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덕질 20년차의 검은사제들, 수녀들 속 상징 풀이(스포있음)
안녕하세요. 2004년도에 오컬트를 처음 접한 후, 20년 넘게 관련 정보를 수집해온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오컬트'보단 '신비학(은비학)'이라고 부르는 것을 더 선호하는데,
아무래도 대중적인건 '오컬트'다보니 오컬트로 통일하겠습니다.
제가 이 오컬트를 공부할 때만 해도 이 장르는 꽤 오랜 기간 주변인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얼른 숨겨야 하는 굉장히 부끄러운 분야였습니다. 세간의 시선이 그랬습니다.
그랬던 분야가 이제는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것을 넘어 천만 관객까지 달성하는걸 보면서,
세상이 참 많이 변했구나 라는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해당 책들은 현재 제 뒷 쪽 책장에 보유하고 있는 책입니다.
모두 다 꺼내온 건 아니고, 창고방 어딘가에 박혀있는 책들도 몇 권 있고 분실하거나 버린 책들도 꽤 있고,
e북만 있는 책도 있고, 장르 특성 상 외국 서적과 논문의 비중이 높기에 읽은 책이 저것이 다는 아닙니다.
사실 검은사제들이든 수녀들이든 굳이 영화를 심층 있게 분석하고
장면들이나 상징들을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장재현 감독 스타일이 워낙 영화 내에서 과정이나 결말들을
다 알려주는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것을 선호하죠.
반대로 나홍진 감독의 경우 열린 해석, 열린 결말 등 영화의 장면장면에서
계속해서 모호함을 던지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관점의 해석은 차라리 나감독의 작품에 적절합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하기보단 '풀이'하는 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평가부터 하고 풀이를 시작해 볼 건데, 최신작인 검은수녀들에 대해서 먼저 언급해 보겠습니다.
이쪽 분야를 오래동안 팠던 제 입장에서 본다면, 검은수녀들은 좀 많이 아쉬웠습니다.
일단 오컬트라는 장르에 대한 깊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오컬트 학문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이 깊이가 있거나 어렵고 난해한 것들은 아니지만(특히 악마쪽),
그래도 관련 정보들을 알고 있었다면 절대 이런 식의 단조로운 스토리 구상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란게 제 의견입니다.
흔히 오컬트 장르는 '덕후'가 만들어야 성공한다고들 하는데,
이걸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영화 내내 많이 찾아봐야 한 두 개 뿐입니다.
점수를 주자면 5점 만점에 1.5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그만큼 해당 장르에 대한 깊이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컬트 호러' 장르가 좋은 영화로 평가 받기 위해선 오컬트 분야에 대한 덕력도 필요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공포감과 분위기, 연출, 그리고 서사입니다. 이 부분에서도 미흡한 부분이 많았고요.
사실 이 공포감과 분위기, 연출, 서사의 깊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덕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패시브처럼 발동되는 거라 더더욱 깊이감이 없어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검은수녀들의 전작인 검은사제들은 공포감과 분위기,
서사쪽에서는 어느 정도 균형을 잘 잡은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장 감독이 오컬트, 신비, 무속 쪽에 관심도 많고 조사도 많이 한 사람이라 그런지
기본적으로 어떤 식으로 분위기를 잡아야 할 지를 잘 알고 있죠.
특히 검은수녀들에서 등장하는 이진욱 신부는
도대체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로서 뭔가를 행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마의식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것도 아니고,
또 구마를 받아들인 이후에도 존재감 있게 무언가를 하지도 않는,
사실상 영화에 나오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다시피 한 애매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죠.
그 외에 부마자의 어머니가 죽는 과정도 너무 개연성이 없어서 정말 당황했습니다.
전화를 한 상대 여성이 악마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걸 알아챌 장치도 너무 부족했습니다.
또 하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인데, 전반적으로 검은사제들을 너무 따라 만들었습니다.
검은사제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느꼈겠지만 검은수녀들은 주연과 조연만 성별이 바꼈지,
검은사제들의 플롯과 다를게 하나도 없습니다. 심지어 연출이나 악마를 대하는 방식까지 거의 동일합니다.
중간중간 무속과의 협업을 하는 것, 구마의식의 전개 방식, 부마자의 행동,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길한 징조 등등 그 어느하나 오버랩되지 않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래서 배우 인지도만 빼면 마치 공들인 팬메이드 무비를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듭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검은사제들은 수작이고 수녀들은 망작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저는 검은사제들에게도 그다지 높은 점수는 매기지 않습니다.
5점 만점에 2.5가 제 검은사제들의 개인 평점입니다.
장감독이 한국 오컬트 분야의 역사를 새로 써나가는 것은 맞지만,
장감독 특유의 중후반 힘 빠지는 전개+기승전결이 확실한 닫힌 결말을 별로 선호하진 않습니다.
평가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영화 내에 등장하는 요소들을 풀이하며 영화에 대한 얘기를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남자 성직자는 '사제', 여자 성직자는 '수녀'라고 부릅니다.
다만, 가톨릭의 성직자 그룹은 사실상 남자만 독점하고 수녀는 성직자가 아니라 홀로 수도를 하는 별개의 그룹이죠.
