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일생과 이름에 대해
안녕하세요 지난 번에 인터넷에서 삼국지의 등장인물과 자에 대한 게시물을 보고
동아시아 사회에서 사람들의 호칭에 대해 한 번 설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일단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리면서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한 번 설명해보겠습니다.
그럼 가상의 인물이 전근대 동아시아 사회에서 태어났다고 가정하고 한 번 써보겠습니다.

여기 혼인한 부부가 있네요 두 분 행복하세요~!!
결혼을 하면 따라오는 행복이 바로 출산이지요?

참 똘똘해 보이는 아들이 태어났네요
그럼 이제 아이의 이름을 지어줘야겠지요?
어린아이에게 지어주는 이름을
아명(兒名)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예전에는 영아 사망률이 높았는데
너무 좋은 이름을 지으면 신이 질투해서
그 아이를 해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아이가 오래 살기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비천한 이름을 지어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개똥이나 강아지, 도야지 등등이 있습니다.

내가 개똥이라니!! 😭😭
이렇게 아명으로 불리다가 이제 나이가 15세 정도가 되면
오늘날의 성년식이라 할 수 있는
관례(冠禮)를 행하게 됩니다.

관례는 말 그대로 성인이 되는 사람에게 관을 씌워주는 의식입니다.
이 관례를 할 때 대체로 본명(本名)과 자(字)를 받습니다.
본명은 관례 이전에 받기도 합니다.
아마 추정해보면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서
이 정도면 살겠다 싶으면 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본명은 세상에서 3존재를 제외하고는
함부로 부르지 않는 것이 예의였습니다.
그 존재는 바로바로~

부모(父母)

스승(師)

임금(君)
입니다.
부모는 나에게 생명을 주신 분이기에
스승은 나에게 진리를 알려주는 분이기에
임금은 신민(臣民)의 생사여탈(生死與奪)의 권한을 지닌 존재이기에
사람의 본명을 불러도 됩니다.
또한 본명은 1글자로 짓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2글자 이름이 흔하지요?
그것은 우리가 돌림자 혹은 항렬자(行列字)라고 하는 글자를 넣기 때문입니다.
항렬자란 이름에 쓰인 글자 중 1개의 글자를 같은 항렬
즉 형제 혹은 종형제(從兄弟:사촌형제), 재종형제(再從兄弟:육촌형제), 삼종형제(三從兄弟:팔촌형제)들과
공유하는 글자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고려 말에 유명한 관료이자 시인인

이조년은 ‘이화에 월백하고~’라는 시조로 유명합니다.
이조년(李兆年)의 형제들은
이백년(李百年), 이천년(李千年), 이만년(李萬年), 이억년(李億年), 이조년(李兆年)입니다.
여기서 年이 공통적으로 들어가지요?
이런 글자를 돌림자 혹은 항렬자라고 합니다.
돌림자를 사용하지 않고 외자의 이름을 짓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선 전기의 문인 관료였던 성현(成俔)은

형제가 성임(成任), 성간(成侃), 성현(成俔)인데
이름에 쓰인 글자에 공통적으로 ‘亻’이 들어가 있지요?
이렇게 돌림자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름을 짓습니다.
(참고로 돌림자를 짓는 방법도 있는데 그것도 설명하면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이름을 받지만 일반적으로는 ‘자’로 호칭하게 됩니다.
자는 본명과 관련된 글자를 사용하게 됩니다.

여기 당양 장판의 영웅 조운(趙雲)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조자룡(趙子龍)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요?
자(子)은 아들이라는 뜻으로 큰 의미는 없습니다.
룡(龍)은 운(雲)과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주역(周易) 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에
운종룡풍종호(雲從龍風從虎: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여기서 운(雲)과 룡(龍)이 관련이 있는 글자가 됩니다.
대체로 자는 이름에서 부족한 의미를 채워주는 느낌이 있습니다.

여기 이릉방화범을 보십시오.
육백원입니다.
성은 육(陸)이고 이름은 손(遜)이며 자는 백언(伯言)인데
손(遜)은 겸손하다의 의미이고
언(言)은 말의 의미로
결국은 말을 겸손하게 하다의 의미입니다.
백(伯)은 그가 첫째 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아들은 백(伯) 혹은 맹(孟)
둘째 아들은 중(仲)
셋째 아들은 숙(叔)
막내 아들은 계(季)를 자에 넣습니다.

조조의 자가 맹덕(孟德)이므로 그가 첫째 아들임을 알 수 있고

공자는 자가 중니(仲尼)이니 그가 둘째 아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를 가지고 살아가다가 사람이 사회적인 관계가 넓어지고
보다 친근하게 부르는 명칭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때 부르는 명칭을 호(號)라고 합니다.
호는 정말 자유롭게 부르는 명칭이기 때문에
아무나 불러도 됩니다.
호를 짓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 자기가 사는 곳이나 살았던 곳의 명칭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여기 육천원이 있습니다.
EE! 선생님은 호가 율곡(栗谷)이지요?
선생님의 고향이 경기도 파주시 율곡리입니다.
소지섭님은 퇴계(退溪)가 호인데요.
안동시 토계리에 사셨습니다.
아 근데 이 퇴계에는 다른 의미가 하나 더 있습니다.
호를 짓는 두 번째 방법 바로 자신의 가치관(지향하는 목표, 도달한 경지)을 담는 것입니다.
퇴계 선생께서는 항상 앞서기 보다는 남들의 뒤에 있겠다는 의미를 담기도 했다고 합니다.

