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신과의 동거
일단 내 소개를 하자면 종교가 있고, 살면서 커신을 믿어본 적이 없는데 이 집 살면서 생각이 바뀜.
대학생 때 자취하면서 2년 동안 시달린 집에 대해 간단히 써보고자 함.
일단 내가 겪었던 집의 특징을 쓰자면
입지가 좋은 편에 비해 임대료가 쌌음
대학교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집이었는데, 거기서 15분 더 걸리는 집보다 쌌음.
부동산에 이유를 물어봤더니 신축 구축 차이라길래 그러려니 했음.
햇빛이 직사광선으로 들어오지 않았음
가난한 대학생에게 이런게 뭐가 중요했겠음? 그 전에 자취했던 집도 딱히 정남향도 아니었는데 문제 없었어서 신경 안썼음.
3층이니까 빨래 정도는 마르겠거니 생각함.
(나중에 알고보니) 바로 뒷건물에 무당집이 있었음
이건 이미 1년 시달리고 재계약 하고 나서 알게 됨. 자취방 바로 옆에 유튜버들이 폐가체험 할 것 같은 망한 무당집이 있더라.
안에 창문 너머로 거울이 있었는데, 친구가 볼때마다 위치가 바뀐다고 무섭다했음. (들으면서 멍소리라고 생각했음)
나중에 다른 무당 와서 리모델링해서 무당집으로 쓰더라. 난 무속관련은 아예 모르니까 이런것도 관계있는진 모르겠지만 특이해서 써봄.
이 집으로 이사오기 전, 원룸에서 2년정도 살았는데 아무 문제 없이 잘 살았음.
그때 같이 살던 룸메가, 잘때 뭔 가발이 움직인다느니 헛소리를 하길래 들은체도 안했고 난 아무 현상도 안느낌.
계약 끝나고 다른 룸메를 구해서 투룸으로 옮겼음. 훨씬 넓고 쾌적하고 각방이라 너무 좋았음.
내 룸메가 거의 매일 가위에 눌리기 시작함.
웃긴건 꿈속에 나오는 여자 커신이 나인척을 한다는 것임.
예를들면, 룸메가 방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내가 룸메방으로 들어와서 침대에 같이 앉아서 각자 폰을 보는 것임.
그러다 룸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창문 밖의 시간이 좀 전과 다르다던가, 나한테서 뭔가 이질감을 느끼거나) 말을 걸려고 나를 쳐다보는 순간,
내가 활짝 웃으며
“어떻게 알았어?”
라고 말한 뒤 목을 사정없이 조른다는 것임. 그리고 일어나는 것의 반복.
이때까지만 해도 난 가위는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서워하는 룸메를 설득했음.
수면 중 무호흡이 원인이면, 커신이고 나발이고 그게 더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여러 방도로 해결책을 추천해줬음.
여기까지는 내가 겪은게 아니어서 친구가 심약하겠거니, 자면서 기도에 문제가 생겨서 숨이 막히거나 잠자는 자세의 문제로 자주 가위에 눌리는 것이겠거니 생각했음.
그리고 나도 여기 살면서 가위를 꽤 자주 눌렸는데, 끽해봤자 여자 얼굴이 나한테 덮치면서 짓누르기 시작한다든지,
자다가 룸메가 내방으로 와서 내옆에 눕길래 그렇구나 하다가도 어? 하고 이상함을 눈치채는 순간 가위에 눌린다든지, (목졸리는 거에 비하면) 그냥 흔한 가위여서 피곤해서 그렇구나 하고 무시함.
문제는 어느 날 밤, 밤 12시.
여느때처럼 친구와 디스코드를 하며 게임을 하고 있었음.
내 방 구조를 간단하게 그려보자면 (미술 안해서 투시 모르니 미리 미안하다.._)

침대에서 서서 바라보면 이런 구도로 보일 듯 함.
