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음악은 왜 무섭고 잔인한 요소를 쓰는 걸까?
이유를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걍 이 양반들 때문이다.
블랙 사바스는 스멀스멀 올라오던 락의 오컬트적 요소들
(예-레젭의 괴상한 exo 같은 컨셉 놀이)
을 그냥 대놓고 끌어봐 버렸다. 무슨 말이냐면,
비틀즈나 레드 제플린이 오컬트 요소를 쓰긴 썻지만
대놓고 표현한게 아니라 슬며시 표현한 반면
블랙 사바스는 걍 '어 나 어둠의 자식이야'
이렇게 나타냈다는 이야기이다.
'블랙 사바스' 라는 밴드명을 '검은 안식일' 이라는 공포영화에서 따오기도 했고.
그리고 그 블랙 사바스라는 이름은 그냥 태어난게 아니라
약간의 스토리가 있다.
때는 약 50년전, 일진 토니 아이오미는
자신의 빵셔틀인 오지 오스본을 데리고
'검은 안식일' 이란 영화를 보러 갔었다.
영화를 즐겁게 본 후 아이오미의 뇌리에 확 스치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왜 사람들은 공포를 돈 주고 보는 거지?
평소에는 그렇게 꺼려하면서 말이야' 였다.
그 순간 아이오미는 두뇌 풀가동을 시작,
오묘한 사람들의 심리, 즉 공포를 꺼려하면서도 좋아하는
그 심리를 파악해버렸고 그 때는
마침 락 밴드를 시작하려고 할 때였다.
깨달음을 얻은 아이오미에게 걸림돌이란 없었고
결국 밴드 이름을 우중충한 '블랙 사바스'로 박아버렸다.
오지 오스본은 반론을 제기할 권리가 없었다. 빵셔틀이라
밴드 이름이 이름이니만큼 어울리는 이미지가 필요했고
데뷔 앨범으로 신원 미상의 유령 같은 여자가 들어가 있는
으스스한 앨범 커버를 넣어버렸다. 근데 블랙 사바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음악까지 조올라게 어둡게 만들어
'어 나 존나 무서운 음악해 너네 공포 영화 좋아하지?
우린 그런 음악을 하는거야' 라고 걍 대놓고 표현해 버리기에 이른다.
호러틱한 앨범 커버
어두운 음악
참피 같은 프론트맨
삼신기를 조합한 블랙 사바스.
그렇게 메탈은 세상에 나왔다.
블랙 사바스가 메탈의 시초다!
라는 주장에는 몇 가지 반론이 뒤따른다.
'레드 제플린도 금속성을 보여줬고 비틀즈도 헬터 스텔터로 보여주었다!'
대충 이런 반론들.
하지만 난 갠적으로 블랙 사바스가 시초라고 보는 입장이다.
레드 제플린도 비틀즈도 딥 퍼플도 날카로운 금속성을
보여준 것이 맞긴 하지만 그것으로 무장했다라고 보기엔 애매하고
메탈의 근원적인 무언가를 형성했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본다.
근원적인 무언가. 그것은 바로 지금 타자를 치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는 단어, '어둠' 그리고 '공포' 이다.
메탈의 진정한 뿌리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어둠과 공포이며
그것을 제대로 표현한 최초의 밴드는 블랙 사바스 뿐이라고 생각한다.
-쇠- 가 포함되어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어둠과 공포 또한 절대로 빼 놓을 수 없는 요소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공포를 두려워하면서도 좋아한다' 를
꿰뚫어 본 남자, 토니 아이오미의 자본주의적 감각 덕분에
탄생한 메탈은 가슴 속에 어둠을 키우고 있는 수많은
중2병 젊은이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그 중2병 환자 중에서는
그냥 나 같은 일개 리스너가 많았겠지만
음악을 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었을 터.
그들은 당연히 '어? 나의 우상이 이런 어두운 음악을 해?
그럼 나도 해야징ㅋㅋ' 이러면서 일종의 어둠 계승을 하였고
어? 그럼 난 어둠어둠음악ㅋㅋ
어? 그럼 난 어둠어둠충무공엠페러 음악ㅋㅋ
이러면서 쭉 어둠의 명맥이 이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명맥을 이은 계승자 중에서
특별한 밴드를 뽑자면 바로 베놈이다.
영화 베놈보다 더 사악한 음악을 하는 이들은
블랙 사바스의 어둠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더 빠르고 공격적인 메탈을 선보여 후대 메탈 뮤지션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익스트림 메탈 계열에서는
베놈이 선조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메탈 밴드 멤버들과 메탈 팬들의 큰 찬사를 받는다.