수녀는 구마는 물론 미사도 집전할 수 없기에 어떻게 보면 평신도에 가깝다 볼 수도 있습니다.
구마의식이 공식적으로 인정 받은 것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공식적 구마의식'이 그런거지 구마의식과 유사한 형태는 중세나 근대에도 굉장히 활발했습니다.
이후 의학이 발달하고 근대에 들어오며 이러한 현상들은 의학적 소견으로서 정신병 조현병 같은 형태로 판단이 되기 시작했죠.
그러자 가톨릭에서는 '그럼 이들에 대해 우리가 해야 할 영적 의식은 없는 것인가'라는게 교단 내에서 화두가 됐으며,
근대 의학은 받아들이되 우리도 맡아야 할 현상은 분명히 있다고 판단하며 새롭게 정립된 것이 현대의 구마의식이죠.
실제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 23년 동안의 재위 기간 중 총 3차례의 구마 의식이 시행됐으며,
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7월 7일 구마의식과 국제퇴마사협회를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세계 30개국에 가톨릭 사제가 약 350명, 이 중 이탈리아 사제가 가장 많고 프랑스 사제, 정신분석학이나 의학을 전공한 구마사제도 존재합니다.
검은수녀들 후속 시리즈가 나온다면 이진욱의 포지션이 의학+구마사제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1999년 즈음엔 교황청이 385년만에 마귀를 쪽는 '구마예식서'를 개정했으며,
예식서는 약 84페이지 분량의 라틴어로 쓰여진 지침과 기도문, 성서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식서에 따르면 악마에 빙의 된 사람은 알 수 없는 언어로 말하거나,
멀리 떨어지거나 숨겨 놓은 것들을 알아내기도 하고, 엄청난 육체적인 힘을 보이는 등의 특징을 나타냅니다.
구마의 출발점은 사탄과 다른 악령이 존재한다는 교회의 신앙이며,
교회는 마귀가 타락한 천사이며 지성과 능력을 갖춘 영적 존재이죠.
보통 신부들이 말하는 가장 실제 구마의식에 가깝다고 하는 영화는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입니다.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구마의식이 실제 구마의식과 비교했을 때 가장 가깝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구마의식은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행해졌는지 공개되지 않습니다.
부마자, 즉 악령에 빙의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죠.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구마의식에는 항상 의사와 심리학자가 대동합니다.
이게 정말 구마의식이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를 계속해서 구분해내야 하기도 하고,
불측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인데, 이는 대부분 구마의식을 다루는 영화들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검은사제들과 수녀들에 나오는 상징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12형상
검은사제들 IP에선 72악마 대신 '12형상'이 등장합니다.
이는 순전히 장감독의 창작물인데, 장 감독은 이걸 동양의 '12지신'에서 따 왔다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12라는 숫자는 기독교적으로도 오컬트적으로도 굉장히 상징적인 숫자입니다.
먼저 기독신앙과 관련된 것을 보자면, 예수님의 열 두 제자부터가 그렇습니다.
12사도와 대립하는 12형상이라는 의미로도 충분히 쓰일 수 있죠.
그 외에 성경에서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지파도 12지파였으며, 야곱의 아들도 12명입니다.
보편적 상징에선 일년이 12달이고, 별자리가 12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컬트적 상징에선 바빌로니아에선 12는 불운을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또한 헤라클레스의 과업도 열 두 가지이며, 생명나무에 열린다는 과실도 12개죠.
이렇듯 상징체계에서 12라는 숫자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소 머리
검은사제든 수녀든 동양의 무속적 장면들이 나오는데,
검은사제들에선 젊은 무당이 소 머리를 등에 지고 굿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과거 동양에서 소는 아무나 사용할 수 없는 귀한 제물이었습니다.
소>돼지=말>개 정도의 순위인데, 즉 최상의 제물을 사용함으로써
강력한 악령을 저지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돼지
검은사제들에선 소녀의 몸에서 빠져나온 마르바스가 돼지의 몸으로 옮겨갑니다.
이는 성경의 한 장면을 인용한 것인데, 바로 예수님이 악마를 퇴치하는 구절입니다.
성경에선 예수님이 퇴마를 행하고 악령을 내쫓자 그 악령이 돼지 속으로 숨어 들어가죠.
그렇다면 악마는 굳이 왜 그 많은 동물중에서도 하필 돼지에게 들어갔을까요?
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대체적으로 성경에서 돼지는 '부정한 동물'로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레위 11장 7-8에서도
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이 돼지고기를 먹어선 안된다는 문구에서 우린 또 하나를 떠올리게 됩니다.
바로 무슬림과 '할랄푸드'죠.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코란(꾸란)'에서 그것을 부정한 동물로 명시하며 먹지 말라 돼 있기 때문입니다.
무슬림의 경전인 코란은 성경과 같이 구약성서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여성과 상징들
검은수녀들에선 돼지 대신 구마한 악마를 송혜교가 자신의 자궁에 가둡니다.
그리곤 스스로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며 순교합니다.
이 장면과 연출들은 사실 굉장히 난해한데, 감독이 그 난해함을 의도한 것 같진 않습니다.
