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마왕에 대한 추억
슈베르트의 '마왕'은 그가 17살에 작곡한 가곡으로
괴테의 시 '마왕'에 큰 감명을 받아 만든것이라고 한다.
국내에선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OST로 나와
재조명을 받았었다. 이처럼 유우명한. 세계적인 이 가곡을
난 아직도 잘 듣지 못한다. 개무서웠던 초딩시절의 기억이
생각나기 때문에.
초등학교 5학년인가 6학년인가, 마지막 교시로 음악수업이
있던 날이었다. 그 날 음악 수업은 애들이 개노잼이라고
입모아 말하는 클래식 음악수업. 다만 나는 이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기대만땅으로 수업에 임했다.
수업이 시작되자 선생님은 교실의 불을 끄고 동영상을
틀어주었는데 바로 그 동영상은 슈베르트 마왕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평소대로 음악에 몰입하였고
이내 공포에 휩싸이게된다. 음악이 오줌쌀정도로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미친듯한,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스타카토와 옆반 호랭이 선생님보다 소름끼치는
성악가의 목소리, 여기에 잔혹한 영상 속 애니메이션과
천둥번개치는 을씨년시런 날씨의 콜라보는
나에게 태어나서 가장 큰 공포를 안겨주었다.
물론 그 당시 심하게 과몰입해서 그런것이겠지만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 감당하기 힘들었다.
겁먹은 것을 티낸다는 것은 화장실에게 똥 싸는것과
비슷한 것이었기에 친구에게 이러한 나의 상태를
알리지는 못했다. 쪽팔리기도하고 가오 상하기 싫기도 하고..
식은땀을 줄줄흘리며 오줌이 샐것만 같은 느낌을
억지로 참았다. 이후 받게된 이론수업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오직 내 대가리 속엔 성악가의 목소리와
피아노 스타카토 소리만 가득찼었다. 어찌어찌 수업은
끝나고 종례까지 받은 나는 빨리 집에가서 심적 안정을
되찾고 싶었다. 그래서 우산을 들고 학교를 곧바로
탈출했는데 나가자마자 깨닫게 되었다.
집으로 가는 길이 개X같다는 것을.
나는 초딩 때 시골에 있는 아파트에 살았다.
학교까지 거리가 꽤 멀었는데 걸어서 다녔으며
논밭을 양옆에 낀 기다란 직선도로를 반드시
거쳐야 했다. 학교에서 나와 조금 걷다가 꺾으면
직선도로가 보였다. 나는 마왕때매 겁먹은 상태로
이 긴 구간을 지나야했었다. 그것도 천둥번개
뒤지게 치는 날에. 그래도 난 안락한 집에 도착하기만
하면 다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며 멘탈을 추스리고
발걸음을 옮겼었다.
그렇게 간신히 잡은 나의 멘탈은 곧바로 흔들렸다.
바로 위 사진의 주인공 씹당개구리를
간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개같은 새기들은
비오는 날이면 기어나와 온 도로를 지들
세상인것마냥 뛰댕기고 다녔는데 문제는 하도
깝치는 바람에 지나가는 차나 오토바이 등에
온몸이 박살났었다. 그래서 비오는 날이면 뒤진
무당개구리들의 시체로 도로가 범벅이 되었다.
내장 튀어나온 놈, 대가리만 남아있는 놈...
도로에 널린 무당개구리들의 상태는 매우 끔찍했다.
나는 너무나 무서웠다. 마왕이 내가 착하게 안 살아서
저주를 내린거라 생각했다. 무당개구리 시체를 보는게
처음이 아니었음에도.
폴짝거리는 살아있는 무당개구리들
그 수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집까진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눈앞에 이런 광경이
펼쳐지자 나는 우산 쥔 손을 바들바들
떨며 천천히 나아갔다. 당찼던 초반 걸음걸이는
극도로 소심해졌는데 행여나 무당개구리의
시체를 밟을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집과의 거리가 차츰 좁혀질때쯤
갑자기 천둥이 번개를 동반하여 하늘을 찢어발기듯이
휘몰아쳤다. 극도의 긴장상태였던 나는 그 소리와
번쩍임에 깜짝놀라 발이 잠시 엉켰었는데..
무당개구리새기가 내 발에 압사당해버린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제대로 밟았는지 배때지에는 정체불명의
하얀 물체가 철철 흘러나왔고 나는 이성의 끈이
날라갔다. 나는 곧바로 우산을 집어던지고 집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빤스런 하는
동안에는 그 동안 나의 저질렀던 죄를 하늘에
고백하면서 눈물콧물 질질짯으며 목이 쉴때까지
"살려주세요" 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아파트에 온 몸이 젖은채로 도착한 나는
엘레베이터를 타는 와중에도 무서워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갑자기 마왕이 나를
잡아가거나 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계속해서 남아있었고 그것은 머리속에 남아있는 음악
때문에 가능한것이었다. 드디어 집에 도착하자
안도감에 2차로 울어재꼈고 놀란 부모님이
나를 어르고 달래어 겨우 진정되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 마왕을 나 스스로의 금지곡
으로 지정하여 오랜기간 절대로 듣지 않았고
접할기회도 없었다. 그러다 최근에 유투브 추천 동영상에
뜨길래 한번 들어보니 옛날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물론 그때처럼 덜덜거리진 않지만
트라우마 때문인지 여전히 무섭고 소름돋긴한다.
원래 겁이 많긴하지만 넘사벽의 공포를 느꼈던 순간은
역시 슈베르트의 마왕을 접했을 때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추억이라 부르긴 하지만 죽을때까지
마음 한 구석에 계속 남아있을듯 싶다.
실화입니다. 아직도 슈베르트 마왕 무서움
코와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