아무튼 저 의자에 앉아서 헤드셋 쓰고 친구랑 디스코드 중이었는데, 오른쪽 옆 창가에서 웬 피아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함.
머릿속에 든 생각은
1. 자취방에 피아노가 있을리가 전무후무
2. 그렇다면 새벽에 웬 미친놈이 블루투스 스피커로 창가에서 문열고 클래식을 틀었나? 라고 생각함.
굳이 창문을 열고 노래를 틀었다고 생각한 이유는, 창문이 이중창 + 암막커튼 침 + 노캔 헤드셋 씀 인데도 피아노 소리가 들렸기 때문임.
대학가에서 살면서 토하는 놈, 취해서 자기 집인줄 알고 초인종 갈기는 놈, 밤에 소리지르며 싸우는 커플 등등 별의별 일을 다 겪어봤기 때문에 그때도 그냥 누군가가 창문열고 노래틀었나보다~ 하고 넘김.
그 피아노 소리가 계속 나는데, 점점 가까워 지는거임. 내 창문 바로 밖에서 나는 소리만큼 가까워졌음.
근데 남자의 허밍하는 목소리도 같이 들리기 시작함.
1. 이젠 미친넘이 노래까지 하네
2. 근데 우리집은 3층인데 왜 내 창문밖에서 소리가 날까
2. 그것도 허밍하는 흠흠흠~ 하는 소리가 이렇게 가까이서 들릴 수가 있나?
라는 생각에 전화하던 친구한테 사정을 설명함. (친구가 무속관련 잘 알고, 신기가 약간 있음)
친구가 불길하니까 룸메를 깨우라고 했지만… 내 룸메는 가위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자던 시기였기 때문에
잠들었다 도중에 깨면 무척 예민해서 그냥 자게 두고 친구랑 통화나 마저 했음.
문제는 그 피아노 소리가 등 뒤에서 나기 시작함. 허밍이랑 같이.
사진 보면 알겠지만 내 의자 뒤에는 내 침대 뿐임. 이때부터는 처음 겪는 일이니 식은땀이 등에 흐름.
하지만 나는 커신이고 뭐고 아예 안믿던 사람이기 때문에.. 조금 소름돋지만 착각이겠거니 과학으로 해석해보려 용씀.
그러다 시켰던 배달 음식이 왔음. 주방에서 호출벨이 울렸음.
1층 자동문 호출벨이었기 때문에 배달기사님이 추위에 떨지 않으시도록 & 옆방에 자는 룸메가 초인종 소리에 깨서 개빡치지 않도록 총알처럼 부엌으로 뛰쳐나가서 수화기를 들고, 열림 버튼을 누르는 순간,
왜 동물이 놀라면 프리징 되는지 깨달았음.
선명하게 여자 목소리가, 호출 초인종 벨소리를 똑같이 흉내내면서,
“ 딩딩 동 ”
하고 내 등 바로 뒤에서 말하는거임.
사람이 진짜 엿됐구나. 하고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게 바로 그때였음.

뒤돌아보면 안될게 뻔하니까 (친구가 들려도 안들리는 척 하고, 쳐다보지말고, 보게 되면 눈 마주치지 말랬음)
고대로 한 3초간 멈춰있다가 바로 왼쪽 팔 뻗어서 옆방 문 열어서 미안함이고 뭐고 자는 룸메 깨움.
룸메 개 빡친채로 일어났고 난 여태 있었던 일을 사정 설명하면서, 방금 들은 초인종 소리 때문에 안깨울 수가 없었다고 미안하다고 함.
내 방에서 야식을 먹으면서 난 아까 통화하던 친구와 게임을 하고, 룸메는 내 뒤 침대에서 다시 자고 있었음.
근데 그사이에 룸메가 가위에 눌림.
뒤에서 낑낑대는 소리에 애를 흔들어 깨웠음.
룸메가 떨면서 가위 눌린 내용을 얘기 해줬는데,
누워있는 자신의 침대 머리맡에서 여자 커신이 내려다 보며
검고 긴 머리칼을 앞뒤로 미친듯이 흔들었다는 거임.