일단 수녀는 순결과 정조를 지키고 사는 종교인인데 그런 수녀가 악마를 잉태합니다.
또한 가톨릭에서 성행위 없이 임신한 사람은 성모 마리아죠.
성모와 같은 숭고한 희생을 나타내기 위해 이런 장면을 넣은 듯 보이는데,
사실 가톨릭에서 자살은 굉장히 큰 죄악입니다. 구원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요.
또한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것도 이상합니다. 가톨릭에서 화형은 이단자나 마녀에게 행해지니까요.
솔직한 심경으론 그냥 있어 보이는거 다 때려박아서 이렇게 꼬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타로카드
검은수녀들에선 타로카드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암시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솔직히 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타로카드가 오컬트 계열의 마스터피스라서 나온 느낌입니다.
제 기억으론 총 3장의 카드를 뽑고, 각각 악마(The Devil) - 교황(The Hierophant) - 죽음(Death)이었던걸로 아는데
사실 타로카드는 저런 식으로 나왔다고 무조건 나쁘게 해석하진 않습니다.
어떤 식의 스프레드를 사용했는지, 뭘 근거에 두고 셔플을 했는지
카드가 정방향인지 역방향인지에 따라 해석이 첨예하게 달라지죠.
영화에선 단순하게 "악마가 나타났으니 교황청이 나서야 할 것이고 너는 죽을 것이다"를 카드로 보여준 거 같습니다.
봉쇄수도원
영화에선 악마를 찾아 두 수녀가 봉쇄수도원으로 향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봉쇄수도원은 오직 고독과 침묵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수도원인데,
한국에도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딱 한 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봉쇄수도원은 속세를 완전히 떠나 평생을 수도원에 살며 하느님께 나의 삶을 바치는 곳으로
가족들과도 일 년에 두 번 남짓 보는 게 전부일 정도로 극도로 폐쇄된 공간입니다.
극중에선 봉쇄수도원이 악마에 의해 잠식된 것처럼 나오는데, 왜 안에 아무도 없는지
그리고 왜 이 소재를 이런 식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게 소모했는지 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봉쇄수도원은 유튜브에 치시면 한국수도원을 촬영한 다큐가 있으니 찾아보시면 좋습니다.
무속
검은사제들에서도, 검은수녀들에서도 무속과의 커넥션은 계속 나옵니다.
검은수녀들에선 아예 대놓고 수녀에서 무속인으로 2차 전직한 무당이 나오며
극 중에서도 동양적 퇴마요소의 비중을 검은사제들보다 훨씬 더 높여놨는데,
송혜교를 따라다니는 보조수녀인 전여빈이 이러한 것들을 보고 진저리를 치는 장면이 많이 나오죠.
이는 기독교가 유일신을 믿고 하느님 외의 다른 신들은 배척하는 배타성 때문으로 보입니다.
기독신앙은 다른 신을 섬기는 것을 우상숭배라 하여 죄악시 하거나 악마와 동일시 하기에
일반적인 수녀가 무당과 합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무당들은 각자 자신이 모시는 신들이 있고, 신들의 종류도 굉장히 많은데
기독교적 입장에서 봤을 때 이들은 모두 우상숭배에 해당하니까요.
검은사제들에도, 검은수녀들에도 등장하는 매우 중요한 떡밥 중 하나가 바로 장미십자회입니다.
영화내에선 장미십자회가 12형상을 쫓는 등 교황청의 임무를 수행하는 비밀결사처럼 묘사되는데
영화 속 장미십자회는 장감독이 창작한 설정이지만, 실제로 17세기에 실존했다 전해지는 비밀결사 단체이기도 합니다.
장미십자회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년도는 알 수 없지만
탄생 시기는 대략 1300~1400년대로 추정되고, 관련된 책이나 선언문이 나온 것은 1600년대로 추정됩니다.
사실 '장미십자'라는 상징 자체가 굉장히 밀교스럽고 비밀스러운 것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예로부터 장미는 비밀의 상징으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장미 아래서(under the rose)'라는 영어 숙어 역시 '비밀스럽게'란 뜻을 가지고 있죠.
또한 장미는 동양의 연꽃처럼 깨달음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아풀레이우스의 <황금 나귀>에선
주인공이 나귀로 변했다 장미를 먹고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장미가 부활의 상징으로 쓰입니다.
장미십자회는 현재의 독일 지역에서 시작된 단체인데, 원래 독일이 이런 신비주의 계통에선 빠지지 않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히틀러에 대한 음모론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인데, 실제로 많은 오컬트 저서들에선 그를 흑마법단체와 엮습니다.
최초에는 장미십자회가 아닌 'House of the Holyspirit(성령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창립자로 알려져 있는 '로젠크로이츠'를 중심으로 4명의 구성원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8명으로 늘어났죠.
이야기는 17세기 초반의 독일에서 시작됩니다. 때는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백 년이 지나가는 시기.
신교와 구교 사이에 이념 싸움이 벌어지며 결국 30년 전쟁이 발발하게 되는데
이 시기 저자가 불명확한 두 개의 성명서 형태의 괴문서가 나타나게 됩니다.
