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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나관중

미르띤이마룡
23.11.14
·
조회 532

원나라 말기, 명나라 초기의 인물.

 

중국 고전소설의 걸작 《삼국지연의》의 작가다. 그의 작품은 중국 문학의 한 획을 그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동아시아 최고의 베스트셀러다. 

 

친구이자 머나먼 친척인 주서(周敍)와 같이 과거 시험을 치렀는데, 주서만 합격하고 나관중은 떨어졌다. 이에 다시 과거 시험을 치렀지만 또 다시 떨어졌고, 이후에도 계속 과거 시험을 치렀지만 끝내 합격하지 못했다.

 

당시 그 찻집에서는 삼국지를 바탕으로 한 삼국희곡(三國戱曲)을 매일같이 공연해 나관중은 이 삼국희곡을 즐겨 들었는데, 어찌나 많이 들었는지 달달 외우는 수준까지 도달해 이를 토대로 삼국지연의를 집필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중에 가문에서 쫓겨나 족보에도 나관중의 이름이 지워져 둘째 아들을 외지로 보냈다는 기록만 남았다고 하며, 이에 연구자들은 정부에 항거한 이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인 수호전을 지은 것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말년에는 은거하면서 지냈다고 한다.
 

그의 생존 시기는 원나라 말기~명나라 초기 시대이며, 사망한 년도는 확실히 1400년이다. 다만 탄생년도만 불분명할 뿐이다. 삼국지연의 이외에도 여러 작품의 저자로 추측되고 있지만, 과거에 탈락하고 한량처럼 살았다는 점 이외에는 밝혀진 바가 많지 않아서 확실한 것은 거의 없다. 

 

천성이 게으르고 과거 공부를 못해서, 즉 개인의 문제로 관직에 탈락했을 뿐이지 원나라 때문은 아니거니와, 애초에 하등 상관도 없다. 명나라가 1368년에 건국됐는데, 그로부터 32년씩이나 지나서야 나관중이 죽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그가 천성이 게으르고 과거 시험에 합격할 만한 실력이 없었기에 오히려 천수를 누렸다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당시 명나라 조정에선 홍무제가 하루가 멀다하고 자신의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신하들을 수천에서 수만 명 단위로 죽여댔고, 심지어 재야의 재능있는 선비들도 과거에 응시하지 않으면 충성하지 않는다는 구실로 끌려가서 처벌을 받는 살벌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과거에 합격했다던 주서가 행복할 수 있었을까?

 

나관중은 오히려 과거 공부에 소질이 없었기 때문에 재야에서 문자 그대로 소설 창작에 열과 성의를 쏟아붓다시피 했고, 홍무제가 죽은 뒤에도 2년 동안이나 더 살 수 있었다. 과거 시험에서 여러 번 낙방하여 실력이 없다는 것도 공식적으로 검증되었을 것이므로(...) 과거에 응시하지 않는다고 처벌받지도 않았을테고 말이다. 어찌보면 거듭된 낙방이 오히려 복이 된 셈.

 

또 그는 과거 공부나 생업에는 게으르고 재능이 없었어도, 역사와 각종 재담과 민담에 관심이 많고 패관문학에도 재능이 있어서 그것을 통해 현대에도 널리 알려진 문학작품인 삼국지연의와 수호전 등을 남길 수 있었다. 유명세를 따지면 당대의 벼슬하던 다른 선비, 아니 왕들보다 더 많이 이름을 알렸으며, 영향력도 아득히 뛰어넘었다.

 

이렇듯 당대에는 전혀 유명하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그의 작품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고전이 되어 나관중이라는 이름은 역사에 남게 되었다. 서양에서 흔히 삼국지연의를 소개할 때 동아시아에서 셰익스피어와 같은 영향력을 끼친 소설이라고 소개한다.
 

오히려 당대부터 속된 패관의 문장을 정리해 적절한 문장으로 교정했다는 명성도 얻었으니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더 대단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당연하지만 소설가로서의 능력은 출중하다. 삼국지연의에서는 민담이나 사서에 나오지 않는 나관중의 창작들이 곳곳에 들어가있는데, 굉장히 흥미진진한 부분들이 많다.

 

예로 황충의 경우 정사에서는 그냥 용맹한 장수였다는 정도만 기록되어 있다. 거기에 더해 정사 촉서 비시전에서 관우가 "대장부는 평생 노병(老兵)과 같은 대열에 있지 않는다!"라고 일갈하며 황충을 평가절하한 일화도 있으므로, 그 공적에 대해 낮게 평가할 소지도 없지 않다.

 

그러나 나관중은 이런 인물에 명궁이라는 캐릭터성을 부여한 데다가, 문맥상 '쓸모 없는 병사'를 의미하는 '노병'을 '노익장'으로 버프하여 늙어서야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난 노장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하고, 정사상 위 발언자인 관우와 맞붙게 하는 방법으로 강렬한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그와 같은 재창조에 가까운 캐릭터 설정은 대중의 큰 호응을 얻어 현대에도 중국에서 황충은 노익장을 비유하는 대표적인 표현으로 쓰이고, 유선의 아명인 아두는 바보를 의미하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조조의 캐릭터 구축은 그의 소설가로서의 재능이 가장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강약을 조절하면서 간교하고 잔인하면서도 때때론 영웅다운 카리스마를 보이는 복잡하면서도 매력적인 인물로 만들어낸 그의 솜씨는 후대의 창작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예를 들면 동탁 암살에 직접 나섰다는 창작을 넣어 정의로운 면모를 부각했다가, 직후에 여백사 일족의 몰살 장면을 곧바로 배치하여 조조의 캐릭터성을 하나로 보기 어려운 굉장히 입체적인 악역으로 구성했다. 또한 갈증으로 허덕이는 병사들에게 매실밭이 근처에 있다는 정보를 흘려 행군을 수월하게 한 일화(망매해갈)와, 군량이 부족해질 때 군량 총담당관이 무고함을 알면서도 횡령범으로 몰아 처형함으로써 병사의 사기를 높이는 데 쓰는 등 심리전에 탁월한 위인임을 표현할 때에도 긍정적/부정적인 기사를 두루 활용하는 치밀함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서주 대학살이나 관도대전 후의 포로 생매장 등 비이성적인 잔인한 학살에 관한 부분은 삭제하거나 대폭 축소하여 악역으로서의 카리스마를 떨어뜨리지 않음과 동시에, 동승 일당의 모의 실패에 대해서는 일족을 멸하고 관련자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모습만큼은 가감없이 보여줌으로써, 한황실 부흥의 기치를 내세우는 유비와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상극이자 일생에 걸친 호적수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위의 여백사 장면에서는 진궁을 등장시켜 각자의 신념을 충돌시키고, 사수관 전투에서는 관우에게 직접 술을 따라주는 장면을 삽입한 부분은 각 인물의 핵심적인 캐릭터성을 강하게 충돌시키는 지점으로, 이후에 일어나는 사건의 당위성과 설득력을 강하게 부여하고, 그 자체로 이후 사건의 복선을 만들어낸다.


 

댓글
계은숙
23.11.14
나관중이 과거 떨어진 덕분에 침국지라는 걸작이 나올 수 있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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