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고등학교 때 컴퓨터가 증발한 사건
다들 학창 시절에 물건을 도난당한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물건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많이 없어지는 걸 목격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도대체 누가 훔쳤는가.
그리고 그 사건의 전말을 알고 싶을 것인데
이번에 해볼 이야기는, 11년 전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기숙사의 컴퓨터 본체가 통째로 사라진 기이한 이야기이다.
수능을 준비하기 위해선 인터넷 강의가 필수였는지라 기숙사에는 컴퓨터가 많이 있었는데,
어느 날 한 컴퓨터 본체가 통째로 사라져있는 것이었다.
해당 컴퓨터는 가장 성능이 좋은 최신 컴퓨터로
학교 동문회에서 기증을 한 녀석이었다.
본체가 사라졌음에도 기숙사의 분위기는 평소같이 흘러갔다. 본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은 도난의 의심보다는
학교 시설이 그렇듯 누군가가 학교 행사로 빌려 갔거나.
수리를 위해 어딘가에 맡겨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신 컴퓨터라 그런지 학생 사용이 잦아서 수차례 AS 수리를 갔던 본체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조금 불편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을 상황이 '학교 전자정보 물품 전수조사'라는
다음 날을 맞이하여 비상의 상황으로 바뀌었다. 최근 수리
기록은 2개월 전, 그 컴퓨터는 도난을 당한 것이었다!
기숙사 사감은 70명에 달하는 기숙사원을 전원 집합 시켰다.
가장 최근까지 컴퓨터를 사용한 사람을 찾는 질문부터
수상한 사람이 오가는 걸 본 사람이 있냐는 질문,
그리고 "모두 눈 감아. 조용히 손들면 넘어가 주겠다." 하는
선생님 필살기 질문까지 오가고
아무런 실마리가 잡히지 않자, 학생들의 유추하는 수군거림으로 시끄러워졌다.
웅성거림 속에 내 룸메이트가 처음 보는 모자를 쓴 AS 기사를 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사감은 저녁 급식 시간에 불러서 짜증 난 표정의 학생들을 모두 해산시키고 재빠르게 기숙사 출입구 cctv를 확인했다.
컴퓨터가 가장 최근까지 사용된 것은 금요일, 그리고 학생들이 해당 컴퓨터를 못 봤다던 때가 다음 주 월요일이기 때문에,
컴퓨터의 도난은 가족 면회 및 학생 외박 외출이 이루어진 주말에 일어난 것이다.
cctv를 토요일 저녁 시간대로 돌려보니 정말로 노란 모자와 작업 조끼를 입은 사내가 기숙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모자를 푹 눌러썼기에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해당 노란 모자의 사내가 언제 나가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감은 빨리 감기 버튼을 눌렀다.
빠르게 오가는 화면에 외출을 위해 멋지게 차려입고 나가는 학생, 치킨을 몰래 들고 들어가는 학생, 면회 온 부모님들,
하나하나 면밀히 살펴보는데 비디오는 어느새 월요일,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cctv 비디오를 모두 돌려보았는데 노란 모자의 사내는 토요일 저녁에만 들어왔고, 이후로 나가는 모습은 없었다.
'설마 아직까지 기숙사에 숨어있는 건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며 시설관리 겸, 기숙사의 화장실 칸 하나하나 문을 열어젖혔다. 텅 빈 화장실만이 있었고, 사감의 생각은 빠르게 학생들이 지난 밤에 몰래 치킨을 시켜서 받아 간 일명 '치킨 구멍'으로 불리는 1층 뒤창문으로 생각이 쏠렸다.
치킨 구멍의 창문을 열고 도둑의 출입 가능성을 확인해 봤으나. 창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3m에 달하는 학교 벽뿐이었다.
창문과 벽 사이의 거리는 비만한 성인 남성이었다면. 뱃살이 기숙사 건물과 벽 사이에 끼였을 정도의 좁은 폭이다.
학생들은 이 좁은 폭에 서서 배달원에게 학교 벽 위로 치킨을 던져달라고 하다니 기가 차다.