첫번째는 "위대한 장미십자형제단의 선언(Fama Fraternitatis of the Meritorious Order of the Rosy Cross 1614)"이고,
두번째는 "장미십자형제단의 고백(The Confessio Fratenitas R.C 1615)"입니다.
통상 첫번째는 파마(Fama), 두번째는 콘페시오(Confessio)라 불립니다.
이 두 문서에는 크리스티안 로젠크로이츠라는 인물의 신비한 일대기와 장미십자단의 창설,
단체의 사상과 목적, 새 시대의 도래와 교단 가입 권유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번째 문서인 "크리스티안 로젠크로이츠의 화학적 결혼
(Chymische Hochzeit Christiani Rosencreutz anno 1459, 1616)"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 선언문 속에서는 여러가지 상징과 비유를 통해 연금술과 심오한 비밀들, 영적 가르침등을 전달하고 있었죠.
당시엔 이들을 유령 단체라 비난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파격적인 행보에 매료되어 옹호하는 이들로 나뉘었습니다.
특히 고대와 현대 양쪽의 지식을 연결 시킴으로써 세계를 계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이 단체는 프랑스의 수학자 르네 데카르트, 프랜시스 베이컨, 스피노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이작 뉴턴 등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거나
실제 그 장미십자회의 비밀결사 일원이었다는 썰들이 전해지기도 합니다(데카르트 외에는 썩 신빙성이 있어 보이진 않지만)
[16세기 독일 연금술사 다니엘 뫼글링의 저서 『장미십자회의 지혜의 거울』에 나오는 삽화. ①은 동양(Oriens)을 ②는 지혜와 깨달음을 끌어올리는 날개를 ③은 성채를 지상의 영역에서 깨달음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④는 서양(Occidens)을 상징. 동양을 높은 영성의 단계로 표현하고 있다]
이 선언서는 수 세기에 걸쳐 지식을 전수해온 선택된 형제들에 대해 언급했지만 저자가 누군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한편, 후세에 세 번째 선언문은 요하네스 발렌티누스 안드레이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안드레이는 비밀스런 장미십자회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데,
그에 대한 내용들까지 적으면 너무 길어지니 패스하겠습니다.
[요하네스 발렌티누스 안드레이]
재밌는 사실 하나만 알려드리자면, 베스트셀러이자 톰 행크스의 영화 <다빈치 코드>로 유명해진 책인
<성혈과 성배>에서는 '비밀 문서'를 인용하여 안드레이가 1637년부터 1654년까지 시온 수도회의 수장이었다는 기록이 소개돼 있습니다.
[1785년에 기록된 장미십자회 필사본 삽화. 장미십자회의 기호 체계가 얼마나 복잡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장미십자회의 견해는 17세기 후반 근대과학을 통해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려한 계몽주의와 맞닥뜨리며 급격히 쇠락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독일에는 여전히 이들이 의지를 잇고자 하는 자들이 남아있었고, 그런 인물들에 의해
'황금 장미십자회, 영국 장미십자회'등이 등장하며 그 맥을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장미십자회 이후 나온 이런 파생적인 집단들을 기존 장미십자회와 '사상이나 이념이 완전히 다르다'며 구분 지으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죠.
장미십자회 소책자 중 하나에서는 형제들이 '동양으로' 이동했다는 주장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후대에 나온 장미십자회 파생 단체들의 멤버들은 신비학에선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황금여명회(새벽회)'의 핵심 멤버가 되기도 합니다.
이후 나온 '황금 장미십자회'의 경우 ‘황금여명회’와 ‘영국 장미십자회(SRIA)’의 형성에 매우 지대한 영항을 끼쳤으며
초기 프리메이슨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편인데, 이 부분에 대한 내용도 이 글에선 스킵하겠습니다.
이후 이 원조 장미십자회에 소속됐었던 사람들은 프리메이슨을 포함한 유사한 비밀 결사와 부분 병합되며 사상적 토대가 되기도,
장미십자회 사상을 부정하는 일루미나티와 같은 어찌 보면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단체와 대립하기도 했다 전해집니다.
(일루미나티 역시 비슷한 시기 독일에서 설립된 급진적 계몽주의 사상의 비밀결사 단체)
이러한 점들 때문에 요즘엔 프리메이슨이 비밀결사 이런게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단체라고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 실제 모습은 다를 것이다'라는 음모론과 주장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여담이지만, 오늘날 한국을 포함한 세계에 존재하는 '루터교회'의 시초가 된 프로테스탄트 개혁가인
마르틴 루터의 상징에도 장미와 십자가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둘 사이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견해도 끊이질 않고 있죠.
이렇듯 장미십자회는 장감독 영화에서 나오는 교황청의 비밀조직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신비주의와 맞닿아 있었던 단체에 가깝습니다.
로젠크로이츠의 일대기까지 적으면 글이 너무 길어지니 이 내용은 글 마지막 에필로그에 따로 다루겠습니다.
검은사제들에서도, 수녀들에서도 구마의 가장 큰 목표는 악마의 이름을 아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체 왜 악마의 이름을 알려고 할까요?
사실 실제 구마에선 악마의 이름을 아는게 무조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중요하게 적용됐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에서 핵심 부분으로 다루는거죠.
