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 지하철의 눈 풀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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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5
·
조회 2035

미방
"아니 그, 저, 이상하게 생각 마시고... 제가 귀신이나 영 같은 게 잘 보이는 체질이라서요."
솔직히 말해서, 변태인가 의심했을 때보다 이 때가 더 그 남자가 무서워 보였습니다. 그럼 아까 쳐다보던 게...
"그럼.. 저한테 뭐 붙어 있는 거에요?"
하고 물어보자 남자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뇨. 그게... 똑바로 초점을 맞춰서 보면 잘 안 보이는데, 이렇게... 초점을 흐리면 시야 끝부분에 뭔가 있는 게 보여요. 그 왜, 뭔가 있는 것 같아서 고개 돌려보면 없고 그런 거 있잖아요."
아, 그래서 방금 그런 표정을... 그제야 납득이 가더군요.
"네.. 그런데요?"
"그쪽이 지하철 타기 전부터, 세 칸 정도 옆자리에 흰 옷 입은 여자 같은 형상이..."
그 남자 이 말은 끝까지 못 했습니다. 제가 '흰 옷' 부분부터 너무 무서워서 귀를 막았거든요. 그 와중에 그 여자가 해코지 할까봐 비명은 필사적으로 참았는데, 목 뒤까지 소름이 쫙 올라오는 게 진짜 온 몸이 떨리더군요.
당장 일어나서 뛰쳐나가고 싶은데, 지하철이 멈춰야 뛰쳐나가죠. 그래도 다행인 건 곧 다음 역에 도착한다는 알림이 들려오고 있었다는 거였습니다. 일단 문이 열리자마자 도망가야지, 하고 생각하는데 문득 저 남자는 괜찮은 건가? 싶더라구요. 귀에서 손을 떼고 같이 내리자고 말할 요량으로 운을 뗐습니다.
"저... 그쪽은 안 무서우세요? 저 타기 전부터 있었다면서..."
"아뇨, 괜찮아요. 워낙 자주 보이니까... 뭔가 해를 끼치는 것도 본 적 없구요."
아... 평소부터 보이는 사람은 저 정도로 심장이 강한 거구나, 싶더라구요. 난 무서워 죽겠는데 표정에 흔들림 하나 없네, 대단하다, 하는 생각이 막 입 밖으로 나오려던 찰나, 갑자기 남자의 표정이 변해서 또 흠칫했습니다. 또 아까 그 초점없는 표정, 아마 그 형상을 다시 찾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여유롭던 표정이 싹 사라지고, 긴장감 어린 목소리로,
"빨개졌네요. 저런 건 처음 보는데."
그 순간 벌떡 일어나서 옆 칸으로 전력질주했습니다. 마침 지하철 문도 열려서 바로 뛰쳐나와서, 집에 걸어가는 것도 무서워서 근처 사는 친구에게 바래다 달라고 울고불고 난리를 쳐서 겨우 집까지 들어와서, 밤새 방에 불도 못 끄고 잠도 못 자다가 해 뜨고 나서야 좀 자고 이제야 일어났습니다.
귀신이고 뭐고 이야기로, 영상으로만 접한 게 전부였던 저에게, 너무 섬뜩하고 무서운 경험이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그 남자는 괜찮을까요.
출처 https://m.todayhumor.co.kr/view.php?table=panic&no=82202
댓글
0iqgjw
23.04.15
혹시 그 실시간 썰이였나 링크 많이 있는거 지우셨나요??
GOTY
23.04.16
아니요 '업로드 하지 못한 이야기' 로 검색하시면 아마 나올 겁니다
ㅁ오타니쇼헤이ㅁ
23.04.16
??? : 휴 드디어 혼자다
랩틸리언
23.04.17
원래부터 혼자였던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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