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날아가는 사람을 본 경험
때는 나의 아리따운 고등학생 시절, 매일 아침 교회로 새벽기도를 갔다가 등교를 하던 시절이었읍니다. 파란 새벽공기가 정말 좋았더랬죠. 교회갔다가 아침에 커피한 잔 딱 들고 1빠로 교실에서 햇살을 맞는 것도 좋았꾸요.
그러던 어느 날, 새벽예배를 마치고 지하철로 걸어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끼이익 하더니 뻥! 하는 소리가 들리더랬습니다. 그땐 겨울이어서 해가 늦게 뜰 때라 아직 새카만 밤 같았지요. 이른 아침이라 다니는 차도 없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니 9차선 도로 너머로 사람 하나가 날아오고 있더군요. 사람이 떨어진 곳에 다가가보니 텅 빈 도로 한복판에서 엎드린 채 누워 있는 아저씨가 보였습니다. 아저씨 밑으로는 검은 웅덩이가 흐르고 있었고요. 소지품처럼 보이는 것들은 여기저기 먼 곳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언니와 함께 있었는데, 바로 119를 불렀습니다.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택시 한 대가 사고지점 조금 앞에서 서있더라고요. 저희가 가서 “아저씨 나와보세요!” 하니까 충격을 받으셨는지 운전자 아저씨는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5분 정도 후에 나오셨습니다. 그 택시 아저씨 말로는 무단횡단하던 사람을 친 것 같더라고요.
사고가 난 장소 근처에 다른 학교가 있었는데, 교문 경비실 안에 있던 경비아저씨가 교복입은 여자애 둘이서 피 웅덩이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걸 보고 후다닥 나와서 구급차량이 올 때까지 옆에 있어주셨습니다. 구급차는 정확히 20분만에 왔습니다. 20분이 몇 시간 같았더랬죠. 피 웅덩이는 점점 커지는데 구급차는 왤케 안 오냐고 씩씩대면서 기다렸습니다. (씩씩대는 것 반 찡찡대는 것 반이었던 것 같네요.)
주변이 확트인 대로변이었지만 새벽이라 주변이 고요할 만큼 아무도 없어서 저희가 유일한 목격자였어요. 그래서 신고를 받고 온 사람이 묻는 말에 답하고 연락처를 주었습니다. (119를 불렀는데 경찰차도 같이 옴. 묻는 사람이 경찰이었는지 구급대원인지 기억이 안 남)
그동안 구급대원이 들것을 들고 와서 그 아저씨를 피 웅덩이에서 뒤집었는데 언니 말로는 그 사람 코가 없었다고 했어요. 저는 뒤집기 직전에 언니 품에 얼굴을 뭍어서 못 봤습니다.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요. 옆에 경비원 아저씨도 “쯧쯔.. 저 사람 죽었어..못 살아..”하시고.
그 날 저는 아무 것도 못 먹었습니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라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입에 뭐가 안 들어가더라고요? 사실 평범한 고등학생이 대량의 피를 볼 일은 잘 없으니까요. 당시 저는 식욕이 없던 경험이 없어서 이게 대체 무슨 현상인가 하고 당황하기만 했습니다. (근데 그 다음 날부턴 다시 엄청 잘 먹었습니다..대체 십대의 식욕이란 무엇인가?) 성격이 단순해서 그런건지🤔 다행히 그렇게 큰 트라우마도 없네요. 그래도 당시엔 많이 충격이었습니다. 추운 겨울에 교회에 크리스마스 장식도 있었을 때라 딱 이맘때네요. 아 이 기억이 갑자기 왜나나 했네:0
당시엔 경비실 아저씨 말을 듣고 아마 돌아가셨겠구나 했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요.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까..? 부디 어딘가 살아계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