보통 악마의 이름을 알아내게 되면 정체를 들킨 악마는 힘이 약해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악마의 특성 자체가 항상 어딘가에 '숨어'있기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즉, 이름을 알게되면 더 이상 숨을 방도가 없으니 힘이 약해진다는 원리죠.
다만 필수는 아니라서 악마의 이름을 알아내지 않아도 구마의식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부마자의 얼굴이 360도 꺾인다거나 거꾸로 계단을 타고 내려온다거나 하는 극단적인 변형은 영화적 표현이겠지만,
실제로 얼굴이 누가 봐도 이상할 정도로 유의미하게 변형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얼굴색이 변하거나 그런게 아니라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이 정말 극적으로 변화하는 느낌에 가깝다고 하네요.
빙의되면 나타나는 증상 중 가장 대표적인건 그 사람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말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어린 아이가 굉장히 높은 수준의 대화를 한다던가 전혀 배운 적 없는 혹은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를 하는 등이죠.
검은사제들에 나왔던 구마사제를 돕는 보조사제(강동원)와 같은 역할을 맡아
구마의식을 실제로 진행했던 한 신부가 만났던 아이의 사례를 보면,
아이가 구마과정에서 갑자기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언어를 구사했고,
이후 녹음을 해서 전문가에게 보냈더니 그 언어가 고대 중국어였다고 합니다.
그 아이는 9살에다 고대 중국어를 배운적도, 중국이라는 국가와의 접점도 없었음에도 말이죠.
또 다른 사례는 초인적 힘이 생기는 것인데, 한 여성이 성인 남성 셋을 제압하는 것도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성스러운 물건들에 매우 강력한 혐오감을 느끼는데,
기도를 할 때 쓰는 묵주를 갖다 대거나 하면 매우 격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죠.
또 구토를 하는 경우도 꽤 있는데, 일반적인 구토보단 정면으로 강하게 분출되는 분출성 구토를 하는 경우가 있으며,
토사물을 뱉는 것 외에 유리 조각이나 못, 천 조각 등등을 뱉어낼 때도 있다고 합니다.
해당 신부도 구토를 하는 부마자를 만났는데, 그 양이 의학적으로는 불가능한 양이었다고 하죠.
또한 동양의 무속이나 굿과는 달리 구마의식은 절대로 그 비용을 받지 않습니다.
특히 가톨릭 교회에서도 보수를 받는 등의 행위를 공식적으로 철저히 금지하는데,
'유혹'에 휘말릴 수 있기도 하고 구마가 필요한 상황이 아님에도 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구마 예식을 하는 동안 악마는 계속해서 모습을 감추기 위해 발버둥치기 때문에
구마사들은 항상 악마의 특징에 속아 넘어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악마는 사제의 질문에 이상한 동문서답을 한다거나,
한차원 더 높은 차원에서는 역으로 이상한 질문들을 던지거나 난해한 대답을 내뱉기도 하죠.
또한 육신으로부터 나간 것처럼 행동함으로서 구마사제에게 착각을 유발하는 경우도 잦습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퇴마를 다루는 영화들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특히 악령 들린 것이 아니라 마치 질병 증상, 특히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도록 속여
질병과 빙의 사이에서 혼란을 일으키게 만들기도 하죠.
진위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한가지 구마와 관련된 썰이 있는데,
한 신부가 부마자에게 구마를 할 때 옆에 있던 제의방 봉사자가 성수와 성수채를 들고 다가오자
부마자는 봉사자에게 "그 물로 네 낯짝이나 닦아라!"라고 소리를 질렀고,
그제야 봉사자는 성수통에 담겨 있는 물이 성수가 아니라 수돗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 구마의식은 영화처럼 극소수의 인원이 악마와 대결을 하는 형태라기보단
여러 보조사제들과 함께 단체로 기도를 올리는 형태에 더 가깝다고 합니다.
구마의식에서 사용 하는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구마용 성수(혹은 일반 성수)로, 그 외에도
구마 성유(올리브유), 구마 소금 등이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단골로 나오는 소재들이죠.
옛부터 기독교에선 성스러운 행위를 할 때나 임명식을 할 때 기름 부음을 했으며,
상처가 났을 때도 기름을 바르는 등의 행위를 했기에 기름은 신성함은 물론 불행들로부터 육신을 지켜주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성수의 경우 구마는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도 자주 쓰이는데,
신자들이 불길하거나 나쁜 장소에 다녀오면 신부가 성수로 축복을 할 수도 있습니다.
동양으로 치면 장례식에 다녀온 후 팥과 소금을 뿌리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소금도 마찬가지 악마를 쫓아내거나 악의 존재가 있는 곳 혹은 영향을 받는 장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주죠.
소금은 동양도 그렇고 서양도 그렇고 액운을 막고 악한 존재의 접근을 막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영대의 경우 보통 신부의 어깨에 두르게 되는데,
영화에서는 심심찮게 이 영대를 구마자의 몸이나 얼굴에 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제가 영대를 차는 것은 영대 자체가 예수님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예수님이 어깨에 십자가를 졌던 것처럼 사제도 영대를 두르는 것인데,
이 영대에는 항상 신성한 십자가의 형상이 그려져 있죠.