도둑이 치킨 구멍으로 나와서 3m가 되는 벽을 컴퓨터를 들고 넘어갔다? 불가능하다. 본체를 들고 좁은 틈에서 게걸음으로 옆으로 기숙사 건물이 끝나는 지점까지 나갔나? 그것 또한 불가능하다. 그 지점에는 학생이 나갈 수 없게 가벽으로 막혀있다. 아니면 벽 밖에서 도와주는 사람?, 또는 본체를 들고 벽을 오를 수 있는 괴력의 소유자? 사감의 머리는 새하얗게 변하였다.
기숙사생들 사이에서도 도둑의 정체에 많은 관심과 유추가 오갔는데, 내가 1학년 때 졸업했던 도벽이 있다고 소문난 선배로 많은 입이 모아졌다. 기숙사에 좋은 컴퓨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기숙사 구조를 알고 있는 사람은 기숙사생뿐이기에. 그러면서 문뜩 도벽이 있다고 의심받는 내 룸메이트가 생각났다. 그 친구는 학교 담임선생님이 아이폰을 샀다고 자랑하고 일주일 뒤에 그 선생님과 같은 기종의 아이폰을 들고 나타났다. 물론 담임선생님은 비슷한 시기에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진짜 도둑이라면 그렇게 가져와서 사용하지 않고 집에서 몰래 혼자만 쓸 수도 있기에, 세상에 어떤 강심장이 훔친 물건을 주인 앞에서 사용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 친구의 반에서는 수학여행비나 현장체험학습비 또한 비일비재하게 사라지기에 항상 룸메이트를 향한 의심과 안 좋은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내 룸메이트는 컴퓨터 본체를 오래 들고, 벽을 넘거나 할 수 있는 체구는 아니다. 팔이 가늘고 앙상하다.
이후 학교에는 경찰이 몇 번 오갔다. 당시 기숙사 전등 전원 담당을 맡고 있었던 나에게도 경찰이 몇 가지 질문을 하였다.
나중에 후문으로는 학교 주변 cctv에서도 노란 모자 사내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1년 뒤 나는 3학년이 되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졸업식을 마치고 기숙사에 둔 짐을 부모님이 가져온 차에 싣고 학교에 둔 짐을 가지러 갔다. 그때 룸메이트를 마주치게 됐다. 그러고는 나를 불렀다. "xx야 재미있는 거 보여줄까?" 그러고 룸메이트는 2학년 영어특별교실 복도로 갔고, 복도 사물함 제일 구석에 옛날부터 누군가가 자물쇠로 잠가놓아서 못쓰는 사물함 앞에 섰다. 룸메이트는 먼지 쌓인 자물쇠를 털고 자신이 들고 있는 열쇠로 자물쇠를 열었다. 그 안에는 1년 전 사라졌던 컴퓨터 본체가 있었다! 룸메이트는 멋쩍은 미소를 나에게 보이고 아무렇지 않게 본체를 사물함에서 꺼냈다. 본체는 나사가 몇 개 빠져있고 사물함 바닥에 나사들이 나뒹굴었다. 아무렇지 않게 나사를 본체에 다 조이고 난 뒤 자신이 들고 온 큰 가방에 담고 "잘 지내~" 한마디만 남기고 떠나갔다.
인터넷에 글이란걸 잘 안쓰는데 고등학생때 있었던 충격적 사건은 남겨놓고 싶어서 썰을 풀고 싶었습니다!
이것 또한 글쓰기? 능력이 필요한가봐요..
군인 때 읽었던 베르나르 소설이 다라서 쓰고보니 글이 다른분들 썰푼 말투가 아니라 오그라드는 말투에 장황한 설명이랑
표현력이 부족해서인지 사감이 말해준 내용들을 사감이 행동한 걸로 썼어욬ㅋㅋㅋ
훔친방식은.. 부품을 하나씩 사물함에 옮겨놓고 1년 뒤에 가져간다는 계획이였겠죠?..
혹시 ㅅㄱ고 출신 있다면 떠돌던 소문의 정답을 가져가겠네요
아무튼 11년 전 일이라 빠진 기억의 조각은 뇌에서 맛있게 숙성된 뇌피셜로 채워졌을 거 같지만..
본체를 보여줬을 때 충격이랑 아직도 왜 나에게 보여줬는지 내가 신고하면 어쩔려고 하는 의문은 남아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