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이 말하는 인도 최대의 화장터 바라나시
최근 기안84 태계일주2를 너무 재밌게 봐서 인도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자라고 있는 어느 날, 마침 인도 친구와 만날 일이 있어서 바라나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바라나시는 너무 신비한 곳 같고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나에게 그 친구는 사실 인도 사람들한테도 바라나시는 워낙 독특한 곳이라 신비한 곳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친구 어머니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바라나쉬 가보는 것일 정도.
이 참에 궁금한 부분을 해소하고자 그 친구와 나눈 몇 가지 소소한 얘기들을 침하하에 공유하고자 합니다.
Q. 화장터를 보러 관광객이 온다는 것이 한국인 입장에서는 놀랍기도 하다. 고인의 화장을 옆에서 관광객이 지켜보는 것에 대해 인도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죽음이란 것은 힌두교 문화에서 신성한 것이 아님. 태어남에 이유가 없듯이 죽음에도 이유가 없고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음. 일상의 굴레에서 죽음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고인에 대한 슬픔이란 것은 오로지 산 자들의 것이고 일상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가 와서 구경을 하는 것은 나의 일상과 다른 사람의 일상이 겹친 것일 뿐, 크게 실례는 아님.
실제로 이러한 인식에 대한 증거가 화장터가 도시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임. 서양식 도시 계획에서 보통 이런 도시 중심에 있는 수변 공간은 반포 한강 고수부지처럼 가장 럭셔리한 공공 공간으로 디자인됨. 하지만 바라나쉬의 경우 그 입지에 화장터가 있음. 이는 단편적으로 인도에서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 것
Q. 바라나쉬 갠지스 강 수질.. 솔직히 말해 달라. 인도인들이 느끼는 수질은 어떤가.
A. 이게 웃긴 게 매체마다 말이 다름. 어느 곳에서는 오염된 갠지스로 보도하는 반면, 다른 매체에서는 깨끗하다고 발표함.. 근데 상식적으로 화장을 그 옆에서 매일하고, 심지어 (태계일주에서는 안 나온 듯 하지만) 시신을 그냥 화장하지 않은 채로 강에 버리는 일도 허다한데. 과학적인 접근을 떠나서 다른 지역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느끼기에는 수질 관리가 잘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사람들이 수영하는 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1) 죽음도 받아들이는 신성한 강이라는 종교적인 믿음 2) 움직이는 물이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는 어딘가 이상한 과학적인 접근, 3) 이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 없음 혹은 젊은 나이의 객기 (자세히 보면 수영하는 사람들 다 젊은 사람들임) 이라는 친구의 주관적인 코멘트가 있었다…;
Q. 옆에 카메라에 계속 잡히던데 얼굴을 하얀색으로 칠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냐? 화장터에서 제사를 지내주는 사제 인가?
A. 하얀색은 사실, 너가 들으면 놀라겠지만.., 화장한 유골 재ash다. 유골 재는 모든 유족이 바르는 건 아니지만 여러 종교적인 이유로 바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마 바르면 고인이 산 자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가장 큰 것 같다.
근데 저렇게 이마에만 바르지 않고 온 몸에 바르거나 얼굴 전체에 바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렇게 재를 바르고 다니는 사람들은 아고리 바바 Aghori baba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건 사실 정말 예상 못 했겠지만 아고리 바바들은 사실 죽은 자의 유해를 먹는 시바신 계열* 소수 종파임 화장하고 갠지스 강에서 떠내려 온 시신을 비밀스럽게 공수해서 먹는다고 들었다. 물론 종교적인 의식이기 때문에 매일 구해서 먹는 건 아니고 일생의 한 두 번이라고… (친구의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아마 유래는 아주 오래 전 정글 깊은 곳에 살던 종교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고인 유체를 섭취한 게 그 시초가 아닐까.
하지만 진짜 아고리 바바들은 이러한 행위가 인도 사회에서 지탄받고 위험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그 숫자 자체가 워낙 극소수고 대부분 정글에 산다고 알려져 있음. 일반인은 저렇게 못 봄. 저렇게 대놓고 화장터에 유골 재 바르고 다니는 사람들은 아고리 바바 호소인들임. 인도인들이 딱 보면 컨셉충인거 너무 티나는데 외국인들은 진짜로 기인이라고 착각할 거 같다. 걍 관광상품 팔려고 저러는 거니까 신경쓰지 마셈.
* 시바신은 힌두교 삼대장 중 하나. 죽음과 파괴를 담당.
* 혹시라도 아고리 바바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친구가 추천해준 가볍게 볼 만한 인터뷰 영상이 있는데 참고하세요 (영어, 한국어 자막 없음)
근데 제가 봤을 때는 여기에 나온 분도 약간 컨셉 인 듯 한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ㅎㅎ
바라나쉬 알면 알수록 신기한 곳이더라고요. 사실 이런 이야기 외에도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기억이 잘 안 나서… 기억에 남는 내용들만 추려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냥 친구랑 잡담하듯이 한 말들이라 그 친구의 주관적인 생각도 많이 들어가 있고 그렇다고 제가 사실 관계 확인도 따로 하지 않아서 사실 이 글이 정확하다고는 전혀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재미로 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