이러한 성사들에는 한가지 특징이 있는데, 이를 사용하는 이들의 믿음이 크면 클수록 그 효과는 커지지만
믿음 없이 사용할 때는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구마사제에게 '믿음'이라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마는 엄연히 따지면 사제의 힘으로 하는게 아니라 성령의 힘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담이지만, 검은사제들에서 강동원이 후반에 들고 나오는 연기 나는 향로
(수 많은 사람들이 후광을 봤다고 착각했던 그 장면)에 들어 있는 것은 유향과 몰약인데,
이는 아기 예수에게 바쳐진 세 가지 예물 중 두 개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지옥불을 뜻하는 '유황'이 아니라 '유향'입니다.
반대로 기독 신앙에서 불경하다 여기는 도구들도 있는데,
위자보드, 타로카드, 점성술 같은 도구들은 악마가 깃드는 창구라고 여깁니다.
특정 도구를 쓰거나 점쟁이를 찾아가는 행위 자체가 하나님을 의심하는 행위이고 불신한다는 증거라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런 식으로 신을 부정하는 행위를 하는 불신의 순간 악마가 그 틈새를 파고든다고도 생각하죠.
장 감독의 검은사제들과 그 후속작인 검은수녀들의 악마를 보면
장감독이 직접 악마를 창조하진 않고 72악마에서 12형상에 나오는 악마를 가져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검은사제들의 마르바스, 검은수녀들의 가미긴 역시 게티아 72악마에 있는 악마들이기 때문에
나머지 10개의 형상도 72악마에서 가져올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12형상의 모티브가 된 '솔로몬(게티아) 72악마'는 무엇일까요??
시대는 성서에 나오는 솔로몬 왕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솔로몬은 국내에서도 '아기를 반으로 가르라!'는 이야기로 인해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다윗처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왕입니다.
솔로몬은 남다른 혜안 덕분에 '지혜의 왕 솔로몬'으로 불렸는데,
이 솔로몬이 오컬트 계통에서는 그 뛰어난 지혜를 바탕으로
마법을 부리는 위대한 대마법사와 같은 대우를 받습니다.
'게티아 72악마'는 '솔로몬과 72악마'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실제로 솔로몬이 악마를 사역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은 아닌걸로 보입니다.
솔로몬 시대와는 거리가 먼 14~15세기인 중세시대에 한 작자 미상의 작가가
솔로몬 왕이 마법반지의 힘을 이용해 지옥의 악마들을 부렸다는 책을 집필했는데,
후대에 이 책이 수 많은 이들을 거쳐가며 변형 및 발전을 거듭해왔고
17세기에는 '솔로몬 왕의 열쇠: 레메게톤'이라 불리는 마도서의 형태로
보급되기 시작합니다. (이 때 이미 팬픽과 개작이 난무하며 원본은 거의 소실)
근대에 들어서는 가장 유명한 마법단체 중 하나인 '황금새벽회'의 수장이었던
맥그리거 매더스가 본격적으로 해당 책을 집필 및 보강했으며
20세기를 대표하는 흑마법사였던 알레이스터 크로울리가
매더스의 책을 '작은 열쇠'로 집약하며 완성해 나갔습니다.
현재 돌아다니고 있는 '레메게톤'은 크로울리판 책이며, 레메게톤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 첫번째 장인 '게티아: 강마의 술'에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솔로몬과 72악마'에 대한 내용이 나오죠.
1장: 아르스 게티아(강마의 술)
2장: 테우르기아 게티아(기적강마의 술)
3장: 파울리나(파울리나의 술)
4장: 알마델(제단의 술)
5장: 노토리아(마법의 술)
솔로몬과 72악마를 보면 악마들이 1위부터 72위까지 나오는데,
사실 여기서 '위'는 서열을 뜻하는 게 아닌 귀신을 세는 단위입니다.
사람을 n명, 동물을 n마리, 물건을 n개라고 하듯이 귀신도 n위라고 적는거죠.
하지만 검은사제들이나 수녀들은 물론 수 많은 매체 및 대중들은
이들을 서열이라고 생각하고 또 사용하고 있습니다. 뭐 별 상관은 없지만요.
검은사제들에서 여자아이 몸 속에 들어간 악마는 '마르바스'라는 악마입니다.
검은수녀들에서 남자아이 몸 속에 들어간 악마는 '가미긴'이죠.
이 둘 모두 게티아 72악마에 나오는 악마입니다.
검은수녀들에 나오는 가미긴에 대해 먼저 얘기해 보겠습니다.
가미긴은 72악마 중에 4번째에 해당하는 악마로, 보통 말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검은수녀들 클라이막스에선 송혜교가 악마의 이름을 알기 위해 계속 도발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빨리 이름을 말해라 이 말 대가리야"같은 대사를 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장면에서 악마가 가미긴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송혜교는 왜 어떤 악마인지를 알면서도 자꾸 이름을 말하라고 했을까요??
추측컨데, 악마의 '기만'이라는 공통적인 속성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나 악마가 마치 다른 악마의 특징처럼 행동하면서 수녀를
속이고 있는 것일수도 있기에, 스스로 시인하기를 끝까지 유도한 것이죠.
