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양수업

즐거운 감상되시길 바랍니다.
인터넷에서 어느 교양수업에 관한 흥미로운 글을 보았다.
교양 수업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모두가 틀렸다는 걸 알지만 동시에 모두 반박할 수 없는 문장을 만들라 시켰다고 한다.
댓글을 보니 자기 엄마가 공중제비 3바퀴 조진다느니와 같은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꽤 재밌는 과제라 생각해 한 번 머릿속으로 생각해보았다.
먼저 반박을 할 수 없어야 하니 반박할 자료나 근거가 있으면 안된다.
예컨대 ‘신은 있다.’와 같은 문장을 들 수 있다. 애초에 ‘신’이라는 존재 유무를 확인할 수 없으니까.
다만 이 문장은 종교인들은 맞다고 생각할테니 ‘모두가 틀렸다는 걸 알지만….’이라는 조건에 어긋난다.
머리 좀 굴리다가 나온 답은 ‘내가 죽으면 세상이 멸망한다.’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이걸 반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걸 반박하려면 내가 죽어야 하고 죽으면 세상이 멸망하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역시 인터넷 빡통들이랑 다르다는 우월감과 함께 나는 잠에 들었다.
나는 강의실에 있다.
이건 내 꿈이다.
교수 입에선 내가 인터넷에서 본 글처럼 모두가 틀렸단 걸 알지만 동시에 모두가 반박할 수 없는 문장을 만들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나는 홀린 듯 손을 들어 내가 생각하던 답을 말한다.
교수가 말을 듣더니 웃는다.
“그건 내가 요구한 문장이 될 수 없을 것 같네.”
당혹스럽다. 조건은 분명 다 지켰는데.
“혹시 왜 그런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왜냐면 이건 자네 꿈이니까 자네가 죽으면 이 세계도 끝나는게 당연한 거 아닌가.”
머리가 멍하다가 오싹해지며 발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꿈을 꾸며 꿈이란걸 자각할 때는 가끔 있지만 그걸 꿈 속 사람에게 듣는 건 처음이다.
강의실의 모든 학생들이 나를 쳐다본다. 교수가 입을 연다.
“내가 다른 예시 문장을 들어주지.”
“너는 이 꿈에서 깰 수 없다.”
저 문장이 조건을 만족하는지 머리를 굴린다. 불안해서 이가 떨린다.
나를 쳐다보던 강의실의 학생들은 이를 드러내며 웃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