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건
재작년 이맘때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갑상선암을 발견했다.
여기서 ‘우연히’라고 말하는 이유는 검사를 받게 된 계기부터 우연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건강검진을 예약할 땐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신청하지 않았다. (20대 남자가 갑상선에 문제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예약할 때 선택 검사에서 CT였나 몇 가지를 골랐는데 센터에서 진행하지 않는 검사라고 변경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무슨 검사 많이 하나요?”
“갑상선이랑 전립선 초음파 많이 하세요.“
”그럼 그걸로 바꿔주세요.“
별생각 없이 바꿨는데 결과적으론 신의 도움이었다.
검사 받을 때 대부분 중년의 여자분들이 대기하고 계셨고 젊은 남자는 나 혼자였다.
인기가 많은 검사라 긴 대기 끝에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을 땐 의사분이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몇 군데 찰칵찰칵 찍으셨지만 시종일관 조용히 검사해 주셨다.
그래서 별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검사 결과 결절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렇게 걱정하진 않았다. 갑상선엔 물혹 같은 게 잘 생긴다고 들었고 마찬가지로 20대 남자니까 암은 절대 아닐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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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대로 세침흡인검사를 받으러 동네 병원에서 다시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모양이 좋으면 굳이 검사할 필요는 없는데... 의사 선생님께선 모양이 좋지 않다고 세침흡인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사실 여기서부터 암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작년엔 없었는데 1년 사이에 1.7cm 면... 빠르게 자란 것부터 의심스러웠다.
검사 과정은 끔찍했다.
기다란 바늘을 목에 꼽아 말 그대로 세포를 쪼오옥 흡인하는 검사이다.
위치가 애매해 움직이면 위험하다고 침 삼키면 동맥 찌를 수 있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겁이란 겁은 다 주셨다.
저 바늘을 한번 꼽고 당기고 끝이 아니라 목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세포를 찾아다니는데 느낌이 정말 이상했다.
검사 결과 역시 암이었다.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움직여졌다. 친구의 도움으로 큰 병원을 예약하고 다시 검사를 받고 수술하고...
다행히 오른쪽 갑상선만 떼어내서 약은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오히려 갑상선 수치가 수술 전보다 좋아지기도 했다.
종양이 성대 신경에 붙어있어서 걱정이었는데 교수님께서 잘 떼주셔서 다행이었다. (노래 다신 못 부를까 봐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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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1년에 한 번씩 추적 관찰만 하고 있고 어디로 전이되진 않은 것 같다.
올해 39도 열이 한 달 동안 났는데 그건 갑상선이 원인은 아닌 거 같고... (덕분에 6킬로 줄었다.)
그래서 결론은 무엇이냐.
건강검진은 꼭 받자!
여러 검사를 다 받아보자!
사실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면서 지나가려고 했는데 올해도 역시 뭐가 나온 김에 쓰게 됐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뇌종양 발견 썰로 찾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