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 아닌 유괴썰.txt
90년대 초.
4살 꼬꼬마였던 제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은 유괴 아닌 유괴썰을 풀어보려 합니다. 유괴라고 확실하게 이야기 못하는 이유는 유괴인지 아닌지 불분명 하기 때문입니다. ㅎㅎ
어린시절. 지금은 대단지 아파트 촌이 되어버린 삼양동 달동네에 살고 있었습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좁은 골목. 기억은 거의 없지만 그 골목에서 열심히 뛰어놀았지요. 그런데 어느날 저녁이 되어도 제가 돌아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요즘이야 어린이들 노는 곳엔 부모님 중 한분이 꼭 지켜보고 있다지만 그 당시만 해도 4살 5살도 2~3살 많은 언니오빠들 따라 노는게 흔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5시…6시….7시… 해가 떨어지도록 제가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신 부모님은 파출소에 신고를 했고, 경찰관분들과 인근에 살던 친척들까지 찾아와 그 넓은 삼양동 달동네 골목을 하나하나 찾아 다니셨다고 하네요. 결국 자정까지 저를 찾지 못했고 엄마는 꺼이꺼이 거의 실신 직전까지 가셨다고 하더라구요. 집집 마다 문을 두드리며 저를 찾던 와중에 새벽 1시가 되었을쯤 어느 집에서 저를 발견하신겁니다. 부모님과는 얼굴 한번 본적없는…생판 남의 집이었고, 아주머니 한분이 저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를 키우던 집이었는데 거기서 제가 자고 있더랍니다.
부모님은 저를 찾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울기만 하셨고 친척분이 왜 애를 집에 보내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는데, 그 아주머니 왈 ‘시간이 너무 늦어서 하루 재워 보내려고 했다’…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골목에서 모르는 아이들과 놀다가 그 집까지 흘러 들어간 것 같은데, 부모님과는 생판 모르시는 분인데 제가 어디사는줄 알고 다음날 돌려보내겠다고 하셨을까요?? 경찰에 신고도 안하고 모르는 아이를 왜 집에??? 성인이 된 제가 생각해도 참 이해가 안가는 대답입니다.
친척분이 그 아주머니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기 직전까지 갔지만 아이를 무사히 찾았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더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부모님 생각으로는 그 집에 남자아이만 하나 있으니 여자아이를 데려가 키우려고 했던게 아닐까 의심을 해본다고는 하지만 경찰에 넘겨 조사를 받은 것도 아니니… 그저 추측만 할 뿐입니다. 80~90년대엔 유괴사건이 워낙 많다보니 의심을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었나봅니다.
이 사건 때문인지 청소년이 될때까지도 조금만 늦으면 부모님께 호되게 혼났던 기억이 있네요.
만약 그날 부모님께서 저를 끝까지 못 찾았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