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오른 첫 자취를 시작했던 때...
대학교 1학년때까진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2학년때부터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게 됐는데요.
제가 대학교를 다니던 때엔 학교 주변 건물들이 대부분
오래되고 거의 어르신들이 살고 계시는 주택단지였어요.
물론 학교 주변에 신축건물이 없던건 아니지만
신축 원룸들은 가격대도 너무 비쌌고 인터넷이며 전기세며
다 따로 내야했어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살고있는 주택에 하숙하는 형태나 주택의 지하실, 옥상 등은 전기세부터 인터넷까지 무료였던 곳이
엄청 많았기에 '저는 첫 자취는 가성비로 가자!"
이 마음으로 학교랑 제일 가까운 주택 지하실 원룸에서
첫 자취를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지하실이라고 했지만 아래 사진의 주택처럼

(출처: 드라마 비밀의숲)
계단을 올라가면 주인댁이 있고 그 계단 쪽 1층이
제가살던 원룸이였어요. 지하를 개조해서 방이 5개가 있었고 저는 복도를 지나 가장 안쪽에 위치해있는 방에서 자취를 시작했죠.
처음 3주정도 까진 좋았어요. 가끔 주인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곶감같은 간식을 주시기도 하고 우편물이나 택배를
받아주시기도 했거든요. 그 일이 있기 전까진 말이에요.
어느날 부터인가 제가 학교 강의를 듣고 방에 돌아오면
제 옷이 흐트러져 있거나 새로 밥을 짓고 나갔는데 휘저어져 있는 등의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어요. 근데 제가 평소 건망증이 있는 인간이라 내가 무의식적으로 저렇게 해놓고 갔나보다~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서 지냈죠.
근데 시간이 흐를수록 더이상 건망증의 문제가 아니란걸 알았어요.
어느순간 부터 싱크대쪽에 제가 마시지 않은 음료수 병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한개.. 두개.. 그러다가 싱크대 안쪽에 누가 먹다가 버린 고기팩도 있었어요. 제가 고기 알러지가 있어서
고기를 못먹는데 말이죠.
결국 주인집에 찾아가서 누가 집에 들어오는거 같다고
너무 무섭다고 할머니랑 할아버지한테 상황을 알렸는데요.
정색을 하시면서 자기네가 매일 집에 있는데 그런거 못봤다고.. 여기에서 자기네들이 원룸 운영을 얼마나 오래했는데
저보고 그런소리를 하냐면서 저를 도리어 혼내시더라고요.
화가나긴 했지만 그때 저는 바보 같이 내 말을 믿던 안믿던
누군가한테 이 상황을 말해뒀다는 생각에 조금은 안심했어요.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기더라고 증언 같은건 해주겠지 이런 마음이었던거 같아요.
근데 제가 주인집에 상황을 알린 이후로 부터 한동안 이상한 일이 생기지 않았어요. 그래서 안심하고 다시 평온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었는데요.
그런데 우연찮은 계기로 제가 범인이 누군지 의심 할 수 있는 일들을 겪게돼요.
그날따라 과제가 쌓여 있어서 3일정도 자취방에 박혀서
밀린 과제를 처리하고 있었는데요.
책상에 앉아서 과제를 하고있는데 갑자기 책상 옆에 있던
창문이 벌컥하고 열리더라고요;;; 깜짝 놀라기도 전에 주름 많은 남자 손이 방안으로 쑥 들어왔어요.
실시간으로 그 손이 벽을 타고 내려가면서 더듬더듬 거리는걸 바로 코앞에서 목격한거죠.
제가 창문 앞 바로 아래에 옷장 처럼 사용하는 서랍장을
뒀었는데 그 손이 제 옷을 쓱 잡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진짜 너무 놀래서 누구세요?!?!?!?! 하고
소리를 빼액 하고 질렀어요.
그 순간 그 손이 화들짝 놀라더니만 잡고있던 옷을 휙 던지듯이 버리고는 후다다닥 도망갔어요.
차마 방을 뛰쳐나가서 범인을 뒤쫒아야 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더라고요. 너무 공포스러워서 정말 책상 앞에 앉은 그대로 굳어버렸어요. 지금 같으면 바로 경찰에 신고 때릴텐데 그때 저는 정말 똥청이 였어요.
불안감 속에서 최대한 자취방에 있는 시간을 줄일려고
일부러 술자리에 프로 참석러도 되고 도서관 지박령도
해봤어요. 그러다가 한번은 제가 술에 취해서 아무 생각없이
창문을 열고 잠들었는데요. 밤 중에 목이 말라서 눈이 떳는데
창문에…누군가 서서 제가 자는 걸 창문 틈 사이로 지켜보고 있는 걸 새벽에 목격해버렸죠.. 너무 소름끼치고 섬뜩해서 비명조차 안나오더라고요.
그날 이후 한동안 자취방 근처 조차도 가지 못했어요. 계속 친구들 집을 돌아가면서 기생하며 살아가다가 너무 친구들한테도 미안하고 눈치가 보여서 결국엔 며칠뒤에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갔어요.
자취방에 돌아와서 오랜만에 집 청소도 좀 하고 밀린 세탁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또….주방쪽에 있던 창문이 벌컥 열리더라고요.
시바 ㅈ됐다.. 이 생각과 함께 순간 식은땀이 흐르고 피가
차가워지는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이번엔 도망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방안에서 빼곰히 주방을 쳐다봤어요.
그리고 창문 앞에 선 남자의 얼굴을 보게 됐는데요.
깜짝 놀람과 동시에 분노가 단전에서 끓어 올라왔어요.
바로 주인집 할아버지였어요.
그 노인네는 물을 마시면서 서 있었고 다 마시고 난 뒤에는
제 싱크대에 페트병을 버리더라고요? 너무 자연스럽게요.
그래서 제가 방에서 뛰쳐나와서 주방으로 갔고
“ 지금 뭐하세요?” 하고 소리쳤어요.
그리고 할아버지랑 눈이 딱 마주쳤는데 순간 그 노인네가
저보고 집에 있었냐고 한동안 안보여서
집에 내려간줄 알았다면서 허둥지둥 되더라고요.
제가 그동안 제 방 염탐하고 쓰레기 버린게 당신이냐고 물어보니까 아니라면서 안절부절 못하더니만 또 도망갔어요.
이번엔 참지않고 바로 주인집으로 쫒아가서 저 영감탱이가 이래저래 했고 내가 목격했다고 할머니한테 폭로를 했는데요.
할머니 반응이 진짜 가관이었어요.
다 늙은 노인네가 젊은 아가씨가 밑에서 혼자 그렇게 살고있으니 걱정되서 그런거 아니겠냐면서 도리어 저를 매정한 여자로 몰더라고요.
결국 그동안 쌓였던 분노가 엄청나게 폭발했고 원룸 나가겠다고 돈 돌려달라고 안그러면 신고하겠다고 참지않고 난동을 부렸어요.
결국 돈은 돌려받았고 저는 다른 안전한 자취방으로 갔는데요.
너무 끔찍한 기억이라 그동안 의식적으로 잊으려고 노력했었는데 최근 친구들과 대화하다가 다시 떠올라 그김에 침하하에도 올립니다.
미친영감탱이새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