고려의 마지막 충신! 선죽교 철퇴 OO사건의 피해자!
정몽주 선생은 호가 포은(圃隱)인데
포(圃)는 채소 밭의 의미이고 은(隱)은 숨어 산다는 의미로
포은은 채소 밭이나 가꾸면서 숨어 살고 싶다는
니트의 삶을 꿈꾸신 분입니다.
(물론 농담입니다;; 실제로는 어지러운 정국에서 벗어나고 싶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은(隱)을 호에 넣는 것이 유행이기도 했습니다. 야은(冶隱) 길재, 목은(牧隱) 이색, 도은(陶隱) 이숭인 등등…)
세 번째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호를 짓는 경우입니다.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인 금오신화(金鰲新話)의 작가로 알려져있죠.
여기서 매월당의 매(梅)와 월(月)은 매화와 달이라는 뜻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나타내고 있지요.

비슷한 시기에 사육신의 한 분으로 유명한 성삼문(成三問) 선생은
호가 매죽헌(梅竹軒)인데
매(梅)는 매화, 죽(竹)은 대나무를 의미합니다.
김시습 선생과 성삼문 선생은 모두
세조의 계유정난에 반대하고 충절을 드러냈는데
추운 겨울을 이기고 꽃을 피우는 매화를 좋아한 공통점도 있군요.
참고로 매월당의 당(堂), 매죽헌의 헌(軒)은 모두 집을 의미합니다.
당, 헌, 재(齋) 등은 모두 집을 의미하는데 자신이 사는 곳의 이름과
자신의 호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호는 자유롭게 짓고 자유롭게 바꾸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서예가인 김정희(金正喜) 선생의 경우
알려진 호만 해도 70개가 넘지요.
제일 유명한 것이 추사(秋史)입니다만
추사는 호가 아니라 자라는 설도 있습니다만 일단 여기서는 호라고 하겠습니다;;
완당(阮堂), 과파(果坡), 보담재(寶覃齋) 등등

조선의 정조(正祖) 이산(李祘)은 호가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인데
만 개의 시내에 비추는 밝은 달의 주인이라는 뜻으로
이 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창덕궁 후원의 존덕정에 달린 현판에 쓰여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시호(諡號)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시호란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장 잘 알려진 시호는 바로

호는 바로 이순신(李舜臣) 장군의 시호인 충무공(忠武公)입니다.
충무공의 충무는 무장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시호 중 하나입니다.
충은 나라에 충성을 다했다는 것이고
무는 전쟁을 잘하였다는 의미입니다.
참고로 진주대첩의 김시민(金時敏) 장군 또한 시호가 충무공입니다.
그리고 제갈량의 시호가 충무후(忠武侯)지요.
무관의 최고 시호가 충무라면
문관의 최고 시호는 문(文)입니다.
송나라 성리학을 집대성한 대학자 주자의 시호가 문공(文公)입니다.
이러한 시호는 국가에서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 큰 공이 있어야 받을 수 있고 받는 것 자체가 엄청난 영광이었습니다.
여러분들 본관에 무슨 무슨 공파 할때 무슨 무슨 공이 시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제 왕들이 받는 묘호, 존호가 있는데요.
묘호는 사후에 종묘의 신주에 쓰는 호칭이고,
존호는 신하들이 임금을 평가하여 바치는 호칭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묘호는 태조, 태종, 세종, 세조, 중종 등등이 있습니다.
존호는 우리가 잘 모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조선의 깨우친 임금 세종의 경우
영문예무인성명효대왕(英文睿武仁聖明孝大王)이라는 존호가 있습니다.
또한 조선의 왕은 명나라 혹은 청나라에서 시호를 받았습니다.
세종대왕의 경우 장헌(莊憲)이라는 시호를 받았는데요.
그러니까 이것을 합치면
세종장헌영문예무인성명효대왕이 됩니다.
참고로 이 시호에는 시법(諡法)이라고 해서 이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成)은 백성을 편안히 하고 정사를 세움[安民立政曰成]
명(明)은 천하를 밝게 비추어 줌[照臨四方曰明] 등이 있습니다.
또한 나쁜 의미의 시호도 있습니다.
수나라의 양제의 양(煬)은
여색을 밝히고 예의를 멀리함[好內遠禮曰煬]의 의미입니다.
이외에도 능호(陵號)라고 하여 임금의 무덤에도 이름이 있습니다.
세종대왕은 여주의 영릉(英陵)에 묻혀 계시지요.
이외에도 더 설명 드릴 것이 많이 있겠으나
여력이 여의치 않아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사극을 즐기실 때 다양한 호칭이 나오면 아~ 그거? 하시길 바라며…
그리고 사극을 만드시는 분들이 이런 걸 조금 더 활용해주시길 바라면서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