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의 귀신 목격담
예전에 카페 올렸다가 묻힌 글인데 다시 올려봐용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입니다.
저는 중딩이었고, 형은 고딩이었어요
어느 날, 야자를 마치고 집에 온 형이 살짝 쫀 듯한 분위기로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시간은 야자가 끝나고 밤 10시가 넘은 시각.
형은 친구 A, B, C와 함께 나란히 골목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저도 같은 학교를 가서 이 동네를 잘 아는데,
밤이 되면 그림처럼 주황색 가로등만 드문드문 있는
평범한 주택가 골목이었어요.
아무튼 그림에서 네 사람이 서 있는 위치를 기억해주세요.
넷은 위 대형으로 왁자지껄 떠들며 걸었습니다.
그런데 그 길 앞에

이렇게 두 사람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얼핏 봤을 때는 가로등 앞에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넷은 별 생각 없이 그쪽으로 계속 걸었습니다.
형은 조금 더 다가가자 그 두 사람의 기묘한 모습에 얼어붙었습니다.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은 웬만한 성인 남성보다 훨씬 키가 큰 흑장발의 여성이었습니다.
족히 190은 넘을 것으로 보였으며,
큰 키에 비해 호리호리한 체형의 여인은 창백한 낯빛에 표정이 없었고
검은색의 롱원피스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인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고개를 돌려가며 앞을 지나가는 형과 친구들을 응시했습니다.
여인 옆에 서 있는 다른 사람은 평범한 모습의 할머니였습니다.
그러나 할머니 역시 표정없이 가만히 제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할머니는 형과 친구들에게 관심이 없는 눈치였죠.
시선을 느낀 형은 두 사람 앞을 지나면서 완전 얼었고,
이는 친구 B, C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앞에 가장 근접했던 친구 A는 겁먹은 기색없이 혼자서 계속 떠들었습니다.
여인과 할머니 앞을 한참을 지나가서야 형과 B, C가 입을 뗐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네 사람은 소름이 끼칠 수밖에 없었죠.
형, B : 키 큰 여자와 할머니가 무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는데 여자가 우릴 계속 응시했다.
C :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 키 큰 남자가 우릴 응시했다.
A : 키 큰 여자와 할머니가 그냥 둘이 마주보고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각자 본 게 제각각일 뿐더러, 가장 가까이서 여인과 할머니를 봤던
A만 혼자서 현저하게 다른 광경을 본 것입니다.
A는 두 사람에게서 오싹함과 기묘함을 전혀 못느꼈기에 겁을 먹지 않았던 거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슬쩍 지나온 길을 돌아본 B가
가로등 아래 키 큰 여인의 고개가 자기들 쪽을 향해있는 것을 보고
개호들갑을 떨면서 다같이 골목을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