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위의 역사
가위 썰이 많아서 저도 하나 풀어 보려 합니다..
제 가위는 어린 시절 .. 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되는데..
당시 우리 초등학교 주변은 재개발이 한창이라 학교 주변으로 아파트가 삥 둘러싸게 되면서 학교 부지가 크게 줄어들고 새 건물을 옆쪽에 새로 올리는 동시에 기존 건물의 절반은 허물고 남은 절반으로만 운영하는 기이한 형태였고 학생을 수용할 교실이 모자라 오전/오후 반으로 나눠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날 뻔하게도 집엔 아무도 없었고 오후 반이었던 저는 그날 줄넘기 테스트가 있어서 마당에서 줄넘기를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구식 단독 주택이었던 저희 집 마당에는 별채가 하나 있었는데 당시 분가하지 않은 막내 삼촌이 쓰던 곳으로 벽돌 건물인데도 예전 한옥처럼 아래 큰 돌이 받쳐서 있고 그 위에 건물이 올라가 있는 형태로 높이가 꽤 높아 바닥에서부터 끝까지 재보면 3~4미터 이상 될 정도로 높았습니다.. 특이하게 문도 되게 높은 위치에 달려 있어서 문까지 올라가는 돌도 있었어요 하여튼 높았음..
줄넘기를 하던 도중.. 문득 시선이 느껴져 별채 쪽을 봤는데.. 웬 여자가 벽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차라리 지붕 위나 처마에 매달려 있었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는데 3미터나 되는 높이의 벽에 가로로 매달려서 벽을 잡은 양손과 얼굴만 내놓은 채로 저를 쳐다보고 있는데 어? 어떻게 저기에 사람이 있지? 라는 생각과 함께 본능적으로 본채로 뛰어들어와 할아버지 방 (항상 이불이 깔려져 있었음) 이불 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와 숨었고 엄청나게 큰 소리고 깔깔 웃는 소리가 따라 들어와 한참을 머리 위를 뱅뱅 돌다가 사라졌습니다. 소리가 굉장히 입체감이 있어서 지금 어디 있겠구나 다 알겠을 정도..

이런느낌?
소리가 사라진 후에도 밖으로 나갈 엄두가 안 나 그 상태로 있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고 잠에서 깼을 때 도 두꺼운 이불 안에서 시간을 가늠 할 수가 없었죠.. 가족들이 하나둘씩 귀가하면서 익숙한 소리가 들리자 이불 밖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평범한 우리 집이 되고 나서야 귀신이고 뭐고 무단결석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도 못 하고.. 다른 의미로 벌벌 떨다가 맞이한 다음날..
마음 졸이며 간 학교에서 요상한 일이 한 번 더 있었는데 선생님이 출결에 대해 전혀 묻지 않았고 의아하게 느낀 제가 친구들에게 나 어제 안 왔는데 선생님이 뭐라고 안 하더냐 물으니 너 어제 나왔었다고 했으며 심지어 줄넘기 테스트도 통과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당장은 혼나지 않을 것에 안도했고.. 혹시 개근상을 받지 못하는 건 아닌가 연말까지 맘 졸였지만 다행히 개근상도 탈 수 있었고요..
이건 아마도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제 캐릭터 + 어수선했던 학교 분위기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 그 후 뱅뱅 도는 깔깔이 여자는 그 뒤로로 가위만 눌리면 항상 나타나는 가위 메이트가 되었습니다..
다들 비슷할지 모르겠으나 제 가위의 특징은..
- 삐 - 소리와 함께 몸이 굳음
- 깔깔거리는 소리가 그 공간을 가득 채우며 공중을 빙글빙글
- 가위를 눌린 건 대부분 그 별채
- 수 년 후 대대적인 집 리모델링을 위해 별채의 벽지를 모두 뜯었을 때 그 벽지 안쪽은 부적으로 도배되어 있었음..
- 우리 집도 재개발되어 이사했고 그 후로 가위는 잘 눌리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