데.”

“설계를 잘 하려면 역설계도 잘 해야하는 법입니다.”
“또, 또 어려운 말 하신다.”

 

서로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같은 타이밍에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이다.

시화호의 거센 바람에 불 붙은 시가의 재가 털 필요도 없이 날아간다. 이 바람 안에서 어떻게 말이 들리는 지도 잘 모르겠다.

석양도 거의 사라져 보랏빛으로 변하는 하늘 아래에 빛나는 것은, 저 멀리의 가로등과, 서 있는 자동차의 전조등과, 시가의 불빛이 다였다.

 

“이게 일상이겠죠, 안산에서야.”

 

정장을 입은 어떤 사람은, 시가 연기를 한 모금 들이키며 방파제 위에서 말을 이었다.

 

 


 

3월 3일 라이브를 마침 시화호 근처 산책? 할 때 보고 있었습니다. 바람 많이 불어서 춥더라고요.

방장과 소장님 의상도 어디 뭐 하드보일드 드라마나 영화 나오면 딱이겠거니 했었고…

주변에 담배 피시는 분들도 많길래 연상되는게 많았어서, 떠올랐던 걸 계-속 정리하다가 잘 쓰는 분들 많으신 팬픽션 머리말에 부족하나마 남겨봅니다.

진짜로 이미지만 보고 딱 떠올린거라서 왜 이런 식으로 썼냐고 하면 그, 뭐냐, 죄송합니다. 일단 사과하고 보?겠습니다.

‘아 주접이 심하네요’ 하면서 삭제당해도 뭐 그러려니 할 것.

아니근데저날방장이먼저존잘맨이엇다고요뭐어쩔거야

 

댓글
손소독제
23.03.05
빨리 다음 화를 주십쇼 횐님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78027214721-6tc7os3y5qk.gif
즉시굿타임 글쓴이
23.03.05
다음 화 써오면 안 볼거면?서
농담이고 다음 화 생각해둔 것도 없고 쓰게 되면 이제 방장 액션신이라서 묘사를 어케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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