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없는 참새 사회

참새는 언뜻 보아 암수를 구별하기 쉽지 않으나 한 가지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가슴팍에 털이 난 놈은 수컷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암컷이다. 서양 여성들은 대개 가슴에 털이 복실하게 나 있는 남성을 좋아한다. 남성적인 매력을 느낀다는 점에서는 참새 암컷들도 마찬가지다. 관찰에 의하면 가슴에 검은 깃털이 많은 수컷일수록 더 많은 암컷과 교미를 한다.
실제로 참새수컷들을 여럿 비교해 보면 검은 깃털로 뒤덮인 가슴 면적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가슴팍의 검은 털은 수컷들 간에 우열을 가리는 신호로 쓰인다. 가슴에 검은 깃털이 많은 수컷일수록 대체로 나이도 많고 몸집도 비교적 큰 편이며 사회적 지위도 높다.
실제로 수컷참새들이 서로의 가슴팍을 살피며 사회생활을 영위하는지 알기 위해 워싱턴 대학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연구를 시행했다.
그들은 가슴에 검은 깃털이 별로 많지 않은 비교적 낮은 계급의 수컷을 잡아서 검정색 매직펜으로 가슴을 시커멓게 칠한 다음 날려 보냈다. 유달리 시커먼 가슴팍을 내밀며 홀연히 나타난 무법자에게 수컷들은 모두 슬금슬금 자리를 피해주는 듯 했다. 그러나 그리 오래지 않아 수컷들은 이 무법자가 생김새만 늠름했지 영락없는 겁쟁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곤 매서운 공격을 가했다.
그래서 이번엔 호전적인 성격을 만들어 주기 위해 가슴을 시커멓게 하는 것은 물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해 주었다. 그러자 이 수컷은 시비를 걸어오는 다른 수컷들에 정면으로 맞세 싸움을 벌이는 것이었다. 결과는 참혹하게도 허세를 부리던 수컷의 죽음으로 끝이났다.
아무리 외모가 그럴듯하고 싸움에서 비겁하게 물러나지 않는 용맹함을 지녔더라도 실제로 체력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이렇듯 참새 사회에서는 실속없는 거품은 설 땅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