멋대로 지레짐작해서 악마의 이름을 불렀다간 자칫 역으로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뭐 장감독 작품이 아니기에 이런 디테일까지 의도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미긴의 경우 죄 가운데 죽은 자들과 바다에 빠져 죽은 자들을 불러내거나 영혼에 대해 얘기하는 능력이 있어
검은수녀들의 극 중 악마에 빙의된 남자아이를 바다로 데려가는 장면이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특히 그의 인장이 그려진 부적을 배게 밑에 넣고 자면 꿈 속에서
죽은 자와 만날수도 있는데, 그 모습이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이번엔 검은사제들에 나오는 마르바스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마르바스는 72악마 중에 5번째에 해당하는 악마로, 검거나 금빛의 사자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얘는 끝까지 마르바스인 줄 몰랐습니다.
영화가 초반부터 중반~후반까지 끊임 없이 짐승의 형상들을 보여주긴 하지만,
사실 이런 짐승의 형상은 마르바스 말고도 72악마에는 차고 넘치기 때문입니다.
극 중에서 파리 바퀴벌레 쥐 떼들이 나오는 것은 질병을 다를 줄 아는 마르바스의 특징 때문입니다.
이들은 현실에서도 전염병이나 질병을 유발하는 대표적 숙주이기도 한데,
극 중에서 나오는 악마의 형상이 짐승과 같은 이유도 마르바스가 검은 사자의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 혹시 사바하나 파묘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이 부분을 건너뛰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사바하나 파묘만을 따로 다룰 일이 없기에, 아예 여기서 이것도 깔끔하게 처리하고 가겠습니다.
사바하는 동양적 오컬트 영화지만, 이 영화에서 기독교적 상징이 몇 개 쓰이긴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오프닝 씬에 나오는 '염소'입니다.
성경에서 '양'은 신성함과 순수함을, '염소'는 그 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어린 양"이라는 말은 어디선가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양은 성경에서 그러한 존재입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 그러기에 신성한 존재죠.
이에 대비되는 염소는 타락의 상징입니다. 타락천사, 악마, 악한 공동체, 신앙을 버린 자들을 표현하죠.
또한 극중 이정재가 헤롯왕의 이야기를 빗대며 종교를 이용해서 악행을 저지른 것을 언급합니다.
메시아가 나타난다는 예언을 두려워하며 어린아이들을 무참히 살해한 일 말이죠.
사바하에서 이정재가 해당 썰을 푸는 이유는 사이비 종교에서 심심찮게 헤롯왕이 했던 행위처럼
이상한 잣대를 들이대며 사람들을 학대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죠.
파묘에선 극 중 장의사로 나오는 유해진이 클라이막스로 다다를 때
정령을 상대하러 가면서 아래의 구절을 읊습니다.
이 이야기는 로젠크로이츠의 일대기이자 장미십자회의 첫 번째 선언문인 파마 프라테르니타티스에 나오는 내용들입니다.
로젠크로이츠의 연대는 1378~1484로 추정되며, 연대만 봐도 106세라는 당시 기준으로 말도 안되는 수명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뭐 어디까지나 추정연도이긴 하지만 그에 대한 일화를 다룬 당시의 기록들을 보면 거의 판타지 소설 주인공에 버금가는 수준이죠.
사망한게 아니고 그의 사상이 그 시대에서는 맞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나는 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 잠시 쉬었다 120년 뒤에 돌아오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전해집니다.
[크리스티안 로젠크로이츠]
로젠은 어린 나이에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경 지역에 있는 한 수도원에 보내져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 수도원은 일반적인 수도원과는 달리 신비와 영적 비밀 전승이 전해지는 수도원이었는데,
로젠은 어릴 적부터 그러한 연금술과 신비한 지식들을 배우며 자랐습니다.
15~16세가 되던 해에는 다른 4명의 사제들과 성지순례를 목적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말이 성지순례지 10대 때부터 지식과 마법, 영적인 능력에 관심이 많았기에
실제로는 어떠한 '신비한 힘(마법, 오컬트, 고대의 지식 등)'을 찾아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러한 순례는 이니시에이션(통과 의식)을 치룰 수 있는 자만이 받을 수 있는데,
매우 높은 빛의 존재들이 점지해 놓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자격이 주어집니다.
로젠은 이렇게 네 명의 동료들과 함께 길을 떠났으나 중간에 동료 한 명은 목숨을 잃습니다.
이들이 다마스쿠스(현재의 시리아)에 도착했을 때 로젠크로이츠가 병에 걸리게 되면서 잠시 머물게 되는데,
이때 해당 지역의 신비주의 스승들로부터 여러가지 비의를 전수받게 되고 귀중한 책까지 획득하는 기연을 얻게 됩니다.
여기에는 추가로 몇 가지 썰이 더 있는데, 불멸자 생 제르멩 백작을
묘지 근처에서 만나 'M의 서'라고 불리는 비의를 받았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일각에선 그가 생제르맹 백작에게 비의를 받은 것이 아닌,
로젠크로이츠 자체가 생 제르맹 백작의 여러 화신들 중 하나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 이후에도 이집트를 거쳐 모로코로 들어가서 아랍의 현자들,
페르시아의 마법사들로부터 수 많은 비의를 전수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이집트는 오컬트 학문에서는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지만,
모로코 역시 마법적 요소들과 관련이 깊은 지역입니다.
