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가 대놓고 경멸한 삼국지 인물

형주에서 유표 밑에 세들어 살던 시절의 유비(무직, 하체운동 요망).
명성이 높은 백수가 흔히 그렇듯 가끔 유표의 잔치에 참석해 천하의 정세를 논하거나 인물평을 하며 삽니다.

어느 날 그들의 대화 주제가 된 사람은 진등.
유비가 서주목으로 있을 시절 유비를 섬겼고,
여포의 모반 때는 여포를 내부에서부터 배신해 몰락시키며
손책과 싸워 이기는 등 상당히 걸출한 인물.
(다만 연의에서는 나관중 필력 탓에 너무 밉살맞은 배신자로 나와서, 침착맨 삼국지 호감인물 티어에선 F 받음)
유비는 진등을 매우 뛰어난 인물로 보고 좋아했는데
이게 웬걸, 형주엔 진등을 싫어하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허사.
여포의 부하였지만, 여포가 쫄딱 망한 뒤부턴 의외로 형주까지 내려와 피신해 있었습니다.
“진등이 강호의 선비라고는 하지만, 나대는 성격(豪)을 극복하지 못했소.”

“(삔또 상함) 유표님. 허 선생 말이 맞는지요, 틀린지요?”

“틀렸다고 하자니, 허사 이 분도 훌륭한 선비이니 허언을 할 것 같진 않고.
그렇다고 맞다고 하자니 진등의 명성이 천하에 유명한 것도 사실이고.”

“어떤 일이 있으셨길래 진등이 나댄다고 하십니까?”

"옛날 내가 난리 때 하비를 지나가다 진등을 만났는데, 주인이란 양반이 손님 대접할 생각이 없었소.
나랑 대화도 제대로 안 하질 않나. 자기는 침상에 누워 있으면서 손님을 침상 앞에 앉은 채로 뒀소."
여기서 ‘지가 뭔데 대접을 바래?’ 하고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 당시는 귀족의 힘이 강해 명사가 명사의 집을 찾아오면 손님으로 모시고 잘 대접해주는 게 관례였습니다.
허사 입장에선 푸대접을 받았다고 불평해도 이상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허사 선생은 국사國士의 명성이 있으시오.
지금 천하가 혼란스럽고 황제께서 제자리를 잃으셨소. 선생 같은 분이라면 자기 집안 일을 잊고 나라를 걱정하며 세상을 구할 뜻을 가져야 하오.
그런데 선생은 밭이나 구하고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데다, 쓸모 있는 말은 하질 않소.
이래서 진등이 당신을 꺼린 것이오. 뭐하러 당신이랑 대화하겠소?
나였으면 아예 백 척 높이의 누각 위에 누워서 당신을 땅바닥에 앉혀 놓았을 것이오. 그까짓 침상이 문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총평 :
유비가 방랑 시절 면전에서 굳이 이 정도로 강하게 욕한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그만큼 허사의 주제파악이 꼴같잖게 보였다는 것을 알 만합니다.
당시가 아무리 명성을 대접해 주는 사회였다고 해도, 허사는 엄연히 여포를 따라 조조에게 모반한 입장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정반대 포지션(여포 → 조조)의 진등한테까지 대우를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나 메타인지가 안 되는 모습이기 때문에… 제가 생각해도 허사가 쫌생이처럼 보입니다.
‘국사의 명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긴 한 걸 보면 나름의 유능함이나 명성이 있긴 했던 것 같지만, 결국 여포가 망해버리면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도 없었고요.
코에이 최신작인 삼8 리메이크에서 허사는 지력 54 정치 62 매력 39의 처참한 능력치로, 유비의 말대로 정말이지 어디 쓸 곳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