뭐 이런 메탈 음악을 두고 이건 어둠이 아니라 상남자
마초 아닌가요? 라고 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메탈 조상격인 모터헤드도 여러 노래를 듣다보면
요런 어둠과 공포의 요소를 많이 차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상남자 마초 스타일은 중2병 같이
하하 내가 바로 흑염룡이지롱
이런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직접 악마한테 찾아가서 대가리를 한땀한땀 부수는 스타일이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결국 다 중2병인가? 하하
팝 스타일의 메탈로 널리 알려져 있는 글램/헤어 메탈조차
어둠과 공포가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로는
머클리 크루의 이 곡이 있다.
다른 장르가 어둠의 메탈에게 영향을 준 경우도 있다.
미스피츠의 경우, 이미지적으로 사운드적으로
어느 정도 틀이 잡혀있는 메탈에게
그루밍을 제시한 밴드이다.
음악 말고도, 직접 악마같이 분장하고
악마같은 위압감을 풍기는 몸매를 만들라는 뜻을 전한 것이다.
물론 직접 전달하기 보다는 걍 메탈하는 인간들이
미스피츠를 보고 껌뻑 반한 것이지만,
메탈 밴드의 비주얼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로 메탈하는 사람치고 몸매가 안 좋거나
약해보이는 인상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다.
많은 메탈 밴드들이 미스피츠를 우상으로 여기기도 하는데
이런 거룩한 뜻을 전한 미스피츠의 장르는 펑크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드코어 펑크. 뭐 하드코어 펑크 자체가
메탈이랑 다루는 분야가 비슷한 점이 있고 해서
그닥 쌩뚱맞지는 않다.
이후 메탈은 이런 러브 크래프트 스타일의
크툴루 신화를 써먹기도 하고
더더욱 사타니즘적인 음악을 선보이며
자신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어둠과 공포를 맘껏 선보였다.
진짜 극단적인 경우, 식인, 수간, 살인 등
아 이건 좀...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괴랄한 요소들을
차용했다.

이런 판타지적 요소도 있긴 하나
이 역시 어둠과 맞물리는 부분이 어느 정도 있다.
그것은 바로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다'
거기에 대항하여 맞서 싸우는 것을 소재로 써먹거나
아니면 하일 사탄을 외치며 받아들이는 것을
소재로 써먹거나, 크게 보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음악에 사용한다. 물론 현대에 이르러 수많은 메탈 분파가 생기고
좀 더 세세하고 다양한 소재가 생기긴 했지만
이조차도 근본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근본이라 함은, 앞에서도 지금도 말하는 어둠/악/공포/미지 이다.
저 중에서 핵심적인 단어는 공포와 어둠이며
우리가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것들을 귀에 쑤셔 박아서
쾌감을 일으키게 하였다. 그래서 나는 가끔씩 생각한다.
어둠을 좋아하고 상남자인척하는 메탈헤드들은
사실 마조히스트라고.
그래 그래 잘 알겠고 그럼 도대체 이런 어둡고 공포감을
형성하는 음악을 왜 듣냐고 묻는다면
그건 메탈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일부 진짜 사이코들을 제외하고)
일반 사람과 똑같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보통의 사람들이 공포 영화에 흥미를 가지고
두려워하면서도 티켓을 끊고 결제를 하고 보고 좋아하는 것과 똑같이,
메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포와 어둠을 청각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나홍진 감독님의 공포 영화를 챙겨보는 것과 똑같이
메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새로 나온, 자신이 좋아하는 메탈 밴드의
신곡을 챙겨 듣는 것이다.
이처럼 공포와 어둠은 메탈에게 있어 핵심 요소이자 근본적 뿌리이다.
아무리 메탈의 분파가 나뉜다 해도 이 뿌리까지는
사라지지 않으리라 본다. 또한 사람의 마음에 공포와 어둠과 두려움이
존재하는 한, 메탈이란 장르는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른 장르도 어둠과 공포를 표현하곤 하지만 메탈만큼
잘 표현하는 장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 모든 어둠과 공포는 바로 블랙 사바스에서 시작됐다.
블랙 사바스...쵝오!
세줄 요약
-이유는 메탈 시초인 블랙 사바스가 사용해서 계속해서 계승됐기 때문.
-메탈에 여러 분파가 있지만 '어둠과 공포' 라는 키워드는 변하지 않음.
-이런 걸 좋아하는 이유는 공포 영화를 즐기는 이유와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