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루시드드림? 신비로웠던 경험
작년 8월
부모님 두 분 모두 일 나가시고, 책임없는 쾌락을 즐기기 위해 23살의 백수는 낮잠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그날따라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낮잠이 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색다른 자극을 주기 위해 부모님 방에서 낮잠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블라인드 사이로 은은한 빛이 들어오고, 침대 위 뜨뜻한 전기매트…정말 눕자마자 바로 잠들어버렸지 뭐에요.
순간, 깼습니다.
근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몸이 익는다고 느낄 정도로 땀이 나고 뜨겁고 갑갑한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눈은 떠졌기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손가락이든 뭐든 까딱해볼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움직여보라고, 화장실이든 내 방이든 어디든 가라고 강한 욕구를 계속해서 뇌에게 상기시켜도,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귀신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척이나 무서웠습니다.
처음 겪는 현상이라 무섭다기보단, 그냥 이 세상에 나만 멈춰있다는 느낌이, 그 느낌이 무척이나 무서웠습니다.
나만 멈춰있다는 느낌이 무섭다니, 참 이상하죠?
근데 그때는 진짜 그런 생각을 했고, 일어났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기억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동안 공포스럽고 고통스럽다가, 또 그 짧은 시간 속 짧은 시간 후에 신비로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글로도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그 신비로운 느낌에 갑자기 너무나도 편안해 졌습니다.
순간, 다시 잠들었습니다.
정말 끊임없이 생각했는데 마치 수면마취제라도 넣은 듯 어느순간 다시 잠들었어요.
다시 일어났을 때는 뭐 벌떡 일어나거나 그런 거 없이 평상시와 똑같이 일어났습니다.
다만 다른 점은, 몸이 땀범벅인 걸 넘어 매트까지 다 젖어있었다는 거.
그리고, 진짜 너무나도 개운했습니다.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1시간정도 지났더라고요.
물 한 잔 마신 다음 '아, 이 경험은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이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위에 걸렸던 걸까요? 아니면 꿈속의 꿈, 루시드드림 이었던 걸까요?
그 짧은 순간에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온갖 자극을 다 겪었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약 반년정도 지난 지금까지 기억도 느낌도 생생하네요.