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거래하면서 리어카 신사 만난 썰

오늘 이사했음
뭐 남자라서 그런가 짐이 별로 없더라
문제는 진짜 박스 2개에 캐리어 하나가 끝이었음
월세집에서 전세집으로 가는거라 이사해서 들어오니 정말 방에 아무것도 없더라..
일단 침낭은 있으니깐 당장 책상이랑 의자만 사서 컴퓨터부터 세팅해야겠다싶어서 당근뒤지기 시작함


의자는 이렇게 해결

책상 찾다가 정말 좋고 싸고 맘에 드는거 찾음.
가격은 만원, 거리는 걸어서 15분거리, 상태 S
모든게 완벽했는데 판매자가 조금 무거울 수 있으니 차 끌고 오라더라
근데 사회초년생이 차가 어딨음?
그냥 관물대 정도 무게겠거니하고 그정도면 중간중간에 쉬면서 가져오면 30분이면 되겠다하고 감

야 근데 갔더니 190 남자 두명이서 끙끙대면서 내려오더라
근데 또 보니깐 크고 맘에 들어
어떻게든 가져가기만 하면 정말 개꿀인 당근인데.. 딱 들어보니깐 전부 철로 만든거임
내가 GOP에서 군생활하면서 완전군장매고 섹터까지 타봤는데 드는 순간 느껴지더라
이거 절대 혼자 못드는거라고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하면서 저기 대로까지만 좀 같이 들어달라고 했는데 또 도와주더라고 고맙게
그래서 남자 둘이서 낑낑대며 한 10분 걸어갔나? 결국에 대로에 도착했는데
뭐 방법이 있겠냐 당연히 없지

도와준 판매자도 대충 저런 표정으로 '이제 어쩔건데 등신아'하고 있어서 그냥 허허 시발..하면서 그저 웃기만 하고 있었네
근데 갑자기 누가 '도와드려?'하더라

빈 리어카를 끄는 대충 60대 초중반 할아버지였는데, 어디까지 가냐고 일단 실어보래
근데 내가 이사 첫날이라 주소를 못외워서 대충 xx초등학교 옆이다고 하니깐 10분거리라고 빨리 실으라네
아니 내가 걸어서 15분걸렸는데 무슨 ㅋㅋㅋㅋ 일단 옆에 판매자랑 같이 실었음
혼자 쪼개면서 'ㅎㅎ 봐요 어떻게든 된다니깐요?'하니깐

진짜 저표정으로 대답하더라. 그래도 대로까지 옮기고 싣는거 도와줘서 고맙더라
뭐 적당히 싣고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생각 못했던게
하필 대로고 옆에 지하철 출구도 많아서 사람 엄청 많네

뭐 9호선이라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아도 7시의 지하철출구는 사람 많음
근데 리어카에 엄청 큰 책상 싣고 달리는데 사람들 다 피해가더라

대충 이런 느낌
아저씨는 뒤에서 밀고 난 앞에서 걍 사람들 비키라고 혼자 달리는데 아 재밌더라 혼자 개웃으면서 달렸음
그리고 진짜 10분만에 가더라
아저씨랑 집에 현관까지만 넣고 정말 감사하다고 물 한잔 드리고 계좌번호 불러주시면 사례하겠다고 하니깐
그게 뭐냐고 하던데, 난 처음에 모르는척 사양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
근데 난 현금을 아에 안쓰거든.. 삼성페이되냐고 물어보려다가 실례인거같아서 참고
근처 편의점가서 돈 드린다고 하고 같이 감

제일 밑에 서울가스는 이사온 집에 가스 밀려있길래 걍 내가 내고 끝냄
33만원은 부동산수수료, 3만원은 의자 당근, 제일 위에 토스 3만원이 편의점에서 뽑은거
주작이라고 할까봐 증명하고 싶은데 사진찍어둔게 없다..
어쨌든 감사하다고 3만원 드렸는데
아 무슨 몇십분가지고 3만원씩이나 주냐고 만원만 가져가시더라
커피라도 한잔 사드리려고했는데 가야한다네..
그리고 다음에도 뭐 일 있으면 불러달라고 자기는 이 동네 엄청 돌아다닌다고 가시는데
명함달라고 하려다가 그저 가시는 뒷모습만 바라보게 되더라
그리고 집와서 현관에서 방까지 책상 혼자 넣다가 허리삠

책상 위에 2만원은 그 분이 사양하고 가신건데 다시 계좌로 못넣겠다..
넣어버리면 숫자만 찍히고 끝날거아니냐
저 2만원은 당분간 계속 책상에 놔둬야겠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밌는거 보여줌

화장실 겸 세면대 겸 샤워실 겸 세탁실
적어도 좁진 않아서 좋더라
오늘 하루 연차쓰고 이사했는데 나름 재밌었던 하루였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