시간이 흐른 뒤, 독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자랐던 수도원을 다시 찾아가 자신의 이상을 함께 할 일곱 명의 수사들을 얻습니다.
그렇게 8명까지 멤버가 늘어난 그들은 서로를 프라테르스(형제)라고 부르며 당시 시대상을 비판하는 개혁적인 운동들을 펼치게 됩니다.
그들은 그 신묘한 능력들로 병자들을 치료해주는 등 선행을 베풀고 다녔다고 합니다.
두 번째 선언문인 콘페시오 프라테르니타티스에는 이러한 장미십자회의 신념과 목표, 목적 등이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첫 번째 선언문인 파마에 대한 답변들이나 장미십자회 회원 모집과 조건,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내용들이죠.
장미십자회는 단순한 비밀결사가 아니라, 신과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인류를 진리로 인도하는 지식인들의 모임이라는게 핵심입니다.
특히 그 시대에는 쉽게 나올 수 없는 급진적인 사상도 적혀있는데, 기독교 신앙과 과학을 결합해 인류 발전을 도모한다는 내용이었죠.
세상의 지식인들을 초대하며 "기존의 부패한 체제에 만족하지 않고, 진정한 지혜를 찾고자 하는 자들에게 문은 열려있다"면서요
이러한 장미십자회 멤버들에게는 약 6가지의 행동강령이 있었습니다.
1. 병든 자를 치료해주되 아무런 대가도 받지 말 것
2. 신분을 노출시킬 수 있는 특별한 의복을 입지 말고 지역 풍습에 맞게 녹아들 것
3. 형제들은 1년에 한 번(그리스도의 날) 성령의 집에서 모임을 가질 것
4. 멤버는 8명을 넘지 않되, 각자는 죽기 전에 자신의 후계자를 정할 것
5. 장미십자단의 표식은 R.C(Rose Cross)로 한다
6. 최소 백 년 이상 형제단은 외부 세계에 존재를 드러내지 않을 것
로젠크로이츠의 일대기에서 나오는 'M의 서'는 'M의 기록'으로도 불리는데, 'Memories of Master'의 약자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생 제르맹은 역시 7명의 마스터 중 한명으로, 마스터들에게 내려지는 빛 기둥 중 7번째 광선인 보라색(바이올렛) 광선에 해당됩니다.
비의를 전수받지 않은 자는 애초에 이 M의 기록을 봐도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 M의 서의 경우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3배로 위대한 헤르메스)가 썼다고 전해지는데,
이 인물은 오컬트적 사상에서 매우매우매우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헤르메스 학문이라는게 따로 존재하기도 하고, 그의 화신 중 하나로 이집트 지혜의 신 토트가 많이 언급됩니다.
트리스메기스투스(3배로 위대한)라는 호칭 역시 뭐와 비교해서 3배라는 의미로 쓰이기 보다는
신비학에서 3이라는 숫자는 완전함, 완성, 삼위일체를 뜻하기 때문에 쓰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초월적 존재를 나타내기 위한 넘버링이란 소리죠.
세번째 책인 '로젠크로이츠와 연금술적 결혼'에서는 로젠크로이츠가 신비한 초대를 받고
7일동안 연금술적 의식을 통해 영적 변형과 꺠달음을 경험하는 과정들을 상징적인 비유가 결합된 표현으로 적어놓았습니다.
(여기서 결혼은 단순한 결혼식이 아닌 영적인 합일 등의 상징적 의미로 쓰였습니다)
[만화적 요소로 재해석해본 장미십자회의 창립자이자 수장인 ‘로젠크로이츠’]
첫째 날, 황금빛 글씨로 쓰인 신비로운 초대장을 받게 된다.
둘째 날, 세 갈래 길과 지혜와 순수함을 증명하는 여러 시험들을 맞닥뜨린 후 궁전에 도착한다.
셋째 날, 다른 여섯 명의 인물과 함꼐 특별한 영적 시험을 받는다(이 과정은 물질적 존재에서 영적인 존재로 변화하는 과정)
넷째 날, 신비로운 왕과 여왕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희생 당하고 조각난다(이는 연금술에서 원초 물질이 해체되는 과정을 비유한 것)
다섯째 날, 조각난 왕과 여왕의 시체를 연금술적 변형을 통해 재조합한다(연금술적 구원과 순수성의 회복을 상징)
여섯째 날, 왕과 여왕은 더욱 강력하고 완벽한 형태로 다시 태어나며, 이것이 ‘연금술적 결혼’이다.
일곱째 날, 로젠은 모든 과정이 끝난 후 신비로운 단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궁전을 떠나 다시 삶 속으로 돌아간다.
칼 융의 경우 이 책을 심리적 변형 과정의 상징으로 분석해 “개인의 내적 성장과 자아실현의 은유적 표현”이라 해석하기도 했죠.
시간이 된다면 다음엔 나홍진 감독의 곡성에 대해 풀이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