(*무서우니까 사람말고 앵무새의 움짤로 대신함.)
듣자마자 너무 소름끼쳐서 내 방 버리고 같이 옆방가서 자려고 누웠음.
룸메가 벽쪽, 내가 바깥쪽에 누움.
룸메가 나한테 말을 걸려고 내쪽으로 돌아눕다가, 갑자기 몸을 반대로 돌리면서 무서우니 노래를 틀겠다 함.
(TMI지만 그 당시 룸메가 무섭다고 틀었던 양기 가득한 노래 :
나는 이해가 안갔지만 (1.나는 T임 2.내 미미한 지식으로는 새벽에 노래 틀면 커신이 더 좋아하는거 아냐?라고 생각함 3.노래에 양기가 의미가 있을까? 에 관한 고찰들에 빠졌지만 입밖으로는 내지 않고 같이 뮤비를 감상하며 와 개쩐다 하고 잠듦.
다음날 일어나서 어제 왜 그랬냐고 물으니 룸메 왈, 내쪽으로 돌아누웠을때 커신을 봤다고 함.

누가봐도 사람 형체가 아닌게 느껴지는 실루엣인데, 청바지를 입고있는 하반신이 우리쪽을 바라보며 침대 옆에 서있었다는 거임.
그 위로는 무서워서 못쳐다보고 몸을 반대로 돌려 누웠다고 함.
여기까지도 잘못봤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친구의 전화를 받고 기절할 뻔 함.
어제 통화하던 친구가 몇시간 뒤에 전화와서 하는 말이,
"꿈에서 너네 자취방에 놀러갔는데, 웬 못보는 여자가 같이 있더라. 엄청 깔깔대고 화기애애 하게 너희랑 대화하고 있었어.
이상하게 (글쓴이)가 나보고 자꾸 집으로 돌아가라는거야. 원래 (글쓴이)는 나 놀러올때마다 더 있다가라고, 자고가라고 하잖아.
근데 자꾸 돌아가라길래 이상했지만 일단 나왔어. 돌아가면서 너희 집 복도가 보이는 창문을 보는데,
너네 집 현관 앞에 청바지를 입은 남자가 서있더라.
그래서 일어나서 찜찜해서 전화했어."
참고로 이 친구에겐 새벽에 청바지 입은 커신 봤다는 얘기를 하기 전이었음. 나랑 룸메 기절초풍!
이런 일을 겪고도 나랑 룸메 둘 다 1년 더 재계약한게 진짜 이해가 안됨.
물론 이런저런 현실적인 고충도 있었지만, 사람이 커신한테 홀리면 판단이 이상해지는 것 같음.
그뒤로도 이상한 일이 너무 많았음
-뒷꿈치 소리 층간소음이 너무 심해서 윗집에 전화하면, 외출중이라 집에 지금 아무도 없다고 함.
-구석에 있던 물건이 저절로 떨어짐
-나랑 룸메 둘 다 외출중이어서 빈집일 때, 친구가 자취방 들어오면서 실례합니다~ 했더니 닫긴 내 방 문안에서
“왔어?”
라는 여자 목소리를 들음
옛날에도 몇번 가위는 눌렸었지만, 이 집에서 살면서 가위 눌리면서 짓눌리는 느낌을 넘어 이명이 새로 추가됨.
커신이 사바사바 하고 속삭이는, 배속 역재생된듯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서라운드로가 귀에서 점점 커지면서 엄청 시끄럽게 울림
이 악물고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하다가 성공하면 깨는 편. (사실 속마음으로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쇼 30번 빔)
혹시 이유를 아시거나 가위 눌릴 때 이명을 없애는 방법을 알고계시면 알려주시면 감사합니다~ 짓누르는 느낌은 익숙한데 이명은 진짜 불쾌함..
여러분은 비싸고 좋은 집에서 쾌적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그럼 20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